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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기연, '달 표면 극한 환경' 세계 최초 구현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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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기연, '달 표면 극한 환경' 세계 최초 구현 성공

2019.11.05 11:46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이달 5일 경기 고양 건설연 일산본원에서 달 표면의 환경을 그대로 재현하는 세계 최대 크기의 ′지반 열 진공 체임버′를 공개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제공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이달 5일 경기 고양 건설연 일산본원에서 달 표면의 환경을 그대로 재현하는 세계 최대 크기의 '지반 열 진공 체임버'를 공개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제공

대기가 거의 없고 영하 190도와 영상 150도를 오가는 극한 환경. 바닥에는 지구와 구성 원소가 비슷하나 훨씬 고운 입자로 구성된 ‘월면토’가 소복이 깔렸다. 인류가 다시 정복하기 위해 시동을 걸고 있는 달의 표면 환경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개발한 가로, 세로, 높이 각각 4.7m의 ‘지반 열 진공 체임버’(DTVC) 속에 구현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이달 5일 경기 고양 건설연 일산본원에서 열린 미래융합관 개관식에서 달 표면의 환경을 재현하는 세계 최대 크기의 DTVC를 공개했다. 이장근 건설연 극한환경연구센터장은 "달과 가장 가까운 환경을 재현하면 달에 장비를 보냈을 때 실패할 확률이 낮아진다"며 "한국처럼 우주개발 역량이 미국 등에 비해 부족한 나라에 필요한 장비"라고 말했다.

 

DTVC는 세계 최초로 월면토와 진공이 공존하는 환경을 구현한 달 표면 환경 실험 장비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건설연에 직접 개발을 요청했다. 2011년 NASA가 개발한 화성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는 흙이 없는 진공 체임버이서 실험한 후 화성과 비슷한 사막에 가서 추가 성능 테스트를 했다. 때문에 NASA는 2016년 한 번에 진공과 흙을 구현할 수 있는 장비를 건설연 극한건설연구센터에 요청했다.

 

NASA가 한국에 이를 맡긴 이유는 흙이 있으면 진공을 만들어내기가 극히 어려워서다. 진공을 만들기 위해 체임버 내부의 공기를 뽑아낼 때 바람이 일어 흙먼지가 날린다. 이 흙먼지가 진공 체임버의 오작동을 일으킨다. 연구단은 흙먼지가 공중으로 날리지 않으면서 진공을 만드는 최적의 대기 흡입 속도를 실험에서 찾아내 진공 환경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달의 기압은 낮에는 지구 대기압의 1조분의 1 수준인 100만분의 1파스칼(Pa) 수준으로, 밤에는 그보다 작은 10억분의 1Pa로 떨어진다. 건설연의 DTVC는 흙이 있을 때 기압을 1만분의 1Pa까지 떨어트릴 수 있다. 이장근 건설연 극한환경연구센터장은 "NASA와 협의를 거쳐 이 정도의 기압이면 연구를 진행하는 데 있어 충분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탐사용 로버 시제품이 월면토가 담긴 흙 컨테이너 위에 올라간 채 체임버로 들어가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탐사용 로버 시제품이 월면토가 담긴 흙 컨테이너 위에 올라간 채 체임버로 들어가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깊이 2m, 최대 중량 25t의 월면토가 DTVC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육중한 철문을 열고 월면토가 담긴 네모난 흙 컨테이너를 넣은 후 다시 닫고 진공을 잡는다. 흙 컨테이너만 갈아주면 다양한 실험을 기다리지 않고 수행할 수 있다.

 

