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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찾은 노벨상 수상자들 "기초과학·젊은 연구자 지원 게을리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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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찾은 노벨상 수상자들 "기초과학·젊은 연구자 지원 게을리 말아야"

2019.10.08 11:38
최근 한국을 찾았던 노벨상 수상자들. 이들은 공통적으로 기초과학과 젊은 과학자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왼쪽부터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마이클 영 미국 록펠러대 교수, 2001년 생리의학상 수상자 팀 헌트 일본 오키나와과기대 교수 윤신영 기자, 김민수 기자
최근 한국을 찾았던 노벨상 수상자들. 이들은 공통적으로 기초과학과 젊은 과학자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왼쪽부터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마이클 영 미국 록펠러대 교수, 2001년 생리의학상 수상자 팀 헌트 일본 오키나와과기대 교수 윤신영 기자, 김민수 기자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은 수상 직후 몇 해 동안은 쉴새 없이 세계를 돌며 자신의 경험과 연구 주제를 소개하는 강연이나 인터뷰를 한다. 수상 분야의 최신 트렌드를 소개하기도 하지만, 한 분야 과학의 최정저에 서 본 사람으로서 세계 과학계를 대표해 과학기술 진흥 정책에 대한 소신을 피력하기도 한다. 최근 한국을 찾았던 노벨상 수상자들 가운데 한국 과학계에 소신을 표했던 과학자들은 어떤 의견을 제시했을까. 조심스럽게 꺼낸 그들의 고언을 모아봤다.

 

●수상자 이구동성 "기초과학 정부 투자 없이는 미래도 없어"


노벨상 수상자들이 1순위로 강조하는 것은 기초연구의 중요성이었다. 특히 정부의 투자를 강조했다. 2015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가지타 다카아키 일본 도쿄대 우주선연구소장은 지난해 8월 방한해 가진 인터뷰에서 “약 15년 전부터 정부가 기초연구비를 삭감해 왔는데, 이 때문에 다음 세대의 과학 연구 성과가 불투명해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오랜 시간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대형 관측 장비에 대한 투자가 줄어드는 추세를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2000년대 이후 일본의 놀라운 노벨상 수상 실적을 보고 비결을 묻지만, 정작 일본의 연구 현실은 위태롭다”며 “온 사회가 고령 사회에 대비하느라 기초 과학연구에 중요한 대형 과학시설 구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지타 교수는 보통 물질과 거의 반응이 이뤄지지 않아 검출과 관측이 어렵고 질량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등 미스터리가 많아 ‘유령입자’라고 불리는 중성미자의 성질을 밝힌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올해 4월 한국을 찾은 200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팀 헌트 일본 오키나와과학기술대 교수는 “기초과학은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하고 결과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럭셔리’”라며 “하지만 기초과학 투자로 생기는 열매는 인류 누구에게나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일본에서 이뤄진 정부의 기초과학 투자를 언급하며 “한국은 기초과학에 적극 투자한지 20년이 채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헌트 교수는 세포주기를 결정하는 단백질군인 ‘사이클린’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최근 한국을 찾았던 노벨상 수상자들. 이들은 공통적으로 기초과학과 젊은 과학자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왼쪽부터 2018년 물리학상 수상자 도나 스트리클런드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 2015년 물리학상 수상자 가지타 다카아키 일본 도쿄대 교수. 윤신영 기자
최근 한국을 찾았던 노벨상 수상자들. 이들은 공통적으로 기초과학과 젊은 과학자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왼쪽부터 2018년 물리학상 수상자 도나 스트리클런드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 2015년 물리학상 수상자 가지타 다카아키 일본 도쿄대 교수. 윤신영 기자

지난해 9월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기조강연을 위해 방한했던 마이클 영 미국 록펠러대 교수는 국제화를 조언했다. 일명 생체리듬으로 불리는 ‘일주기리듬’ 조절 유전자 연구로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영 교수는 “미국과 유럽의 교류 덕분에 내 연구 분야도 발전이 가능했다”며 “한국 연구자들이 최근 활약을 하고 있지만 나만 해도 한국 방문이 처음이었다. 여러 나라 연구자들이 모여 동향을 파악하고 연구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에서도 세계 일류 연구자들과 공동연구를 늘리는 추세다. 하지만 한국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일부 연구그룹에서도 국내 연구자 위주로 연구그룹을 꾸리거나 논문을 쓰는 일이 여전히 많다.

 

●젊은 연구자 지원, 여성 연구자 차별 철폐 등 세심한 노력도 필요


도나 스트리클런드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는 올해 가진 방한 인터뷰에서 젊은 과학자들에게 주어지는 공평한 기회를 강조했다. 그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젊은 연구자는 과거 업적이 없으니 과제를 통해 연구비를 지원 받는 데 불리하다”며 “젊은 과학자는 젊은 과학자끼리 경쟁하도록 배려하고, 경력 초기에 명성을 얻을 수 있도록 젊은 학자를 위한 수상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스트리클런드 교수 자신이 대학원생 시절 한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경험이 있기에 가능했다.


가지타 교수 역시 젊은 연구자의 자유를 강조했다. 그는 “내가 젊었을 때만 해도 성공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도 하고싶다면 얼마든지 연구주제로 삼을 수 있었고 그게 노벨상으로 이어졌는데, 최근에는 이런 풍토가 일본에서도 사라졌다”며 “젊은 연구자들은 승진 점수를 위해 논문을 한 해에도 여러 편씩 쓰고 박사후 연구원 등 (비전임연구자 자리를) 전전해야 한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55년만의 여성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유명세를 치렀다. 그 때문인지 여성 과학자로서 겪은 차별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비교적 단호하게 “그런 차별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신이 아니더라도 북미에서도 많은 여성 과학자들이 차별을 겪고 있으며, 때로는 여성의 참여가 활발한 의학 등에서도 차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 노벨상 수상자로 회자된다는 것 자체가 현실을 반영해 준다. 빨리 변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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