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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N사피엔스] 케플러의 행성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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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N사피엔스] 케플러의 행성법칙

2019.10.31 18:00
케플러의 면적속도 일정의 법칙은 우리 일상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있다. 피겨 스케이팅에 스핀 동작이 있다. 김연아 선수의 주특기인 3회전 점프 모습. 연합뉴스 제공
케플러의 면적속도 일정의 법칙은 우리 일상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있다. 피겨 스케이팅에 스핀 동작이 있다. 김연아 선수의 주특기인 3회전 점프 모습. 연합뉴스 제공

요하네스 케플러는 20대에 《우주의 신비》를 쓸 때부터 스승인 티코 브라헤와 달리 태양중심설을 신봉했다. 케플러가 수년에 걸쳐 브라헤의 관측 데이터를 분석해서 얻은 결과는 케플러의 행성법칙으로 알려져 있다. 케플러의 행성법칙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제1법칙은 타원궤도의 법칙이다.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의 궤도가 원이 아니라 타원이라는 말이다. 원궤도와 타원궤도는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르다. 원은 평면 위 하나의 고정된 점에서 똑같은 거리에 있는 2차원 점들의 집합이다. 이 정의에 따라 원을 그리려면 고정된 점에 실을 묶고 실의 다른 끝에 펜을 매달아 실을 팽팽하게 당기면서 한 바퀴 돌리면 된다. 타원은 평면 위의 고정된 두 점에 이르는 거리의 합이 일정한 2차원 점들의 집합이다. 이때 고정된 두 점을 초점이라 한다. 만약 두 초점에서의 거리의 합이 두 초점 사이의 거리(초점거리)와 똑같다면 원하는 점들의 집합은 두 초점을 잇는 선분이 될 것이다. 따라서 보통 타원을 말할 때는 두 초점에 이르는 거리의 합이 두 초점거리보다 더 큰 경우만 생각한다. 타원을 그리려면 초점거리보다 더 긴 실의 양끝을 각각 두 초점에 묶고 펜으로 실을 팽팽하게 당긴 채로 평면 위를 움직이면 된다. 원은 타원의 특수한 경우로서 타원의 두 초점이 일치하면 원이 된다.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는 1605년 행성의 궤도가 타원이라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다. 위키피디아 제공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는 1605년 행성의 궤도가 타원이라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다. 위키피디아 제공

케플러의 제1법칙에서는 행성이 태양 주변을 타원궤도로 공전하고, 태양은 그 타원의 두 초점 중 하나의 초점에 자리 잡고 있다. 엄밀하게는 태양과 행성의 질량중심을 중심으로 해서 태양과 행성이 모두 회전하고 있지만 행성에 비해 태양의 질량이 워낙 크기 때문에 태양의 움직임은 무시할 수 있다. 원궤도와 타원궤도의 가장 큰 차이는 이렇다. 행성이 태양 주변을 원궤도로 돌고 태양이 그 원의 중심에 있다면 행성과 태양의 거리는 언제나 똑같다. 반면 행성이 타원궤도를 돌면 행성과 태양의 거리는 계속 달라진다. 물론 원궤도에서도 태양이 원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으면 행성과 태양의 거리는 계속 달라진다.

 

타원궤도에서 행성이 태양에 가장 가까워지는 지점을 근일점, 가장 먼 지점을 원일점이라고 한다. 근일점과 원일점을 잇는 축을 타원의 장축이라 하고 그 절반에 해당하는 값을 장반경(semi major axis)이라고 한다. 장축의 중점은 타원의 중심이다. 타원의 중심을 지나고 장축에 수직인 축을 단축이라 한다. 보통 행성의 공전궤도 크기를 말할 때 장반경을 주로 쓴다. 