월면토도 '한국산'이 쓰인다. 건설연이 자체 제작했다. 월면토에는 현무암이 주로 쓰이는 데 연구팀은 한국 내 여러 현무암을 평가해 경기 철원의 현무암이 월면토와 가장 가까운 조성을 가진 것을 확인하고 이를 활용했다. 월면토는 우주선과 태양방사선으로 인해 토양이 풍화돼 지구 토양보다 입자가 곱다. 때문에 현무암을 곱게 갈고 200도의 온도로 가열하는 과정을 거친 후 이를 걸러 토양을 생산한다. 공정 대부분은 자동화됐다. 이 센터장은 "사람이 직접 만들때는 하루에 20kg 밖에 만들지 못했다"며 "반자동 설비를 구축해 현재는 하루에 150kg의 월면토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월면토 자체를 달 기지 건설에 쓰기 위한 연구도 수행중이다. 우주로의 발사 비용은 탑재체의 무게와 직결된다. 지구로부터 자재를 가지고 가서는 달에 기지를 건설하는 데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이날 건설연은 월면토를 경화해 만든 지우개 만한 크기의 '소결체'도 공개했다. 이 센터장은 "월면토로 만든 소결체는 현재 콘크리트 강도의 3분의 2 수준"이라며 "지금은 원천기술로 크기를 크게 만드는 것이 이후 과제"라고 말했다.

 

경기 철원의 현무암으로 만든 월면토(왼쪽)와 월면토로 만든 소결체의 모습이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경기 철원의 현무암으로 만든 월면토(왼쪽)와 월면토로 만든 소결체의 모습이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달 착륙선과 탐사 로버가 속속 개발되면서 달 표면 환경에서 이들을 실험하려는 수요도 커지고 있다. 건설연은 NASA뿐 아니라 유럽우주국(ESA) 등 각국 우주기구와 DTVC를 활용한 공동연구를 협의하고 있다. 달의 지반을 파 내려가는 드릴링 실험과 월면토를 건설 재료로 활용하는 실험, 달 탐사 로버의 주행 테스트 등 다양한 실험이 수행될 예정이다.

 

이날 건설연은 월면토 위에서 로버가 주행하는 모습도 공개했다. 월면토를 가득 담은 컨테이너 위에 오른 로버는 연구자의 지령에 따라 앞뒤로 움직였다. 실제 실험은 DTVC 속에서 진행된다. DTVC의 카메라와 로버에 장착된 카메라로 주행 성능을 테스트하고 결과를 분석할 수 있다.

 

달 표면과 같은 극한 환경에서 1m 깊이로 땅을 뚫는 드릴도 2년 째 개발중이다. 이 센터장은 "영하 60도의 월면 동결토를 만들어 성능을 검증하고 있다"며 "고강도의 땅을 뚫고 내려가는 것이 쉽지는 않아 NASA에서도 개발에 1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드릴 하나는 내구성 평가를 위해 남극에 가 있다"고 말했다. 드릴은 남극 장보고기지에서 남극의 해빙을 수십 차례 뜷으면서 내구도 평가를 수행하게 된다.

 

미래융합관에는 DTVC 외에도 월면토를 깔아 달 지형을 재현해 여기서의 장비 성능을 평가하는 모의극한지형실험실과 건설재료 3차원(3D) 프린팅 실험실, 인공지능 및 영상처리 실험실이 차려졌다. 우주 건설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연구실이 모두 모였다. 한승헌 건설연 원장은 “우주라는 초극한 환경에서도 건설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고 인공지능(AI)와 건설 자동화 등 다양한 기술이 융합된 새로운 건설 패러다임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장근 극한환경연구센터 센터장이 극한 환경 드릴을 소개하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이장근 극한환경연구센터 센터장이 극한 환경 드릴을 소개하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이날 건설연은 미래융합관 개관을 기념하는 국제포럼도 열었다. ‘경계를 넘어선 극한 건설’이라는 주제로 열린 포럼에는 ESA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미국 건설업체 ‘트림블’ 등 국내외 다양한 기관의 과학자들이 참석했다. 달 탐사의 사업 현황을 공유하고 극한 환경에서의 건설자동화 연구를 소개했다.

 

버나드 포잉 ESA 국제달탐사연구단 소장은 포럼에서 ESA의 달 표면 우주기지 건설 프로젝트인 ‘문 빌리지’ 계획을 소개했다. 문 빌리지는 3D 프린터로 달 표면에 영구적으로 운영하는 200명 규모의 기지를 짓는 것을 목표로 한다. 건설연과 ESA는 2016년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우주 건설기술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지반 열 진공 체임버'는 달의 토양인 '월면토'가 깔린 진공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월면토가 담긴 컨테이너가 체임버로 들어가면 달과 비슷한 환경에서 달 탐사 로버의 움직임을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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