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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62명 목숨 앗아간 호주 독감, 북반구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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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62명 목숨 앗아간 호주 독감, 북반구도 위협

2019.10.07 18:18
지난 7월 19일 기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분석한 세계 인플루엔자바이러스 확산 정도. 계절상 여름인 남반구에서 독감이 유행하고 있다. H3N2 바이러스(진한 하늘색)로 인한 극심한 독감이 유행했던 호주에서 감염자수가 특히 많았다(색이 짙어질수록 감염자 수가 많다는 뜻). 전문가들은 바이러스의 병원성과 온도, 습도 등 환경, 집단면역 유무 등 세 가지 조건에 따라 북반구에서도 이 독감이 유행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WHO 제공
지난 7월 19일 기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분석한 세계 인플루엔자바이러스 확산 정도. 계절상 여름인 남반구에서 독감이 유행하고 있다. H3N2 바이러스(진한 하늘색)로 인한 극심한 독감이 유행했던 호주에서 감염자수가 특히 많았다(색이 짙어질수록 감염자 수가 많다는 뜻). 전문가들은 바이러스의 병원성과 온도, 습도 등 환경, 집단면역 유무 등 세 가지 조건에 따라 북반구에서도 이 독감이 유행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WHO 제공

지난 여름(현지에서는 겨울) 호주에서 극악한 독감이 유행해 4일 기준, 올해만 벌써 662명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남반구에서 유행했던 독감이 북반구에서도 유행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정확한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해 안타까워 하고 있다. 

 

독감은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옮기는 감염질환이다. 이 바이러스는 유전정보를 RNA에 담고 있는데, RNA는 DNA에 비해 돌연변이가 잦다. 그만큼 신종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인플루엔자바이러스 표면에 나 있는 헤마글루티닌(HA 단백질)과 뉴라미니데이스(NA 단백질) 수용체의 종류를 보고 바이러스 균주의 이름을 정한다. 매년 흔히 유행하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대부분 H1N1이다. 올해 호주에서 유행했던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H3N2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수 년간 특히 H3N2 인플루엔자바이러스를 예측하는 데 애를 먹었다.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H1N1에 비해 변이가 잦고 치사율이 높은 H3N2 바이러스는 예측하기가 더욱 어렵다. 예를 들면 WHO는 텍사스에서 처음 발견됐던(텍사스스트레인) H3N2 바이러스(A/Texas/50/2012)와 비슷한 주가 2014~2015년에 유행할 거라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스위스스트레인이 유행했다. 그래서 백신을 맞아도 예방 효과가 크지 않았다.

 

WHO는 전세계 국립인플루엔자센터로부터 그 지역에서 유행했던 인플루엔자바이러스를 수집해 유전정보를 분석하고, 매년(북반구에서는 2월, 남반구에서는 9월) 올 겨울에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를 선정해 발표한다. 이것을 토대로 제약사들은 백신을 만들어 시판한다. 이 말은 이번 여름에 호주에서 유행했던 독감에 대한 정보가 이번에 시판된 백신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는 얘기기도 하다. 
 

2017년 호주 독감 전파돼 미국에서만 8만 명 사망

 

