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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질병] 콜레스테롤과 감염, 그리고 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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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질병] 콜레스테롤과 감염, 그리고 치매

2019.10.12 06:00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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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치매와 관련이 깊은 유전자는 APOE E4 변이형이다. 한국인의 경우 APOE E4 변이형을 가진 사람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1997년 조사에 의하면 대략 0.1 남짓이었다. 일본인도 거의 비슷하다. 아시아인은 일부 원주민을 제외하면 크게 다르지 않은 편이다. 유럽으로 가면 조금 다른데, 북유럽의 스웨덴이나 핀란드, 덴마크 인은 약 0.2 수준으로 올라간다. 영국인과 프랑스인은 아시아인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인데, 예외적으로 그리스인이나 샤르데냐인은 약 0.05 수준으로 낮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경우 빈도가 점점 높아진다. 0.2를 훌쩍 넘는 부족도 있다. 호주의 애버리지니나 폴리네시아로 가면 0.25를 넘고, 파푸아뉴기니의 경우 0.35를 넘는다. 아프리카로 가면 더 올라간다. 에티오피아인이나 모로코인은 별로 높지 않지만, 나이지리아인은 0.3, 코이산족은 0.37, 심지어 피그미족은 0.4에 이른다. 


그렇다면 알츠하이머 치매의 발병률은 아시아-유럽-아메리카-오세아니아-아프리카 순으로 나타날까? 아프리카 일부 부족은 온통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로 넘쳐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세계 최고 수준의 E4 변이형을 가진 나이지리아에서 알츠하이머병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어떻게 된 일일까.
 


죽상경화증

 

동맥경화증에 걸린 동맥의 CT사진. 동아사이언스DB
동맥경화증에 걸린 동맥의 CT사진. 동아사이언스DB

흔히 동맥경화는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먹으면 생긴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갈비찜을 할 때 냄비에 엉겨 붙는 기름처럼 기름이 혈관을 막을 것 같지만, 실제는 조금 더 복잡하다. 정확한 용어로 말하면 죽상경화증(atherosclerosis)이라고 하는데, 귀리 죽처럼 생긴 지방 덩어리로 인해 동맥이 굳어진다는 뜻이다. 그리스어로 ‘athero’가 죽이라는 뜻이다. 동맥경화는 지방과는 무관하다. 하지만 일반에서는 그냥 동맥경화로 ‘퉁’치는 경향이다. 


워낙 유명한 질환이라 모든 것이 소상히 밝혀졌을 것 같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을 모르고 있다. 일단 죽처럼 생긴 플라크가 혈관의 내피세포 안쪽에 침착된다. 수도관에 석회가 끼는 것과 달리 관을 이루는 조직 자체에 생긴다. 플라크에는 흔히 백혈구가 쌓이는데, 콜레스테롤을 머금으면서 거품이 들어 있는 듯한 모양의 ‘거품 세포’가 된다. 거품 세포가 죽으면 세포 안의 콜레스테롤이 나와서 내피세포에 난 틈에 쌓이게 된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1938년 노르웨이의 의사 칼 뮬러는 높은 콜레스테롤 수준이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될 수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총 17 집단을 조사했는데, 76명이 비슷한 증상을 가지고 있었다.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심혈관 질환과 관련된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그 정확한 기전은 오리무중이었다. 


조지프 골드스타인과 마이클 브라운은 원래 내과 의사였지만 레지던트를 마친 후 전업 연구자로 방향을 틀었다. 그들은 콜레스테롤이 몸에서 합성되는 단계에서 HMG-CoA 환원 효소에 문제가 생기면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LDL 콜레스테롤을 풀어놓은 배양액에서 자라는 세포에는 HMG-CoA 환원 효소가 별로 활성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LDL 콜레스테롤을 제거하자 HMG-CoA 환원 효소가 급격하게 활성화됐다. LDL이란 저밀도 지질단백질을 말하는데, 콜레스테롤을 운반하는 단백질이다. 


이 실험 결과는 LDL이 충분하면 콜레스테롤을 합성하는 HMG-CoA 환원 효소가 쉬고 있다가, LDL이 적어지면 활성화돼 콜레스테롤을 생산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있는 환자에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무조건 높은 수준의 HMG-CoA 환원 효소 활성이 관찰되었다. 콜레스테롤을 계속 합성하는 것이다. 


