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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남의 실패에 웃고, 성공에 우는 이들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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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남의 실패에 웃고, 성공에 우는 이들의 공통점

2019.11.16 07:00
다른사람의 성공에 위기감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다른사람의 성공에 위기감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독일어와 영어로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란 타인의 불행을 기뻐하는 마음 상태를 말한다. 예컨대 친구가 시험을 잘 못 봤을 때 ‘아이고 저런’이라고 하면서 속으로는 내심 기뻐하는 상황 말이다. 생각해보면 타인이 망했다고 해서 내 성적이 나아지거나 운동 실력이 좋아지는 등 별다른 이득이 없을 때가 많은데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뭘까?


타인의 실패에 기뻐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타인의 성공이 나의 자아상에 위협이 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내가 잘 하고 싶고 나의 자존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영역에서 어떤 사람이 나보다 더 잘 나가는 걸 보게 되면, 상대적으로 내가 낮아진 것만 같은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반대로 그 사람이 망하면 내 가치가 상대적으로 올라가는 느낌을 얻게 된다. 결국 자존감을 지키고 싶어서, 내가 잘 나가고 있다고 믿고 싶어서, 계속 우쭐하고 싶어서 타인이 망하길 바라게 된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레이던대 심리학과 빌코반 반 다이크(Wilco van Dijk) 교수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대학생들에게 잘 나가는 한 학생의 인터뷰 내용을 들려준다. 이 학생은 아주 뛰어나서 성적도 좋고 아마 취직도 잘 될 거라는 내용이다. 그러고 나서 최근 소식이라며 사실 이 학생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겨서 졸업 논문을 엉망으로 썼고 따라서 졸업이 늦춰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는 학생들에게 내심 얼마나 안도했는지, 이 학생이 잘 안 돼서 얼마나 다행이라고 느꼈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이 학생이 잘 나간다는 소식에 자신이랑 비교돼서 싫다며 위기감과 자존감에의 위협을 크게 느낀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더 이 학생이 잘 안 돼서 다행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자신을 불만족스럽게 여기고 타인을 심하게 의식하는 사람들이 타인의 성공에 더 쉽게 위기감을 느끼고 타인의 실패에 더 큰 안도감을 느끼는 현상도 확인됐다. 하지만 평소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기더라도 굳이 잘 나가는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고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은 타인의 실패를 고소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비슷하게 자신의 가치를 높게 여기지만 여전히 비교에 취약한 사람들은 타인의 실패에 기뻐했다. 결국 타인과 비교해서 ‘우월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려는 욕구가 사람들로 하여금 타인의 불행을 기뻐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타인과 비교해서 우월한 위치를 확인하는 식으로 내 자아를 '받들어 모시는' 습관이 문제라면, 우월감을 재료로 삼지 않는 건강한 자존감의 원천을 확보하게 하면 어떨까? 이런 생각에 착안해서 연구자들은 사람들에게 자기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떠올려 보게 했다. 


일반적으로 내 삶에 있어서 ‘진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또 그 이유는 무엇인지 떠올리는 과정을 자기 확인이라고 한다. 계속해서 배우는 것, 소중한 사람들과의 깊은 교류, 여행 등 사람들로 하여금 누가 뭐래도 중요한 나만의 가치들을 떠올리게 하면 그것만으로 ‘그래 난 이런 사람이었어! 내 삶에는 이런 의미가 있었어!’라며 자존감이 건강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본 학생들은 자기보다 더 잘난 다른 학생을 보더라도 자존감에의 위협을 받는 일이 적었고 이 학생의 실패에 기뻐하는 현상도 덜 보였다. 


많은 경우 시기심은 실제로 득이 되기보다 나만 괴롭게 만들고 나만 추하게 만들 뿐이다. 또한 당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는 나보다 잘난 사람들의 존재에 계속해서 지옥을 넘나들며 휘둘릴 뿐이다. 비교우위를 기반으로 내 가치를 확인하려 하기보다 변치 않는 나만의 행복, 나만의 가치, 소소한 선행 같은 것들을 통해 내 삶을 뿌듯하게 여길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Van Dijk, W. W., van Koningsbruggen, G. M., Ouwerkerk, J. W., & Wesseling, Y. M. (2011). Self-esteem, self-affirmation, and schadenfreude. Emotion, 11, 1445-1449.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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