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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곯는 멧돼지 여의도 땅 3.7배 휘저으며 먹이 찾아…ASF 전파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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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곯는 멧돼지 여의도 땅 3.7배 휘저으며 먹이 찾아…ASF 전파 '비상'

2019.10.14 17:20
경기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경기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달 11일 서울 강서구 가양대교 남단에서 멧돼지가 발견되는 등 멧돼지가 전국 곳곳에서 출몰하고 있다. 10월 들어 멧돼지 출몰이 늘어난 것은 번식기와 포유기, 월동을 앞두고 식욕이 왕성해졌기 때문이다. 멧돼지의 출몰이 늘어나면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대규모로 퍼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 국방부는 이달 12~13일 강원 철원과 경기 연천 민통선 내 야생멧돼지 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잇따라 검출됐다고 밝혔다. 강원 지역은 262개 농가가 돼지 사육을 하고 있어 ASF 바이러스 대규모 확산의 시작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감염위험지역과 발생 및 완충지역 경계지역, 차단지역 등 4개의 관리지역으로 나눠 야생 멧돼지를 관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철원, 연천 일부 지역은 감염 위험지역으로 지정했다. 감염 위험지역인 철원과 연천 일부 지역에는 멧돼지 이동을 차단하는 철책을 설치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렇게 멧돼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이유는 멧돼지가 가진 생태 습성 때문이다. 우선 멧돼지는 곤충과 식물 등을 닥치는대로 섭취하는 잡식성 동물이다. 최근 강원 강릉에서는 강가에서 물고기를 먹는 멧돼지가 출현하기도 했다. 천적도 딱히 없어 그 개체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 중이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멧돼지의 전국 서식밀도는 2010년 산림 1 ㎢(제곱킬로미터)당 3.5마리에서 2018년 5.2마리로 증가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 전국의 멧돼지수는 약 30만마리로 추정된다.


이렇게 증가된 개체 수는 먹이부족 현상을 불렀다. 기본적으로 멧돼지는 잡식성이긴 하지만 주 먹이는 도토리나 식물 뿌리다. 2010년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가을철 멧돼지의 주먹이가 되는 도토리의 결실이 부족할 경우 멧돼지는 도토리를 대체할 만한 다른 먹이를 찾기 위해 이동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토리 결실이 충분할 경우 멧돼지의 행동권은 3.1㎢였고 도토리 결실이 충분치 못할 경우 10.7㎢ 로 약 3배정도 행동권이 확장됐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3.7배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돼지의 하루의 이동경로 파악한 결과 도토리가 충분한 때에는 평소 행동권보다 11%정도 적게 이동했다. 반면 도토리가 충분하지 못할 때에는 평소 행동권보다 22% 더 많이 이동했다. 


겨울철에는 주로 산림 내부에 머물며 식물의 뿌리를 캐먹지만 주로 8월부터 11월 농작물을 수확하는 시기에 마을주변, 농경지 주변 및 임도 주변에 서식하는 경향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멧돼지 입장에선 농작물을 수확하는 시기의 마을이나 농경지 주변은 먹이를 찾기 안성맞춤인 곳이기 때문이다. 2009년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강원 양구의 경우, 10월 중 멧돼지들은 농경지 배후 산림의 은신처를 중심으로 반경 800∼1500m이내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에서 출현하는 경우는 산에 인접한 텃밭의 감자, 고구마를 먹기 위해 내려오다 길을 잃거나 교란으로 도심으로 출현하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그 시기 또한 가을철에 집중됐다. 


더군다나 10월은 멧돼지의 번식기와 포유기, 월동을 앞두고 있는 시기다. 전문가들은 “멧돼지는 12월 시작되는 짝짓기를 앞두고 지방을 축적하기 위해 먹이를 찾아 헤맨다”며 “날씨가 추워지는 탓에 월동을 준비하는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짝짓기 후 새끼를 벤 암컷은 포유기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먹이를 필요로 하며 자연스레 먹이가 많은 농경지나 도심으로 이동하게 된다. 멧돼지는 한꺼번에 6~8마리의 새끼를 낳기 때문에 태어난 새끼로 인해 ASF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는 위험도 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북한 평안북도 쪽에서 ASF로 인해 돼지가 멸종된 사례가 있다는 얘기가 돈다”며 “남한도 초기에 대응을 잘못하면 저런 꼴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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