 

케플러 제 1법칙. 타원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행성들. 태양에서 멀어지면 속도가 느려지고 태양에 가까워지면 속도가 빨라진다. 수학동아 DB
케플러 제 1법칙. 타원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행성들. 태양에서 멀어지면 속도가 느려지고 태양에 가까워지면 속도가 빨라진다. 수학동아 DB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만 타원궤도인 것은 아니다. 지구 주위를 도는 달과 인공위성도 모두 타원궤도를 돈다. 태양과 행성, 행성과 위성 사이에 보편적으로 타원궤도가 나오는 이유는 훗날 뉴턴이 발견한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달도 지구 주위를 타원궤도로 돌기 때문에 지구에 가까워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한다.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까워질 때의 달, 특히 보름달일 때를 ‘슈퍼문’이라고 부른다. 슈퍼문은 보통 때의 보름달보다 약 7% 더 크고 15% 더 밝다.

 

타원궤도 하면 생각나는 일화가 있다. 1998년 8월31일 북한이 광명성 1호라는 북한 최초의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북한은 인공위성을 발사했다고 발표했고 서방에서는 탄도미사일을 쏘았다고 비난했다. 사실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발사체로 탄도미사일에 쓰이는 로켓을 이용하니까 본질적으로 다르지는 않다. 광명성1호를 발사한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인데 여기는 북한의 미사일 기지가 있다. 무수단리의 옛 이름이 대포동이라 미국에서 그 발사체를 대포동1호라 명명했다. 북한식 이름은 백두산1호이다.

 

이 사건을 보도한 국내 일부 언론에서는 자료화면으로 광명성1호가 지구 주위를 원궤도로 도는 장면을 내보낸 반면 북한의 조선중앙TV에서는 타원궤도의 모습을 내보냈다. 북한에서 광명성1호 발사를 기념해 발행한 우표를 보면 확실한 타원궤도가 그려져 있다. 북한의 발표내용에 따르면 광명성1호는 지구에서 가깝게는 218.82km, 멀게는 6978.2km의 타원궤도를 165분 6초 주기로 돌았다고 한다. 


이 보도내용을 보고 기초과학은 역시 북한이 더 잘하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었다. 한편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광명성1호가 1998년 인공위성 목록54번에 올라 있고 그 결과가 성공으로 표기돼 있다고 한다.

 

케플러의 제2법칙은 면적속도 일정의 법칙이라 부른다. 말로 설명하자면 이렇다. 행성이 타원궤도를 따라 공전할 때 태양과 행성을 잇는 직선이 단위시간당 훑고 지나가는 부채꼴 모양의 도형의 넓이는 항상 일정하다. 행성이 공전함에 따라 태양과 행성을 잇는 직선이 공전궤도면을 훑고 지나가는 넓이가 조금씩 커질 텐데 그 넓이가 증가하는 정도가 똑같은 시간 동안에는 항상 똑같다는 뜻이다. 단위시간당 넓이가 변하는 정도를 ‘면적속도’라 정의할 수 있으니까 제2법칙은 ‘면적속도 일정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케플러의 제2법칙. 한 행성과 태양을 잇는 직선이 같은 시간에 휩쓰는 면적은 항상 같다. 수학동아DB
케플러의 제2법칙. 한 행성과 태양을 잇는 직선이 같은 시간에 휩쓰는 면적은 항상 같다. 수학동아DB

행성이 공전할 때 면적속도가 일정하려면 어떤 상황이 전개돼야 하는지 정성적으로 생각해 보자. 행성이 근일점을 지날 때 태양과의 거리가 가장 가까우므로 이때는 태양을 중심으로 한 행성의 회전반경이 가장 짧다. 행성이 근일점을 통과하면서부터는 태양을 중심으로 한 회전반경이 계속 커지다가 원일점에서 회전반경이 최대가 되고, 원일점을 지나면서 다시 회전반경이 줄어든다. 똑같은 각도의 부채꼴이라면 회전반경이 클수록 넓이가 커지므로 같은 시간 동안 같은 넓이의 부채꼴을 만들면서 공전하려면 회전반경이 클수록 부채꼴의 각도가 작아야 한다. 즉, 태양에서 멀어질수록 천천히 공전해야 한다. 반대로 태양에 가까워질수록 빨리 공전해야 한다. 


