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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보험제도 안고치면 면역항암제 도입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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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보험제도 안고치면 면역항암제 도입 어렵다"

2019.11.08 17:57
이달 7일 전남 화순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에서 ′2019 화순국제백신포럼′ 라운드테이블이 열리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이달 7일 전남 화순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에서 '2019 화순국제백신포럼' 라운드테이블이 열리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면역항암제가 암을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국내 보험제도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도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달 7일 전남 화순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9 화순국제백신포럼’ 라운드테이블에서 전문가들은 국내 불합리한 보험 급여 제도가 면역항암제 도입을 가로막고 있다며 제도개선 없이는 한국 도입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득주 GC녹십자 사장은 “면역항암제와 같은 세포치료제가 국민 대부분이 보험에 든 한국 시장에 들어오려면 몇 가지 허들을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급여 여부다. 한국 의료보험은 치료제의 경우 치료하는 병을 정해야 한다. 면역항암제는 면역력을 키워주는 원리로 여러 암에 효능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정해진 병 이외의 다른 병에 약제를 쓰는 것을 인정하지 않아 효능이 있더라도 보험 혜택은 전혀 누릴 수 없다.

 

면역항암제를 치료 효능이 인정된 암 외에 다른 암치료에 쓰려면 ‘비급여 불인정’로 신청을 해야 한다. “약제가 비급여 불인정이 되면 임상에 제한을 받는다” “환자가 치료를 받다가도 치료하고 싶은 약제가 아니다고 하는 순간 치료 기관에서 돈을 다 물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악용하는 환자도 꽤 있지만 법정에 가면 모두 진다”며 “결국 임상을 병마다 새로 해야 하는데 이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 이런 제도가 신약 접근성을 막는다”고 말했다.

 

식약처가 깐깐하게 약품 승인을 하고 있으나 이것이 해외서 인정받지 못해 아쉽다고도 했다. 이 사장은 “약제를 개발하고 한국 시장은 작으니 해외로 간다 하는데 한국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처럼 ‘레퍼런스’가 되지 못해 아쉽다”며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은 매우 깐깐한데 다른 나라에서 받아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FDA의 승인을 받으면 해외 진출이 쉽고 일본 승인도 마찬가지”라며 “외교력과 식약처 간 교류, 오늘과 같은 연구자들의 교류를 모아 한국에서 어렵게 한 것이 외국에서도 인정받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제중 전남대 혈액종양외과 교수도 한국의 현행 의료보험 제도에서는 키메라항원수용체(CAR)-T세포 치료제와 같은 고비용 면역항암제가 들어오기 힘들다고 봤다. 이 교수는 “한국은 의료보험 급여가 국내총생산(GDP)의 2배로 정해져 있다”며 “GDP가 3만 달러라 하면 어떤 약제든 1년에 6만 달러 이하여야 급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1회 치료에 5억 원이 드는 CAR-T 치료가 의료보험에 들어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현행 제도에선 과거에 문제가 됐던 중국 원정 간이식처럼 CAR-T도 중국 원정 행렬이 이어질 것이라 경고했다. 그는 “지금의 개 구충제 사태에서 보듯 환자가 CAR-T가 좋다고 하면 가만 있겠느냐”며 “그럼 환자들이 임상이 자유로운 중국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어 “간이식이 문제가 됐을 땐 환자들이 알아서 갔으나 지금은 환자가 CAR-T를 요구하면 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중국을 가라고 권유하는 상황”이라며 “CAR-T를 한국에서 빠르게 개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프랭크 엠리히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 임상면역학 교수는 유럽의 ‘첨단의료제품’(ATMP) 규정을 소개하고 이는 규제 당국과 연구자 간 대화의 결과로 서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럽은 면역항암제와 같은 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에 관한 특별법을 2007년 마련해 심사 기간을 대폭 줄여줬다. 시판 허가를 받지 않고도 치료제를 쓸 수 있는 ‘병원면제’ 제도도 있다. 엠리히 교수는 “ATMP를 만들 때처럼 유럽은 항상 규제 당국과 대화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규제 당국을 설득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와이너 미국 위스터연구소 부사장은 규제의 문제도 있지만 면역치료제 기술이 고도화될 필요도 있다고 봤다. 그는 “기술이 직관적이고 간단해야 한다”며 “기술을 복합해서 복잡하게 할수록 승인에 걸리는 시간이 길고 환자에게 도달하는 시간도 길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성을 목표로 환자에게 도입되도록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며 “특정 환자군을 기반으로 규제 승인을 우선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외 전문가들은 경쟁이 아닌 협력이 필수라고도 강조했다. 바이오 기술은 선두 주자에게 자원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면 여러 연구가 이뤄지지 못해 다양한 기술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와이너 부사장은 “환자들과 의사들은 리더를 따라가기 때문에 선도적 연구만 참여하게 되고 결국 다른 연구가 어려워진다”며 “이런 걸 감안해 현명하게 준비하고 세계적으로 연구를 디자인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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