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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는 작은 발견의 기쁨 중시해야" 노벨상 수상자 케일린 교수 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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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는 작은 발견의 기쁨 중시해야" 노벨상 수상자 케일린 교수 방한

2019.11.05 20:08
2019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윌리엄 케일린 미국 하버드대 데이나파버 암연구소 교수는 5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및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항상성연구단을 방문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작은 발견의 기쁨이 큰 발견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울산=윤신영 기자
2019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윌리엄 케일린 미국 하버드대 데이나파버 암연구소 교수는 5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및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항상성연구단을 방문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작은 발견의 기쁨이 큰 발견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울산=윤신영 기자

“과학자는 긍정적이어야 합니다. 인생이 실패와 좌절의 연속이니까요. 그러니 모든 순간을 큰 성공을 위해 투자하지 말고 작은 발견을 통해 ‘소확행(small joy)’을 얻어야 합니다. 이런 기쁨이 10년, 20년 쌓여 큰 발견이 옵니다.”

 

인류의 가장 큰 적 중 하나인 암을 연구하는 노벨상 수상자의 조언은 의외로 소박했다. 하지만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이라 진정성이 느껴졌다.  

 

2019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케일린 미국 하버드대 데이나파버 암연구소 교수(62)는 5일 오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첨단소재연구관에서 가진 기초과학연구원(IBS) 주최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위기 극복 경험을 털어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케일린 교수는 우리 몸의 세포가 산소 공급이 변화하는 환경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 과정을 유전자와 단백질을 사용해 밝혀 피터 랫클리프 영국 프랜시스크릭연구소 교수, 그레그 서멘자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교수 등과 함께 지난달 7일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이날 UNIST 강연 및 7, 8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대한종양내과학회 기조강연을 위해 방한한 그는 “과학의 장점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라며 “남들이 강요하는 ‘임팩트 팩터(IF)’ 등 논문에 점수를 매기는 수치적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작은 발견도 기쁘게 연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케일린 교수의 삶과 연구는 기초과학이 갖는 특유의 ‘예측 불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준 극적인 사례로 꼽힌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던 그는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우연한 기회에 의학으로 진로를 변경했다. 당시 경험에 대해 그는 “암기를 싫어해서 수학과 컴퓨터과학에 관심을 가졌다다가 나중에 진로를 바꿨다”며 “비록 전공은 안 했지만, 젊어서 배운 두 학문이 명확하고 논리적, 비판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의사가 된 이후에도 실험실에서 일하다가 기초연구의 매력에 눈을 떴다. 여기에서 그는 노벨상 수상 업적과는 언뜻 전혀 관련이 없는 유전병 분야를 연구했다. 특히 망막이나 신경, 혈관 등에 악성종양을 발생시키는 유전병인 폰히펠린다우 증후군을 연구하던 중에 이 병과 관련한 유전자가 세포의 체내 산소 농도 감지 및 조절에 핵심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로 그는 20여 년 뒤 노벨상을 수상했고, 이를 응용한 각종 치료제 연구도 활발하다. 유머러스한 성격의 그는 “낚시를 좋아하는 아버지 말씀이, 어디서 낚시를 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는데, 나는 운 좋게 그런 분야를 택했던 것 같다”며 웃었다.

 

그의 연구는 체내에서 산소가 부족할 때 생기는 빈혈과 대사성 질환, 심장마비, 뇌졸중 등 다양한 병과 관련이 있다. 특히 조직 내에 급속도로 세포 수를 늘리는 암은 몸 속 산소를 고갈시키는 대표적 병이다. 암에게 산소를 공급해 줄 혈관의 성장 속도가 느리면 저산소 상태가 돼 암도 성장을 멈춘다. 과학자들은 이 과정을 조절해 암을 치료하려 노력 중이다. 하지만 케일린 교수는 “아직은 갈 길이 멀다”며 “두 가지 관련 단백질(HIF) 가운데 신장암과 관련된 하나(HIF-2)를 조절하는 빈혈치료제가 나와 있지만, 많은 암과 관련이 있는 다른 단백질(HIF-1)을 조절하는 치료제는 아직 요원하다”고 말했다. 그는 “HIF-2를 조절하면 HIF-1도 일부 조절할 수도 있고, 간접적으로 활성을 줄이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지만 약 만들기가 훨씬 까다롭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조차 제약사는 기초과학에 쉽게 투자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며 “20여 년째 제약사의 이사진으로 활동하며 기초연구의 유용성을 설득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초과학과 제약 사이의 연계가 잘 이뤄지도록 하는 게 최근 나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앞으로 발전할 의학 분야로는 유전체(게놈) 해독과 단백질 생화학을 결합한 유전자 기능 연구를 꼽았다. 

 

케일린 교수는 ‘인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구자로 알려져 있다. 이현숙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사람과 사람이 연결돼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것이 과학이다. 케일린 교수는 과학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턱대고 인맥을 넓히는 게 능사는 아니다. 그는 “과학적 안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사람과 협력하고 채용할지, 어떤 자료를 함께 활용할지 등을 결정하는 데 과학적 안목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것은 임팩트 팩터 등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라며 “이런 안목이 아무도 알지 못했던 미지의 연구 분야를 낳고 노벨상을 낸다. 이런 안목은 마치 예술의 안목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노벨상 수상 이후 가장 많이 달라진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과학상을 여럿 받았는데 대중조차 나를 알아보는 것은 노벨상이 유일했다”라며 “그런데 (연구) 시간은 많이 빼앗기고 있다. 시간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벨상은 하나의 형식일 뿐이지만, 젊은 후학에게 ‘열심히 연구하는 게 인류 복지와 삶의 질을 높이는 가치있는 일이라는 것을 전달하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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