이 현상은 각운동량 보존이라는 원리와 맞닿아 있다. 각운동량이란 회전하는 물체가 갖는 고유의 물리량으로 회전하는 물체의 질량과 회전반경의 제곱과 회전하는 각속도(단위시간당 각도의 변화)의 곱으로 주어진다. 외부에서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각운동량은 항상 일정한 값을 유지한다. 이것이 각운동량 보존법칙이다. 뭔가 회전하고 있다면 일단 각운동량부터 생각하는 게 좋다. 물리학에서는 어떤 양이든 보존되는 양을 중심으로 현상을 기술하면 편하다. 간단한 산수를 해 보면 행성이 훑고 지나가는 면적속도가 행성의 각운동량에 비례함을 알 수 있다. 이 결과는 미분을 쓰면 아주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케플러 시대에는 미적분이 등장하기 전이었다. 케플러는 화성의 공전궤도를 1도 각도로 쪼개서 일일이 태양과의 거리를 계산해 단위시간당 면적이 일정함을 알아냈다.

 

면적속도 일정의 법칙은 우리 일상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있다. 피겨 스케이팅에 스핀 동작이 있다. 선수의 몸통을 축으로 해서 몸을 회전시키는 동작이다. 빙판 위에서 선수가 팔을 쭉 펴고 돌다가 팔을 오므려 몸통에 바짝 붙이면 갑자기 회전이 빨라진다. 팔을 쭉 뻗으면 팔을 구성하는 분자들이 회전축에서 멀어지므로 회전속도가 떨어지게 된다. “멀어지면 천천히 돈다.” 여기서 팔을 몸에 붙이면 팔을 구성하는 분자들의 회전반경이 짧아지므로 회전속도는 빨라진다. 물론 이 과정을 엄밀하게 기술하려면 피겨 선수의 몸 전체 구조를 다 고려해야 한다. 김연아 선수의 주특기인 3회전 점프도 마찬가지이다. 공중회전에 들어갈 때에는 팔과 다리를 최대한으로 몸에 밀착시킨다. 신체를 구성하는 분자의 회전반경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만큼 회전속도가 커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착지할 때에는 반대이다. 회전을 마치고 착지할 때에는 몸의 균형을 빨리 잡아야 하므로 회전속도를 줄이는 게 유리하다. 회전속도를 줄이려면 회전반경을 크게 해야 한다. 그래서 팔과 다리를 쭉쭉 뻗어 몸의 회전축에서 최대한 멀리 보내는 게 유리하다. 피겨 스케이팅 뿐만 아니라 체조경기 등 신체가 돌아가는 스포츠에서는 모두 적용되는 원리이다. 
케플러는 타원궤도의 법칙보다 면적속도 일정의 법칙을 먼저 발견했다. 행성이 태양에서 멀어지면 느려지고 가까워지면 빨라지는 양상을 간파하고서 행성의 공전궤도가 타원이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케플러 제3법칙. 타원궤도의 공전주기의 제곱은 긴반지름의 세제곱에 비례한다. zum 학습백과
케플러 제3법칙. 타원궤도의 공전주기의 제곱은 긴반지름의 세제곱에 비례한다. zum 학습백과

제1법칙과 제2법칙은 1609년에 발행된 《신천문학》에 주요 내용으로 실렸다. 


마지막 제3법칙은 《신천문학》이 나온 지 9년이 지난 1618년 《우주의 조화》라는 책에서 제시되었다. 제3법칙은 일명 ‘조화의 법칙’으로도 불리는데, 행성의 공전주기와 장반경 사이의 관계에 관한 법칙이다. 케플러는 태양에서 멀리 있는 행성일수록 공전주기가 길어진다는 점을 간파하고 이들 사이에 모종의 규칙이 있으리라 예상했다. 그 결과를 얻기까지 앞선 법칙들을 발견할 때와 마찬가지로 일일이 손으로 계산해야만 했다. 그렇게 여러 시도를 해 본 결과 케플러는 행성의 공전주기의 제곱이 궤도 장반경의 세제곱에 비례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이것이 제3법칙이다. 달리 말하자면 행성의 주기를 제곱한 값을 장반경의 세제곱으로 나누면 그 비율이 항상 일정하다는 것이다.