골드스타인과 브라운 박사는 연구를 좀 더 진행했다.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는 LDL과 결합하는 수용체에 문제가 있었다. 그러니 LDL이 아무리 많아도 세포가 ‘감지’할 수 없었다. LDL 수용체의 변이가 문제의 원인이었다. 이들은 1985년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조셉 골드스타인과 브라운 박사. 콜레스테롤 대사과정과 조절에 관한 연구로 1985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조셉 골드스타인과 브라운 박사. 콜레스테롤 대사과정과 조절에 관한 연구로 1985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엡실론 유전자 


아포지단백 E(APOE)는 LDL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단백질이다. C 말단 부위에 LDL 수용체와 결합하는 부분이 있다. 포유류에게서만 최소 일곱 개의 APOE 수용체가 알려져 있는데, 모두 넓은 의미에서 LDL 수용체 군에 속한다. 아포지단백은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림프계와 혈액으로 운반하는 기능을 하는데, 중추신경계에서는 뉴런으로 옮기는 기능을 담당한다. 


APOE 유전자의 E2 변이형은 전 인구의 8.4%가 가지고 있는데, 죽상경화증을 일으키는 위험요인이다. 하지만 노인에게서만 그랬고, 젊은 사람에서는 오히려 예방 효과가 있었다. 반면에 E4 변이형은 전 인구의 13.7%가 가지고 있는데, 죽상경화증을 일으키는 주된 위험요인이다. 동형접합자를 가진 경우 일반인보다 수십 배나 위험하다. 


이유야 어쨌든 콜레스테롤이 높아지면 죽상경화증이 생긴다고 하니 콜레스테롤이 문제의 원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해로운 콜레스테롤이 적은 음식을 먹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을 먹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다. 실제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은 상당히 효과적이다. 하지만 문제가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니었다. 이제티미브(ezetimibe)라는 약과 심바스타틴(simvastatin)이라는 약은 똑같이 콜레스테롤을 낮추지만, 효과는 스타틴 계열의 약이 훨씬 좋았다. 이상한 일이다. 임상에서도 이제티미브는 스타틴 계열의 약으로 효과가 없을 때 처방을 고려하는 약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사실 콜레스테롤은 생명 활동에 꼭 필요한 영양소라는 것이다. 흔히 콜레스테롤을 건강의 적으로 생각하지만, 콜레스테롤은 그 자체로 나쁜 영양소가 아니다. 
 


지방산과 엡실론 유전자

 

오메가-3이 많이 있는 음식이 좋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 덕분에 좋다는 것일까? 우선 지방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지방산이 글리세롤로 연결된 것을 지방이라고 한다. 지방산은 짝수 개의 탄소를 가지는 분자인데, 따라서 탄소 사슬을 이룬다. 탄소 간에 이중 결합이 있으면 불포화지방산이라고 하고, 없으면 포화지방산이라고 한다. 포화지방산은 탄소끼리 붙지 않으니 모든 탄소가 수소와 붙는다. 즉 수소에 포화되는 것이다. 상온에서 보통 포화지방은 고체, 불포화지방은 액체다. 이중 결합이 하나면 단가 불포화지방산, 두 개 이상이면 다가 불포화지방산이라고 한다. 참고로 불포화지방산 중 일부가 트랜스 형태의 이성질체(이성질체는 트랜스형과 시스형의 두 종류가 있다)를 가지면 트랜스 지방산이라고 부른다. 


불포화지방산의 C 말단의 끝부터 세 번째 탄소에서 이중 결합이 시작되면 오메가-3 지방산이라고 한다. 오메가는 그리스어로 ‘끝’을 뜻한다. 많이 들어본 DHA, EPA 등이 바로 오메가-3 지방산이다. 여섯 번째 탄소에서 이중결합이 시작되면 오메가-6 지방산이라고 한다. 감마리놀렌산이 대표적이다. 이 두 지방산은 몸에서 합성할 수 없어서 식품으로 섭취해야 한다. 그래서 필수 불포화지방산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오메가-6 지방산은 염증을 일으키는 기능이 있다. 프로스타글란딘 E로 변환되면서 염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꼭 필요한 염증은 괜찮지만, 염증이 너무 일어나면 다양한 질병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오메가-3 지방산은 염증을 억제하는 기능을 가진다. 보통 오메가-6와 오메가-3 지방산을 3:1 정도로 먹으면 좋은데, 실제로 현대인은 10:1 이 훨씬 넘는 비율로 먹고 있다. 흥미롭게도 엡실론 4 대립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오메가-6와 오메가-3의 비가 높다. 아마도 죽상경화증의 발병에는 염증이 깊이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단지 콜레스테롤이 높은 것만으로 생기지는 않고, 혈관 내피의 염증이 촉발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E4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염증을 잘 일으키는 오메가-6 유전자가 많으므로 죽상경화증이 많다는 것이다. 


