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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등장 시간 남성의 절반 수준" 시각 AI로 영화 분석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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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등장 시간 남성의 절반 수준" 시각 AI로 영화 분석해보니

2019.10.14 00:00
연구팀이 시각 AI를 이용해 분석한 영화들이다. 국내 및 헐리우드 영화를 20편씩 분석했다. 사진에서 추가로 테두리가 쳐 있는 영화들은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로, 최소한의 성 묘사 균형을 갖춘 영화들이다. ′컴퓨터 기반 협업 및 소셜 컴퓨팅 학회′ 논문 캡쳐
연구팀이 시각 AI를 이용해 분석한 영화들이다. 국내 및 헐리우드 영화를 20편씩 분석했다. 사진에서 추가로 테두리가 쳐 있는 영화들은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로, 최소한의 성 묘사 균형을 갖춘 영화들이다. '컴퓨터 기반 협업 및 소셜 컴퓨팅 학회' 논문 캡쳐

최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의 등장 시간이 남성 캐릭터 등장 시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감정 표현도 여성 캐릭터는 슬픔, 공포, 놀람 등 수동적인 감정으로 획일화돼 있는 데 반해, 남성은 싫음 등 능동적 감정까지 다채롭게 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영화에서는 이 같은 성편향이 헐리우드 영화보다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내용은 영화의 영상을 국내 연구팀이 시각 분석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KAIST는 이병주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와 장지윤, 이상윤 연구원팀이 시각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2017~2018년 개봉한 국내외 영화 40편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결과, 영화 속에서 캐릭터가 다뤄지는 방식에서 성편향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남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영화나 소설 등 서사 장르에서 여성 묘사가 편향적인지를 확인하는 것은 오랜 숙제다. 기존에는 미국의 여성 만화가 앨리슨 벡델이 고안한 ‘벡델 테스트’를 널리 이용했다. 성별 묘사에서 최소한의 균형을 위해서는 이름을 지닌 여성 캐릭터가 두 명 이상 등장하고 이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며, 대화 주제가 남성 캐릭터와 관련이 없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의외로 이 같은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영화가 많다. 예를 들어 2018년 개봉한 한국영화 ‘명당’이나 ‘조선명탐정’, 2017년 개봉한 ‘택시운전사’, ‘신과 함께’, 같은 해 개봉한 헐리우드 영화 스파이더맨은 벡델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 다만 대사만 이용하기에 시각적 묘사를 반영할 수 없고, 정량분석이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 교수팀은 기존의 공개 AI 프로그램을 조합해 영화의 장면을 통해 성편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AI 분석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먼저 1초에 24개의 정지 화면이 들어가는 영상을 1초에 3개의 화면으로 줄인 뒤, 마이크로소프트의 얼굴감지 기술을 이용해 영화 속 캐릭터의 성별과 감정, 나이, 화면 속 크기, 위치 등 8개 지표를 식별해 냈다. 이 교수는 전화 통화에서 "기존에도 구글 등에서 영화 속 등장인물의 성편향성을 분석한 적이 있다"며 "하지만 단순히 등장 분량만 비교하는 방식이었는데, 다양한 지표를 통해 복합적인 비교를 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고 의도를 밝혔다.

 

연구팀은 이 기술로 ‘군함도’, ‘곤지암’, ‘원더우먼’, ‘오션스8’, ‘블레이드 러너2046’ 등 2017~2018년 개봉한 40개 국내외 영화를 분석해 남녀 캐릭터의 특성을 비교했다. 이 교수는  "박스오피스 기준으로 100위권 내 영화를 고른 뒤 장르 등을 고려해 전체적인 상영 패턴을 반영할 수 있도록 영화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비교 지표에는 감정을 얼마나 다양하게 보여주는가, 공간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 공간 및 시간적으로 얼마나 많이 등장하는가, 나이는 어떤가, 지적 이미지를 보여주는가, 외모를 강조하는가, 주변 물체는 무엇인가 등이었다. 지적 이미지는 안경 착용 여부를 통해 구분했고, 외양 강조는 캐릭터의 얼굴을 밝게 강조하는 기법을 통해 확인했다. 여기에 미국 워싱턴대의 사물감지 기술을 조합해 캐릭터와 함께 등장한 사물의 종류와 위치를 확인했다.

