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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트럼프 행정부 "미국서 살려면 DNA 내라" 과학자들 거센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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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트럼프 행정부 "미국서 살려면 DNA 내라" 과학자들 거센 비판

2019.10.08 16:28
미국이 범죄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민자의 DNA를 수집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프라이버시 침해와 데이터 유출로 인한 불평등, 역설적으로 무고한 사람을 범죄자로 몰 것에 대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미국이 범죄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민자의 DNA를 수집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프라이버시 침해와 데이터 유출로 인한 불평등, 역설적으로 무고한 사람을 범죄자로 몰 것에 대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미국 정부가 범죄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민자의 DNA를 수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프라이버시 침해와 데이터 유출로 인한 불평등, 역설적으로 무고한 사람을 범죄자로 몰 것에 대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는 이달 2일(현지시간) 폭력 범죄들을 해결하기 위해 구축한 미 연방수사국(FBI) 데이터베이스에 모든 이민자의 DNA 데이터를 추가하는 계획을 내놨다. 현재 미국으로 이민을 원하는 체류자 수는 4만 명이 훌쩍 넘는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민자의 DNA 데이터를 활용하면 범죄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범죄 현장에서 수집한 혈흔이나 체액 등에서 DNA를 채취해 분석하고, FBI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DNA 정보와 대조하면 이민자 중에 용의자가 있는지 단번에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생명윤리학자들은 이런 방법이 이민자 등 취약 계층의 인권을 박탈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새라 카타니스 노스웨스턴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이민자 중에 범죄자가 있어 모든 이민자의 DNA를 수집한다는 말은 살인사건이 난 아파트의 모든 주민에게 DNA를 수집하겠다는 말과 똑같다"며 "모든 이민자를 미래 범죄자처럼 대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비판했다.

 

미국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이민자의 DNA를 수집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전문가들은 개별 DNA를 구별할 수 있는 염기서열 마커 20개를 이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마커는 사람마다 길이가 다르게 DNA가 반복하는 영역인 STR(짧은염기반복)에 속한다. 생명윤리학자인 행크 그릴리 스탠퍼드대 의대 유전학과 교수는 "STR에 대한 정보는 지문보다도 훨씬 정확하게 개개인을 구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STR에는 지문 이상의 정보가 담겨 있으며 STR을 활용하면 지문보다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STR을 보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서로 혈연 관계인지 알 수 있고, 그 사람의 건강이나 유전적질환 가능성까지도 알 수 있다.

 

2017년 스탠퍼드대 생물학과 연구팀은 STR에 속한 염기서열 마커 13개만을 이용해 900개 게놈을 분석한 결과, 특정 인물을 찾는 정확도가 90%가 넘으며 건강 관련 정보도 알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에 미국 정부가 이민자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마커의 수는 20개로 예상된다. 결국 이민자로부터 STR 정보를 수집하면 범죄 용의자를 찾는 것뿐만 아니라, 훨씬 더 개인적인 정보까지 정부의 관리에 들어가는 셈이다. 

 

로리 롤프스 샌프란시스코주립대 생물학과 교수는 "프라이버시를 위반할 뿐만 아니라 유전적으로 차별을 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데이터베이스를 안전하게 보관한다 하더라도 항상 사이버보안 문제는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롤프스 교수는 "만약 이들의 DNA 정보가 유출된다면 취업 고용시, 또는 생명보험을 들 때 거절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롤프스 교수는 "DNA 정보는 개인을 구별하는 데 매우 정확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특성이 무고한 사람을 용의자로 판단하는 실수를 일어나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령 구조대원이 피해자를 옮기는 동안 피해자의 DNA가 묻고, 이후 제3자를 만졌을 때 그 DNA가 옮겨 붙을 수 있다"며 "만약 제3자가 용의선상에 오른다면 DNA 정보 하나만으로도 그 사람이 범죄자로 몰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자뿐 아니라 시민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미국시민자유연맹은 "몇몇 가족의 DNA 정보를 토대로 다른 가족의 건강 정보 등을 알 수 있다"며 "이민자의 가족 중 이미 미국시민권을 가진 사람에게까지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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