독감의 주범인 인플루엔자바이러스의 모습을 나타낸 그림. 공처럼 둥근 모양으로 지름은 약 80~120nm다. 전문가들은 인플루엔자바이러스 표면에 나 있는 헤마글루티닌(HA 단백질)과 뉴라미니데이스(NA 단백질) 수용체의 종류를 보고 바이러스 균주의 이름을 정한다. 매년 흔히 유행하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대부분 H1N1이다. 동아사이언스 제공
독감의 주범인 인플루엔자바이러스의 모습을 나타낸 그림. 공처럼 둥근 모양으로 지름은 약 80~120nm다. 전문가들은 인플루엔자바이러스 표면에 나 있는 헤마글루티닌(HA 단백질)과 뉴라미니데이스(NA 단백질) 수용체의 종류를 보고 바이러스 균주의 이름을 정한다. 매년 흔히 유행하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대부분 H1N1이다. 동아사이언스 제공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는 이번 여름 호주에서 유행했던 독감이 올 겨울 미국을 비롯한 북반구에서도 유행할 우려가 있어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대니얼 저니건 CDC 인플루엔자센터장은 "사실 남반구에서 유행했던 독감이 수 개월 뒤 북반구에서 유행할 가능성은 알기 힘들다"면서도 "하지만 2017년 호주에서 유행했던 심각한 독감이 그해 겨울 미국에서도 유행했던 만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017년 호주에서는 20년 만에 극악무도한 독감이 유행했다. 당시 유행했었던 인플루엔자바이러스도 H3N2였다. 그해 호주에서는 745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6개월 뒤 남반구와 계절이 반대인 북반구에서 겨울이 시작되자, 미국에서도 같은 주의 독감이 돌았다. 미국에서는 2017년 연말~2018년 초 겨울 독감으로 인해 약 7만 9000명이 사망했다. 미국에서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이유로 저니건 센터장은 "미국은 호주보다 인구가 13배나 더 많기 때문"을 꼽았다. 

 

독감에 걸리면 고열과 기침, 몸살 등 독감 증상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폐렴이나 패혈증, 심장마비 등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저니건 센터장은 "수년간 호주와 뉴질랜드,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남반구 국가들에서는 서로 다른 계통의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유행했다"며 "호주 독감이 북반구로 확산돼 2017년처럼 엄청난 사망자 수를 낼 위험을 확신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미국에서는 매년 성인의 45%, 어린이의 63%만이 독감 백신을 접종할 만큼 백신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있어 극심한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전파될 경우 대규모로 확산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백신의 효능이 떨어지고 오히려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백신 불신'은 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한동안 발생했었다. 

 

한국에서 호주 독감 유행 막으려면 '집단면역' 있어야 
 
남반구에서 북반구, 또는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바이러스가 전파하는 주요 경로는 사람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는 혼자 살아갈 수 없고 사람이 감염된 채 다른 사람에게 옮기기 때문에 사람을 통해 전파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며 "최근에는 비행기 등 교통기관이 발달하면서 대륙간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속도가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반구에서 극심한 독감이 유행했다고 해서 반드시 북반구에서 유행한다는 법은 없다. 김 교수는 바이러스 감염질환이 대규모로 확산하기 위해 충족시켜야 하는 주요 3가지 조건을 꼽았다. 

 

첫 번째는 '바이러스의 병원성'다. 사람을 감염시키고, 사람과 사람간에 전염이 될 수 있는 병원성 바이러스가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바이러스가 좋아하는 온도와 습도'다.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5도 이하의 낮은 온도와 습도 30% 이하의 건조한 환경을 좋아한다. 그러므로 호주 등 남반구에 갔다가 독감에 걸린 사람이 귀국했다 하더라도 7~8월 덥고 습한 날씨라면 대규모로 확산되기 어렵다. 이와 반대로 호주에서 유행했던 바이러스가 한국에 도착했을 때 기온이 뚝 떨어져 겨울이 시작되고 있다면 유행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세 번째는 '집단면역의 유무'다. 집단면역이란 인구의 대다수 사람들이 특정 감염질환에 대한 면역력을 갖고 있는 것을 말한다. 백신 등으로 감염질환에 대한 항체를 가진 사람이 많을수록 집단면역은 강해진다. 바이러스는 특성상 스스로 물질대사를 하거나 번식을 할 수 없는 무생물이다. 그래서 반드시 바이러스가 생존 번식하는 데 세포를 제공할 숙주(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게는 사람)가 필요하다. 

 

김 교수는 "바이러스가 좋아하는 온도와 습도인 환경이더라도 인구 대부분이 집단면역이 잘 돼 있다면 독감이 확산될 가능성이 낮아진다"면서 "가능한 한 사람이 백신을 맞으면 감염질환으로부터 본인 건강뿐 아니라 집단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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