 

여성 캐릭터와 남성 캐릭터의 감정적 다양성 차이를 보여주는 그래프다. 가로축은 영화의 시간 축을 나타내며, 가장 왼쪽부터 영화가 시작된다. 세로축은 40개의 영화들로부터 측정된 각 성별 캐릭터들의 평균감정량을 나타낸다. KAIST 제공
여성 캐릭터와 남성 캐릭터의 감정적 다양성 차이를 보여주는 그래프다. 가로축은 영화의 시간 축을 나타내며, 가장 왼쪽부터 영화가 시작된다. 세로축은 40개의 영화들로부터 측정된 각 성별 캐릭터들의 평균감정량을 나타낸다. KAIST 제공

분석 결과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시간은 남성의 56%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주로 실내에서 가구와 등장하는 등 정적인 이미지가 많았으며, 나이는 79%가 남성보다 어리게 나왔다. 또 슬픔이나 놀람, 공포 등 수동적 감정을 보이는 경향이 많고 획일적이었다.

 

반면 남성은 여성보다 자동차와 나오는 비율이 여성의 두 배였고, 분노나 싫음 등 능동적인 감정 표현도 많았다. 시간 점유율은 여성의 두 배 가까이 됐다. 지적으로 묘사된 비율도 남성이 월등히 높았다.  특히 한국 영화는 거의 모든 시간대에서 여성보다 남성의 점유율이 두 배 이상 높고, 35세 이상 여성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 등 성편향성이 더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 교수는 “영화는 한국 대중의 잠재의식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영화 내 묘사가 관객들의 생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가 보다 활발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영화를 더욱 신중하게 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스웨덴의 경우에는 벡델 테스트 결과를 영화 등급 산정에 반영하는 등 성편향성 분석을 정책에 적극 도입하는 곳도 있다"며 "연구 결과 벡델 테스트 통과 영화가 흥행에도 더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등 상업적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소셜 컴퓨팅 분야 학회인 ‘컴퓨터 기반 협업 및 소셜 컴퓨팅 학회’에서 11월 11일 발표될 예정이다.

 

한편 제1저자 중 한 명인 장지윤 연구원은 독립영화 감독이다. 이번 연구의 지표 결정 등을 주도했다.

 

영화에서의 여성 캐릭터와 남성 캐릭터의 시간적 점유도 차이를 보여주는 그래프다. 파란색이 남성, 붉은색이 여성이다. 가로축은 영화의 시간 축을 나타내며, 가장 왼쪽부터 영화가 시작된다. 세로축은 각 성별의 캐릭터들이 인식된 빈도를 의미한다. 왼쪽 두 개의 그래프는 벡델 테스트를 통과 못하거나 한 경우의 차이다. 통과한 경우 여성 캐릭터의 등장 비중 차이가 적다. 오른쪽 둘은 헐리우드 영화와 한국영화의 남녀 캐릭터 비율 차이다. 한국 영화는 극당적으로 남성의 비중이 높음을 알 수 있다. KAIST 제공
영화에서의 여성 캐릭터와 남성 캐릭터의 시간적 점유도 차이를 보여주는 그래프다. 파란색이 남성, 붉은색이 여성이다. 가로축은 영화의 시간 축을 나타내며, 가장 왼쪽부터 영화가 시작된다. 세로축은 각 성별의 캐릭터들이 인식된 빈도를 의미한다. 왼쪽 두 개의 그래프는 벡델 테스트를 통과 못하거나 한 경우의 차이다. 통과한 경우 여성 캐릭터의 등장 비중 차이가 적다. 오른쪽 둘은 헐리우드 영화와 한국영화의 남녀 캐릭터 비율 차이다. 한국 영화는 극당적으로 남성의 비중이 높음을 알 수 있다. KA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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