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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국제공동연구센터는 어떻게 1년만에 '유령'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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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국제공동연구센터는 어떻게 1년만에 '유령'이 되었나

2019.11.06 16:11

DGIST-LBNL 국제공동연구센터 1년째 감사 조사 이어져

10회 심포지엄 20개 센터중 유일하게 참여 배제· 협력연구도 중단

유령취급 하더니 정작 사업비는 정상 지급중 '자가당착'

 

6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종합기술원에서 개최된 10회 국제공동연구센터(GRDC) 개회식에서 해외 외교관들이 축사를 하고 있다. 해외 우수 연구기관과 국내 기관의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업에서 일부 센터가 논란에 휩싸였다는 이유로 배제돼 논란이다. 정작 사업 지원은 하면서 연구와 행사 참여에서는 배제하고 있어 모순이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신영 기자

6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종합기술원에서 개최된 10회 국제공동연구센터(GRDC) 개회식에서 해외 외교관들이 축사를 하고 있다. 해외 우수 연구기관과 국내 기관의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업에서 일부 센터가 논란에 휩싸였다는 이유로 배제돼 논란이다. 정작 사업 지원은 하면서 연구와 행사 참여에서는 배제하고 있어 모순이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신영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내 연구기관과 해외 우수연구기관 사이의 협력연구를 장려하기 위해 지원하는 국제공동연구센터(GRDC) 협의체가 각 센터의 1년 성과를 공유하는 ‘국제공동연구센터 심포지엄’을 이달 6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종합기술원에서 열었다. 올해 10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에는 GRDC 관계자 및 해외 석학 200여 명을 비롯해 올해 지원을 받은 GRDC들이 지난해 배출한 우수한 논문과 특허를 서로 소개하고 국제 협력을 증진시킬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당연히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주인공’ 중 일부가 빠져 참석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연구 성과가 부진하거나 부실한 결과를 낸 상황이 아닌데도 참여가 제외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의 여지를 남기게 됐다. 

 

6일 과기정통부와 연구재단에 따르면, GRDC 심포지엄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과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가 세운 'DGIST-LBNL GRDC'는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이날 행사에는 올해 지원 대상인 GRDC 센터장과 연구자들이 초대되는 것으로 예정됐다. 하지만 확인 결과 실제 이날 행사에는 DGIST-LBNL GRDC만 빠진채 올해 지원대상 20개 중 19곳만 정식으로 초대됐다. 이 센터는 연락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사가 열리는 시각, 홍정일 DGIST-LBNL GRDC 센터장은 대구 DGIST 교내에 머무른 것으로 확인됐다.  

 

과기정통부는 5일 언론에 사전에 배포한 행사 소개 보도자료에서도 “20개 센터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목록에서는 이 센터에 대한 소개를 아예 누락한 채 19개 센터만 소개했다. 한국연구재단이 6일 현장에서 배포한 성과 사례집 역시 다른 센터에는 3~4쪽씩 할애한 성과 소개 페이지가 없이, 자료집 맨 마지막에 센터 이름과 일반적인 소개만 담긴 1쪽짜리 그림 하나만 실었다. 

 

복수의 과학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센터가 참여에서 제외된 건 과기정통부 감사와 검찰 조사 등으로 1년째 연구에 발이 묶여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로 작용했다. 이 센터는 지난해 11월 신성철 KAIST 총장의 DGIST 총장 재직 시절 연구비 부당 송금 및 제자 편법 지원 의혹이 제기되면서 1년 가까이 과기정통부 감사와 검찰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연구재단은 행사에 제외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피치못할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재단 관계자는 “(논란 이후) 사실상 공동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아는데 센터에 성과를 달라고 요청할 수는 도저히 없었다”며 “어쩔 수 없이 작년 자료집에 실었던 소개 페이지만 실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와 연구재단이 비리 의혹으로 감사와 검찰 조사를 받는 연구센터를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홍보하는 행사에서 제외한 것은 겉으로 보면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 비리 의혹이 제기되지 않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청렴한 센터'들만 모이는 잔칫날에 굳이 '문제아'를 들이는 게 좋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1년 넘게 부처 감사와 검찰 조사가 이어졌지만  아직 정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 논란을 근거로 연구자들의 행사 참여를 배제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나온다. 더구나 해당 센터는 지난해 해외 협력 연구 우수 성과를 인정 받아 과기정통부 장관 표창까지 받았다. 홍 센터장은 아직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인 지난해 11월 9~10일 열린 9회 GRDC 심포지엄에서 2018년 과제평가 결과가 우수하다는 이유로 당시 2명이 받은 과기정통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게다가 우수연구성과지원사업으로 신규 선정돼 2020년까지 지원을 받기로 결정됐다. 연구 성과는 올해도 나왔다. 연구팀은 지난 2월 차세대 정보처리 소자인 ‘3차원 위상 스핀 구조체’에 필요한 핵심 구조를 실제 물질에서 관측하고 움직이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하기도 했다. X선 망원경은 이 연구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이런 점에서 '지우기'의 도가 지나치다는 말이 나온다. 
 