오메가-6 지방산이 많은 음식은 식물성 기름이다. 식용유가 몸에 안 좋다는 말이 나온 이유다. 해바라기유나 콩기름, 참기름 등이다. 반대로 올리브유는 오메가-3가 적다. 그래서 일부 진화학자는 E4 유전자가 과거 선조에게는 별로 해롭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튀긴 음식을 먹을 일이 별로 없으므로 오메가-6 지방산의 비율이 원체 낮아서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감염과 엡실론 4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E4 대립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염증 반응이 잘 일어난다. 염증은 보통 좋은 소식은 아니지만, 감염체가 득실거리는 상황이라면 좀 다르다. 죽상경화증에 걸리는 한이 있더라도 당장 몸에 들어온 병균을 박멸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렇다면 엡실론 4 대립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감염병에 잘 걸리지 않을까? 병균은 이들의 몸에 침입할 수 없을까? 감염균이라고 팔짱 끼고 수수방관할 리 없다. 클라미디아 폐렴균(Chlamydia pneumoniae)이 주용의자다. 


클라미디아 폐렴균은 그 자체로 아주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기침도 하고 열도 나지만, 심각하지 않다. 직장도 학교도 다닌다. 그래서 ‘걷는 폐렴(walking pneumonia)’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950년 이전에는 잘 모르던 균이다. 그런데 E4 대립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클라미디아 감염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종종 클라미디아 폐렴균에 의해 관절염이 생기는데, 클라미디아 폐렴균 관절염에 걸린 사람의 70%가 엡실론 E4 대립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다. 너무 호들갑스러운 염증 반응을 보인 것일까?


클라미디아 폐렴균은 특이하게도 세포 내에 침입해서 증식한다. 염증 세포가 다가가서 병원균을 포식하면, 오히려 신나서 백혈구 내부에서 증식하는 것이다. 그러니 염증은 계속 지속한다. 게다가 클라미디아 폐렴균은 지방을 좋아하는 성질이 있다. 앞서 말한 거품 세포에서 번성한다. 
 


알츠하이머 치매와 엡실론 4


관절염이 아니라 알츠하이머 치매는 어떨까? 알츠하이머 치매로 죽은 23명의 뇌를 조사해보니 22명이 클라미디아 폐렴균에 양성을 보였다. 그러나 치매가 없었던 25명의 뇌에서는 단 한 명에서만 클라미디아 폐렴균에 양성반응이 나타났다. 연구가 많지는 않지만, 클라미디아 폐렴균 감염과 알츠하이머 치매는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것을 보인다. 


사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졸중이 오면 많이 생긴다. 뇌혈관이 굳어지니 좋을 것은 없고, 그러니 알츠하이머 치매도 온다고 얼버무리기는 곤란하다. 죽상경화증과 알츠하이머 치매를 잇는 공통분모가 클라미디아 폐렴균 혹은 민감한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엡실론 4 대립유전자일지도 모른다. 


다른 병원균도 용의선상에 오르기 시작했다. 단순 헤르페스 바이러스 1(human herpes simples 1, HHSV-1), 헬리박터 파이로리(Helicobacter pylori), 나선균 등이 지목되었다. 혹시 이러한 병원균도 엡실론 유전자와 관련되는 것일까?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 


그런데 알츠하이머 치매의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되던 아밀로이드 플라그(반)에 대해 새로운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건강한 사람도 생길 뿐 아니라, 베타 아밀로이드 침착 정도와 질병의 심각성과 별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베타 아밀로이드가 항균 기능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혹시 아밀로이드 반은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인 것은 아닐까 의심되는 대목이다.
 


감염과 유전


치매의 원인은 유전일까. APOE 4 유전자를 가진 경우 수십 배까지 위험성이 증가하니 말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E4 대립유전자를 가진 사람 중 치매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 제법 많다. 동형접합자를 가진 경우도 말이다. 또한, E2 대립유전자를 가진 사람도 치매에 걸릴 수 있다. 약 3.9%다. 게다가 여성은 남성보다 두 배나 알츠하이머 치매에 많이 걸리는데, 유전자 빈도는 똑같다. 앞서 말한 것처럼 민족에 따른 유전자 빈도의 차이가 크지만 치매 유병률도 따라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미세먼지가 치매의 원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직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몇몇 보고에 따르면 대기오염은 치매의 위험인자 중 하나다. 그냥 환경오염은 원래 안 좋으니 치매도 당연히 많이 걸린다고 하면 과학적인 태도는 아니다. 대기오염은 인구 밀도 그리고 도시화한 삶과 깊은 관련이 있다. 모두 감염에 잘 걸리는 요인이다. 특히 클라미디아 폐렴균은 기침을 통해 전파된다. 아직 관련 연구는 없지만, 흥미로운 대목이다. 


