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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물 주입하면 큰 지진 발생하는 지질구조" 지열발전 조사 부실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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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물 주입하면 큰 지진 발생하는 지질구조" 지열발전 조사 부실 정황

2019.11.15 14:22
세르지 사피로 베를린자유대 교수가 이달 15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 서울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세르지 사피로 베를린자유대 교수가 이달 15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 서울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2017년 11월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5 지진의 진원지가 지질학적으로 물을 주입할수록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지역이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지열발전 과정에서의 물 주입량을 분석해보니 규모 5.5의 포항지진이 일어날 확률은 15%로 나타났고 이를 초기에 중단했다면 확률을 1%로 줄일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주장은 당초 지열발전을 준비하면서 사전에 충분한 지질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현재 포항지진을 두고 진행되는 소송에서 중요한 근거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세르지 샤피로 베를린자유대 교수는 이달 15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서울에서 열린 ‘2019 포항지진 2주년 국제 심포지엄’에서 “‘구텐베르크-리히터 법칙’으로 포항지진의 상황을 분석해보니 물 주입을 미리 멈췄다면 규모 5.5의 지진을 1% 미만 확률로 줄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구텐베르크-리히터 법칙은 지진학 법칙 중 하나로 지진의 규모와 횟수 사이 관계를 설명하는 공식이다. 특정 규모의 지진보다 큰 지진이 일어날 확률을 보여준다. 지진지수(SI)와 b값으로 정의한다. SI는 지역 특성을 고려한 상수로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높으면 큰 값을 가진다. b는 큰 규모의 지진이 b의 10배수로 나타날지를 정의한다. 규모 3보다 2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10배 높다면 b는 1이다. b가 낮으면 더 큰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사피로 교수는 이를 수정해 유발 지진과 촉발 지진에도 도입할 수 있는 공식을 만들었다. 공식의 상수인 SI와 b값은 지진이 일어난 지역에 주입한 물의 양과 이로 인해 일어난 지진을 토대로 얻어냈다. 사피로 교수는 “지진의 숫자가 물 주입량이 늘어나면 비슷하게 늘어나는 공식”이라며 “상수값은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따라 정의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열발전으로 인한 유발 지진의 대표적 사례인 스위스 바젤에서도 이 공식이 잘 들어맞았다"고 말했다.

 

포항의 SI값은 물을 5차례 주입하는 과정에서 점차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사피로 교수는 “처음에 주입했을 때는 SI값이 –2였으나 3번째 물을 주입한 2017년 4월 이후 규모 3.3의 유발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1 가까이 늘어났다”며 “SI가 높아지는걸 보면 활동을 중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항의 SI 수치는 스위스 바젤의 값인 0.25보다 낮은 수치다. 대신 b값은 크다는 지적이다. 사피로 교수는 “포항의 b 값은 0.65로 바젤의 b 값인 1.44보다 크게 나타났다”며 “지질학적으로 살펴보면 큰 지진이 날 확률이 높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물 주입을 멈춘 시점에 따른 포항지진의 발생 확률이다. 가로 축은 지진의 규모, 세로 축은 발생 확률이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물 주입을 멈춘 시점에 따른 포항지진의 발생 확률이다. 가로 축은 지진의 규모, 세로 축은 발생 확률이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이 공식으로 계산한 결과 포항 지층에 5841㎥의 물을 주입했을 때 포항지진의 규모인 5.5 이상 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15%로 계산됐다. 사피로 교수는 “과거 유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주입을 저지했으면 가능성이 줄어들었을 것”이라며 “3.3 규모의 유발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3%, 2번째 물을 주입한 이후 2.3 규모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1% 미만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구텐베르크-리히터 법칙은 작은 규모의 지진은 예측 가능하나 확률이 낮은 큰 규모의 지진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사피로 교수는 “약간의 편차는 있다”면서도 “포항지진은 (법칙을) 적용하기 좋은 모델”이라고 답했다.

 

사피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초기적인 연구결과로 포항 주변 환경의 80~90%를 반영했다고 본다”며 “지질의 이중성, 수리모델 등을 감안하면 더 확실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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