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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한 살처분 돼지 침출수, 대장균·항생제 오염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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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한 살처분 돼지 침출수, 대장균·항생제 오염 "비상"

2019.11.12 16:37

경기도 연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따라 살처분한 돼지 침출수가 유출돼 인근 하천에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주민들의 증언이 10일 제기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문제가 제기된 지 이틀이 지난 12일에서야 뒤늦게 “매립한 돼지에서 나온 피가 유출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상수원인 임진강으로 침출수가 유입되지 않도록 긴급 차단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농림부는 매몰지 101곳을 전수조사해 새로운 누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발표했고, 환경부는 인근 4개 지역의 수질을 검사해 식수가 오염되지 않도록 관리할 방침을 밝혔다.


이번 누출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신속히 대처하는 과정에서, 당국이 처리 가능한 수보다 많은 돼지가 살처분되면서 발생했다. 살처분은 사체를 잘라 소각하고 기름 등은 재활용하는 렌더링과 매몰처분 두 가지로 나뉘는데, 렌더링만으로 처리하기에 부족해 매몰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차량에 쌓아둔 돼지에서 침출수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마침 내린 비로 침출수는 인근 150m 떨어진 작은 하천으로 흘러들어갔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상수원인 임진강으로부터 16km 떨어진 곳이다.


정부는 이번에 사체에서 나온 침출수는 소독돼 인체에는 무해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매몰된 사체에서 발생한 침출수는 환경과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2010년 구제역 사태 이후 여러 국내 연구를 통해 밝혀져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체에서 발생하는 침출수는 자연에서 발생하는 오염물보다 분해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강미아 안동대 환경공학과 교수팀이 2013년 ‘지질공학’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침출수는 일반적인 오염수와 달리 초기보다 약 한 달(28일) 뒤 유기물의 농도가 높아지는 특성을 보였다. 보통은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해 유기물 농도가 낮아지는데 반대인 것이다.

 

이렇게 미생물이 잘 분해되지 않고 남은 유기물질을 난분해성유기물질이라고 하는데, 침출수는 난분해성유기물이 초반보다 높아졌다. 또 난분해성유기물질의 특성도 자연의 오염물과 달랐다. 물에 잘 녹는 특성을 지닌 유기물의 비율이 50% 이상으로 자연 오염물의 2배가 넘었다. 침출수의 환경도 산소가 부족해 산소를 이용해 유기물을 분해하는 미생물의 활동에 불리했다. 반면 암모니아 이온의 농도도 높았다. 사체에서 분해된 질소가 대부분 암모니아 이온의 형태로 존재했기 때문이다.


사후 번식하는 세균 등 병원체도 문제다. 풍부한 유기물과, 산소가 공급되기 어려운 독특한 매립지 환경은 일반적인 오염과 다른 병원체를 형성한다. 박천영 조선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팀 역시 2013년 ‘지질공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침출수 환경이 미생물의 활동에 의해 용존산소가 부족한 상태이며 이는 미생물의 번식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대장균은 침출수가 발생한 초기 몇 달 사이에 가장 많이 번식했다. 가축 분뇨에서 분석한 총 대장균군보다 1226배 많이 검출됐다. 생활하수에 의해 오염된 하류 하천보다는 82배 높았다. 대장균 수는 이후 20개월이 지난 뒤에 초기의 1767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해외 연구에서도 가축매몰지 내부 토양에서는 다양한 병원체가 번식한다는 사실이 확인돼 있다. 살모넬라와 장티푸스균, 수인성 원생동물문 등이 검출되고 있다. 특히 스파에리쿠스라는 미생물은 뇌수막염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침출수가 나온지 20개월 뒤에는 바실러스 균이 검출됐는데, 식중독과 설사를 일으킨다.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한 치료법과 백신은 아직 개발돼 있지 않다. 그래서 국내뿐 아니라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 어디든 한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을 때 가장 강력한 방역 방법은 살처분이다. 하지만 침출수는 환경과 건강에 유해하므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사진은 러시아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농가의 돼지들을 살처분하는 장면.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한 치료법과 백신은 아직 개발돼 있지 않다. 그래서 국내뿐 아니라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 어디든 한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을 때 가장 강력한 방역 방법은 살처분이다. 하지만 침출수는 환경과 건강에 유해하므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사진은 러시아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농가의 돼지들을 살처분하는 장면.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바이러스나 세균 외에도 문제가 될 성분이 많다. 대표적으로 가축이 평소 맞은 항생제다. 환경에 노출된 항생제는 생태계에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등을 생성할 가능성이 있다. 옥용식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팀은 2010년 발생한 구제역으로 전국 4700여 지역에 가축 매몰지에서 발생한 침출수가 주변 환경에 얼마나 많은 축산용 항생제에 오염돼 있는지 조사해 2014년 ‘응용생물화학저널’에 발표했다. 대표적인 축산용 항생제인 테트라사이클린과 설파메타진, 옥시테트라사이클린, 설파메톡사졸 등을 조사한 결과, 테트라사이클린과 설파메타진이 매몰지 내 농도가 인근 농경지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설파메타진은 최대 6.9배 농도가 높았다. 연구팀은 “매몰 사체에 함유된 항생제가 매몰지 및 인근 토양에 축적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며 “농작물에 흡수돼 인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돼지 사체를 잘게 잘라 소각한 뒤 나오는 기름 등은 재활하는 방법(렌더링)을 우선적으로 활용하되, 추가로 발생하는 살처분 가축은 전통적인 매몰 살처분을 이용해 처리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에 제3의 대안이 될 새로운 살처분 방법은 없는지도 관심을 모은다. 기보민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연구원은 2017년 박사학위 논문을 통해 매몰법을 개선한 새로운 '매몰-퇴비화법'을 제안했다. 사체 위해 퇴비를 1~2m 깊이로 덮는 방법의 매몰법으로, 실험 결과 매몰 뒤 내부 온도를 10도 높에 유지할 수 있었고, 중온성 및 고온성 세균이 번식해 빠르게 사체를 분해했다. 그 결과 일부는 3년이 지나도 사체가 분해되지 않은 일반 매몰법에 비해 훨씬 빠른 243일 뒤 사체가 붕괴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체 분해 속도가 훨씬 빨라진 것을 확인했다. 또 악취를 퇴비가 흡수해 저감하는 효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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