요즘은 손쉽게 인터넷 검색만 해 보면 각 행성의 공전주기와 궤도장반경 값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친절하게도 지구의 공전주기(1년)와 궤도장반경에 대한 상대적인 비율도 계산해 놓았다. 지구의 궤도장반경은 지구-태양 사이의 거리로서 약 1억5천만 킬로미터이고 이 값을 1천문단위(1AU)로 쓰고 있다. 지구의 경우 주기(=1년)를 제곱해서 장반경(=1AU)의 세제곱으로 나누면 1제곱 나누기 1세제곱이어서 1의 값이 나온다. 케플러가 옳다면 나머지 행성들에 대해서도 주기의 제곱을 장반경의 세제곱으로 나누었을 때 1의 값이 나와야 할 것이다. 


내가 검색해서 찾아본 각 행성의 공전주기와 궤도장반경 값은 다음과 같다. 각 값은 지구의 주기와 장반경에 대한 상대적인 값이다.


수성: 0.241년, 0.387AU
금성: 0.615년, 0.723AU
화성: 1.881년, 1.524AU
목성: 11.862년, 5.203AU
토성: 29.457년, 9.555AU

 

이제 주기를 제곱해서 장반경의 세제곱으로 나누면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수성: 1.002
금성: 1.000
화성: 1.000
목성: 0.999
토성: 0.995

 

브라보! 케플러가 왜 조화의 법칙을 가장 사랑했는지 이해할만하다. 제3법칙을 활용하면 행성의 공전주기만으로도 궤도장반경을 알 수 있다. 


케플러의 법칙은 경험법칙이라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알지는 못했다. 거꾸로 케플러의 법칙 덕분에 행성운동을 지배하는 근본법칙을 후대에 알게 되었다. 바로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다. 대학교 1학년 때 일반물리학을 배우면 시험문제로 흔히 등장하는 게 케플러의 법칙으로부터 (원운동을 가정해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유도하라는 문제이다. 대학원 시절 일반물리학 조교를 하면서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채점을 하다보면 아주 기발한 답변도 많이 보게 된다. 어떤 학생은 이 문제에 대해 만유인력의 법칙은 자연의 근본법칙이므로 케플러의 법칙으로부터 유도할 필요 없이 자명하다는 말만 남기기도 했었다. 


지금은 스웨덴에 속한 벤 섬에는 1936년 이바르 욘슨이 조각한 브라헤의 화강암 석상이 고개를 젖혀 하늘을 우러러보고 서 있다. 브라헤는 죽기 전에 자신의 삶의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의 제자 케플러와 그다지 사이가 좋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케플러는 끝까지 자신이 남긴 데이터를 신뢰했고 그 결과 위대한 법칙을 발견했으니 분명 브라헤의 삶은 헛되지 않았다. 

 

수학동아 DB
수학동아 DB

참고자료

-박성진, 說···說···끓는 ‘대포동’ 진실은 뭘까, 경향신문(2006.6.21.), http://m.khan.co.kr/view.html?art_id=200606201831521

-남궁민, 北매체 “우린 언제든지 위성 쏠 수 있어”, dailynk(2008.8.31.)

-김행수, '중대한 결론' 북, 쳐다만 볼 건가, 오마이뉴스(2013.2.5.),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31556&PAGE_CD=ET000&BLCK_NO=1&CMPT_CD=T0000

-제임스 R. 뵐켈, 《행성운동과 케플러》(박영준 옮김), 바다출판사

 

 ※필자소개 

이종필 입자이론 물리학자. 건국대 상허교양대학에서 교양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신의 입자를 찾아서》,《대통령을 위한 과학에세이》《물리학 클래식》《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아주 특별한 상대성이론 강의》《사이언스 브런치》《빛의 속도로 이해하는 상대성이론》을 썼고 《최종이론의 꿈》, 《블랙홀 전쟁》, 《물리의 정석》을 옮겼다. 한국일보에 《이종필의 제5원소》를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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