게다가 마늘은 치매의 위험성은 낮춘다. 마늘이 들어간 김치가 신비로운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마늘은 여러 문화권에서 식품 저장 및 살균 목적으로 사용하는 향신료다. 마늘에 들어있는 알리신(allicin) 및 다이알릴설파이드(Diallyl Sulfide)가 구강내 죽상경화증과 관련된 구강내 세균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흡연은 어떨까. 역시 흡연은 무조건 나쁜 것이니, 치매도 잘 걸린다고 할 수는 없다. 흡연은 폐를 통한 감염의 가능성을 높일 뿐 아니라 구강 감염도 증가시킨다. 직접 혈관 벽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감염을 매개로 하여 죽상경화증의 위험성을 높이고 알츠하이머 치매도 증가시킬지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E4 유전자를 가진 경우에는 더욱 그럴 수 있을 것이다. 


하루 두 갑을 피우는 흡연자는 심근 경색을 앓을 위험성이 두 배 높아진다. 간접흡연을 하는 사람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약 3분의 1배 정도 높아진다. 그만큼 간접흡연이 나쁘다고? 하지만 간접 흡연을 할 경우 실제로 들이마시는 연기의 양은 아주 적다. 직접 흡연자의 1%에 불과하다. 길에서 다른 사람이 피운 연기를 마시면 기분은 상당히 나쁘겠지만 사실 직접적인 위험성은 미미하다. 그런데도 심근 경색의 위험성이 3분의 1이나 증가한다고? 하지만 흡연자의 감염균이 옮긴다면 좀 말이 된다. 간접 흡연자의 대부분은 직접 흡연자의 가족이다. 흡연자의 감염균이 가족에게 옮기는 것이라면, 담배를 피울 때만 잠깐 나가서 피우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다음 편 미리 보기│ 비만의 진화

 

 

만약 감염 가설이 옳다면, APOE 4 대립유전자는 단지 감염에 의한 염증 반응을 악화시키고 죽상경화증과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행하게 만든 중간 요인일 뿐이다. 감염이 득실거리는 세상이라면 노년기를 보낼 가능성이 없으니, 일단 예민한 염증 반응을 보이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심각한 감염병에 걸리면 며칠 만에도 죽을 테니, 치매 없는 노년을 기약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인류는 약 150만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육식을 하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운이 좋아야 고기를 먹을 수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도구를 만들어 쓰고, 불도 사용하면서 사냥 성공률이 높아졌다. 고기는 양질의 에너지원이다. 한번 큰 동물을 잡으면 한동안 부족 전체가 놀아도 된다. 여유 시간에 도구를 만들고 더 좋은 사냥 기술을 익혔다. 굶지 않고 잘 먹으니 수명도 길어졌다. 그러면서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리는 나이까지 사는 사람도 많아졌고, 지방이 많은 고기를 먹으니 죽상경화증의 위험성도 높아졌다. 그래서 구석기 시대부터 엡실론 4 대립유전자의 빈도가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육식 가설이라고 한다. 


신석기 이후 농업 혁명이 주된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가축은 오메가-6 지방산이 높은 편이다. 따라서 엡실론 4 유전자를 가진 사람에게는 좋지 않은 식단이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농사를 지은 동아시아인이나 유럽인은 엡실론 4 유전자 빈도나 낮고, 수렵채집사회에서는 아직 빈도가 높다는 것이다. 혹은 온대 지방에 사는 동아시아인이나 유럽인은 감염의 위험성이 낮아서 엡실론 4 유전자의 이득이 적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엡실론 4 유전자는 점점 사라질지도 모른다. 감염은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는 세상이니, 득은 적고 실은 많다. 육식이 불러온 나비효과다. 그런데 육식의 시작은 또 다른 나비 효과를 낳았다. 바로 비만이다. 

 

※필자소개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진화와 인간 사회에 대해 강의하며, 정신의 진화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행복의 역습》, 《여성의 진화》, 《진화와 인간행동》를 옮겼고, 《재난과 정신건강》, 《정신과 사용설명서》, 《내가 우울한 건 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때문이야》, 《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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