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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하는 가짜 의학정보] “항암치료 위험해서 의사들은 안 받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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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하는 가짜 의학정보] “항암치료 위험해서 의사들은 안 받는다고?"

2019.11.07 18:00
유튜브에서 암이나 항암, 암 완치, 암 치료, 암 자가치료, 암 자가치유 등을 검색해보면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온다. 여기에는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의학상식도 있지만,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도 있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에서 '암'이나 '항암', '암 완치', '암 치료', '암 자가치료', '암 자가치유' 등을 검색해보면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온다. 여기에는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의학상식도 있지만,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도 있다. 유튜브 캡처

"동물용 구충제인 펜벤다졸을 먹으면 암이 완치된다. 암의 원인이 기생충이라는 사실은 이미 의약업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돈벌이 때문에 쉬쉬하고 있다." "암 자체로 죽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항암치료를 받다가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는다." "이 때문에 의사들은 암에 걸리더라도 항암치료를 받지 않는다." "균형 잡힌 식단과 꾸준한 운동만으로 암을 없앨 수 있다. 특히 암에 좋지 않은 음식인 고기를 끊어야 한다."

 

최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암이나 항암, 암 완치, 암 치료, 암 자가치료, 암 자가치유 등을 검색해보면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가운데는 평소 의사들에게서는 들어본 적이 없던 이야기들이 많아 애타는 환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암 치료에 대한 정보들이 실제로 근거가 있는 이야기들인지, 이런 정보들을 믿고 따라도 되는 것인지 전문의들에게 물었다.

 

동물용 구충제는 '동물'에게 '기생충 없애는 효과'로만 입증된 것

 

최근 항암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품귀 현상을 빚었던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 머크 제공
최근 항암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품귀 현상을 빚었던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 머크 제공

최근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은 항암치료 관련해 가장 핫한 단어로 떠올랐다. 미국에서 말기 폐암을 진단받은 한 남성이 한 수의사의 조언에 따라 펜벤다졸을 먹고 온몸의 암세포가 싹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렸는데 이 내용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확산된 것이다. 이 소식이 국내에도 퍼지면서 펜벤다졸이 품절되는 일도 일어났다. 최근에는 펜벤다졸이 당뇨병까지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는 영상이 등장하기도 했다. 

 

전문의들에게 ‘동물용 구충제 품귀 현상’에 대해 의견을 물었더니, 다들 "처음에 그 얘기를 듣고 혹시나 내가 놓치고 있는 최신 연구 성과가 나왔나 싶어 인터넷이나 논문, 학회 정보들을 찾아봤다"고 답했다. 물론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학회나 논문 사이트에서는 동물용 구충제가 인체에서 암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는 내용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의들은 "동물용 구충제는 말 그대로 동물을 대상으로 기생충을 없애는 효과로만 쓰이는 약이므로 사람이 암 치료 목적으로 복용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김희준 중앙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약을 개발하려면 치료물질을 찾는 것부터 약물로 개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기 까지 오랜 시간 동안 엄격한 규제를 통과해야 만 한다"며 "동물용 구충제는 동물에게 구충 기능으로만 입증되고 규제를 거친 약제이기 때문에 사람에게 썼다가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백선경 경희대병원 후마니타스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는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처방하는 약들은 표준요법에 해당하거나, 임상에서 약을 쓰지 않은 환자들보다 약을 썼을 때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음이 밝혀진 것들"이라며 "혹시나 추후에 펜벤다졸에 항암효과가 있음이 입증된다 하더라도 현재로서는 항암효과가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남성의 블로그는 문을 닫은 상태다. 

 

이 동물 구충제 외에도 암 완치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것은 이전에도 많았다. 인진쑥이나 갯방풍, 암바렐라, 살구씨 등 다양하다. 김 교수는 "암에 효과가 있다는 식품 등은 유행처럼 돌아가면서 퍼진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암 환자에게 면역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며 당귀추출물을 이용한 한 영양제가 유행을 타고 있다"며 "하지만 이 영양제 성분은 오히려 면역력을 감소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병원에서조차 손 쓰기 힘든 환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병원 밖에서 들은 노하우에 혹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지푸라기'"라며 "확실히 입증이 된 것인지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하라"고 강조했다. 

 

"암보다 항암치료가 더 위험, 의사들은 항암치료 거부한다"는 말은 거짓

 

유튜브 캡처
일각에서는 항암치료가 암보다 위험하며 의사들은 암에 걸려도 항암치료를 받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유튜브 캡처

항암치료 없이도 말기 암을 극복했다는 한 유튜버는 항암치료의 위험성에 대해 강조했다. 특히 전이암과 재발암 등 4기 암 환자에게는 항암치료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항암제를 쓰면 체내에서 그 약에 대한 내성이 생긴다"며 "결국 항암제에 내성이 생긴 암세포가 성질이 더욱 난폭해져서 급격히 성장"한다고 주장했다. 또 "암 환자 중에서 암 자체로 죽는 사람은 1000명 중 1명꼴이고 대부분은 항암치료로 인한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이런 얘기들에 대해 묻자 전문의들은 심각한 표정을 내비쳤다. 백 교수는 "의료진이 항암치료를 진행할 때의 목적은 환자의 생존율과 생존 기간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항암치료를 할 때 항암제에 대한 내성이 생길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약에 대한 내성이 생기기까지 병이 잘 조절이 되고, 병으로 인한 고통이 없으면 그 기간동안 환자는 몸도 덜 아프고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어떤 유튜버는 항암치료 없이도 균형잡힌 식단과 꾸준한 운동, 맑은 공기 마시기, 스트레스 없애기만으로도 암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전문의들은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규칙적인 생활, 올바른 생활 습관을 가지면 치료 예후가 좋아질 수도 있고 자기 만족도도 높일 수 있다"면서도 "식단이나 운동 습관이 바뀐다고 암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기 때문에 항암치료와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영상에서는 암 환자가 먹어서는 안되는 음식을 소개하기도 한다. 육류와 우유, 달걀, 인스턴트음식, 달콤한 빵 등이다. 백 교수는 "암 환자 중에 실제로 고기를 먹으면 암세포가 급격히 성장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하지만 고기를 먹지 않으면 기운이 떨어져 항암치료를 받기가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을 따져 영양소들이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이런저런 조건을 따져 식단에서 음식을 제외하다 보면 결국 편식을 하게 된다"며 "암 환자가 체중이 줄면 합병증에 시달릴 위험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항암치료가 효과가 없고 부작용이 심해 의사들은 암에 걸려도 항암치료를 받기를 꺼린다는 얘기가 돌기도 한다. 백 교수는 "당연히 그렇지 않다"며 "기존에 나와 있는 약들은 임상시험을 거쳐 효과와 부작용이 입증된 것들이고,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 등 점점 좋은 약들이 많이 나오면서 치료방법은 계속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의들은 암 환자들이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정보를 믿고 의지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김 교수는 "유튜브 등에서 자기만의 비법 등으로 암을 완치했다는 사람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전혀 과학적인 근거나 데이터가 없다"며 "새로운 정보를 들었다면 임상시험을 거친 것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유튜브에서 자가치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꼭 그 방법 때문에 암이 나았다고 확인할 길이 없다"며 "유튜브에서 혹하는 정보를 들었다면 먼저 주치의와 상담하고 조언을 듣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에서 항암 관련 정보를 얻고 싶다면 종양내과 학회 등 전문화된 집단에서 운영하는 팟캐스트나 유튜브 채널을 참고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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