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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규제 위기가 곧 혁신의 기회...R&D혁신 특별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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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규제 위기가 곧 혁신의 기회...R&D혁신 특별법 필요"

2019.10.18 04:47
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지난달 27일 소재 장비 부품 대응 전략과 연구개발 혁신 특별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신영 기자
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지난달 27일 소재 장비 부품 대응 전략과 연구개발 혁신 특별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신영 기자

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종종 전쟁터의 ‘장수’에 비유된다. 7월 초 일본의 소재, 부품, 장비 수출 규제에 맞서 국내 중소기업과 연구기관의 연구개발(R&D)에 일대 혁신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이를 이끌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때마침 소재 분야의 대표적인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화학연구원장에서 과기혁신본부장으로 발탁된 김 본부장이 적임자로 떠올랐다. 김 본부장에게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 계기는 8월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정부의 R&D 투자전략을 발표하는 공개된 자리에서 “과학기술인들이 이번에야말로 결기를 보여주어야 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과학자 출신의 행정가가 동료 과학계에 호소하며 보인 눈물은 곧 화제가 됐다. 

 

김 본부장을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회의실에서 만났다. 이른 아침 회의실에 들어선 그의 손엔 진한 커피가 들려 있었다. 전날 경남 창원과 거제를 거쳐 밤차로 서울에 도착했다고 했다. 인터뷰 뒤에는 여러 장차관이 참여하는 다음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피곤할 법도 한데, 표정은 오히려 들떠 보였다.

 

“현장에 가보니 희망이 보였습니다. 일본 규제에 대항해 긴급히 100여 개 소재, 부품, 장비 품목을 선정해 상세히 우리의 역량과 글로벌 시장 상황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어제 방문한 지역은 이들 품목 가운데 한 분야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가 해낼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고무적이었습니다.”

 

김 본부장은 지난 5월 과기정통부의 두 번째 과기혁신본부장에 발탁됐다. 과기혁신본부는 당초 노무현 정부 때 잠시 존재했다가 사라진 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부활했다. 과학기술 정책을 정비하고 각 부처에서 나눠 수행중인 정부 R&D를 큰 틀에서 조정하는 콘트롤타워다. 예비타당성조사 절차와 내용을 R&D 특성에 맞게 현실화하고 ‘영수증 풀칠’로 대표되는, 연구 효율성을 해치는 각종 규제를 합리적으로 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역할만으로도 숨가쁠 텐데, 취임 뒤 한 달 여 만에 일본 규제 사태가 터졌다. 신약을 30년 연구한 화학 전문가인 그는 자연스레 소재부품 R&D 및 투자까지 챙기게 됐다.

 

“화학연 원장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혁신본부장에 와 늘 마음에 빚이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소재부품 사태가 터지니 연구자이자 전임 기관장으로서 울컥한 마음이 들었나 봅니다.”

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지난달 27일, ″소재 부품 장비 분야 일본의 수출규제는 위기지만, 한국의 연구개발을 혁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신영 기자
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지난달 27일, "소재 부품 장비 분야 일본의 수출규제는 위기지만, 한국의 연구개발을 혁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신영 기자

지난 8월 공개한 대책은 정공법이다. 우선 2022년까지 5조 원의 연구비를 집중 투자해 일본에 뒤쳐진 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술을 서둘러 국산화한다는 목표다. 이 계획에 따르면 100여 개 관련 품목을 한국의 기술 수준과 대체(수입다변화)가능성을 기준으로 네 가지로 분류한다. 각각의 상황에 따라 대책을 세분화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기술 수준이 낮은데 수입다변화 가능성이 높다면 우선 대체품을 빨리 투입하고 장기적으로 원천기술을 개발해 ‘반전’을 노려야 한다. 정부 R&D 지원도 거기에 맞춰 원천기술의 장기 지원으로 가야 한다. 김 본부장은 “올 연말까지 100여 개 품목을 모두 이렇게 분석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정부 투자액이 크게 늘면서 ‘눈먼 돈’을 누군가 타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본부장은 “혁신본부에 기술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시급히 면제시킨 소재 연구 R&D라도 예산의 적정성을 꼼꼼히 검토해 낭비 없이 투자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D 외에 세제 금융 지원 대책도 함께 마련해 실현 가능성을 높였다.

 

김 본부장은 최근 ‘국가R&D 혁신을 위한 특별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분주하다. 그동안 정부 R&D가 여러 부처청에서 이뤄지는데도 이를 관리할 제대로 된 규정이 없었다. 부처와 기관이 각기 따로 복잡한 연구관리시스템과 세부규정을 만들다 보니 관련 규정만 130여 개에 이른다. 연구비를 받을 때마다 복잡한 규정을 따져야 하는 고통은 고스란히 연구자들의 몫이 돼 왔다. 몰라서 규정을 지키지 못하면 ‘연구부정’을 했다는 꼬리표도 붙었다. 특별법안은 이를 법으로 제정해 혼란을 줄이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김 본부장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현장의 어려움은 대부분 법률 자체가 아니라 세세한 규정에 있다”며 “특별법 외에 시행령과 시행규칙도 세부적으로 마련해 연구자의 연구 집중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특히 “행정 전문화를 통해 연구자를 행정 업무에서 벗어나게 한 것과 기계적으로 매년 과제 평가를 받지 않고 연구 특성에 맞게 서로 다른 주기로 평가를 받게 한 부분이 연구자로서 마음에 든다”며 “연구 현장의 바람을 담은 만큼 실효성 있게 현장을 변화시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소재 부품 장비 규제는 국가적으로 위기지만 앞으로 과학기술이 어떻게 혁신해야 할지를 제시해 준 기회기도 하다”며 “R&D에서 혁신의 바람을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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