6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종합기술원에서 개최된 10회 국제공동연구센터(GRDC) 개회식에서 해외 외교관들이 축사를 하고 있다. 해외 우수 연구기관과 국내 기관의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업에서 일부 센터가 논란에 휩싸였다는 이유로 배제돼 논란이다. 정작 사업 지원은 하면서 연구와 행사 참여에서는 배제하고 있어 모순이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진은 2019년 지원 받는 20개 센터 가운데 16곳의 포스터가 전시된 전시실이다. 윤신영 기자
6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종합기술원에서 개최된 10회 국제공동연구센터(GRDC) 개회식에서 해외 외교관들이 축사를 하고 있다. 해외 우수 연구기관과 국내 기관의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업에서 일부 센터가 논란에 휩싸였다는 이유로 배제돼 논란이다. 정작 사업 지원은 하면서 연구와 행사 참여에서는 배제하고 있어 모순이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진은 2019년 지원 받는 20개 센터 가운데 16곳의 포스터가 전시된 전시실이다. 윤신영 기자

최고로 해외협력을 잘했다고 칭찬을 들었던 연구센터는 불과 1년만에 사실상 휴업 상태에 빠졌다. 협력연구기관이던 LBNL과는 검찰 조사 및 감사가 이어진 올해 초 이후 협력이 사실상 끊겼다. 논란의 핵심 중 하나였던 LBNL의 X선 현미경 장비 이용 대금의 송금이 중단됐다. LBNL이 공개하고 있는 장비 이용 계획표에 따르면, 올해 DGIST-LBNL GRDC가 확보하고 있는 X선 망원경 사용 시간은 없다.

 

지난해까지 DGIST를 비롯해 국내 연구팀이 센터에서 확보한 사용 시간을 이용해 수십일 이상 자유롭게 장비를 이용했던 사용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 센터는 LBNL과는 공식적인 연락 채널조차 닫힌 상태다. 2012년 말부터 여러 해에 걸쳐 이어져 온 두 기관의 협력이 사실상 물거품이 된 것이다. 연구팀은 센터와 관련되지 않은 연구에서도 하나 둘 배제돼 연구와 교육에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은 이렇지만 사업 진행을 맡은 연구재단은 사업을 중단시키지도 정상화하지도 못한 채 과기정통부 눈치만 보고 있다. 현재 이 센터의 해외 연구와 협력은 중단된 상태지만 사업비는 꼬박꼬박 DGIST-LBNL GRDC에 들어가고 있다. 사업을 중단시킬 근거를 아직 찾지 못해서다. 연구재단 관계자는 “검찰 조사 및 과기정통부 감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없다 보니 지난해 선정한 우수연구성과지원 사업을 따로 중단시킬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일단 예정대로 지급은 이뤄지고 있다. 다만 이후 조사 및 감사 결과에 따라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사업을 중단시킬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지원도 계속 하고는 있지만, 당사자들은 실질적인 연구를 할 수 없는 상태고, 과기정통부와 연구재단도 공개행사와 보도자료에서 이들을 유령처럼 취급하는 웃지 못할 상황에 빠져 있는 셈이다. 과학계에서도 ‘사업 선정 및 지원 따로, 성과 발표 배제 따로’의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애꿎은 연구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식물' 상태가 된 상태를 해소하고 기관과 연구자들이 정상적으로 연구를 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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