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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전문가 "포항 지열발전사업단, 단층 존재 모를 리 없어"서울대·지질연 논문 철회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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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전문가 "포항 지열발전사업단, 단층 존재 모를 리 없어"서울대·지질연 논문 철회주장

2019.11.15 16:54
시마모토 토시히코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가 이달 15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 서울에서 열린 ′2019 포항지진 2주년 국제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시마모토 토시히코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가 이달 15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 서울에서 열린 '2019 포항지진 2주년 국제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2017년 포항지진을 촉발한 것으로 알려진 포항 지열발전 사업단이 지층 하부에 대규모 단층이 있었다는 것을 몰랐을 리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마모토 토시히코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는 이달 15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서울에서 열린 ‘2019 포항지진 2주년 국제 심포지엄’에서 “지열발전으로 인해 촉발된 포항지진을 일으킨 단층대의 존재를 지열발전 사업단이 몰랐을 리 없다”며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시마모토 교수는 포항지진을 촉발지진으로 결론 내린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에 해외조사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

 

시마모토 교수는 포항 심부지열발전(EGS)은 국가에서 처음 하는 사업임에도 너무 시간이 짧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첫 EGS 사업인 펜톤힐 프로젝트는 1974년 시작해 1995년 끝났고 일본 히지오리 EGS도 1986년 시작해 2003년 끝났다. 시마모토 교수는 “한국은 포항 EGS가 2013년 시작해 2017년까지만 진행됐는데 왜 그렇게 서둘렀는지 모르겠다”며 “한국에는 무슨 마법이나 새로운 전략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수년에 걸쳐 지질 구조를 면밀히 파악하는 준비 기간이 필요했는데 포항에서는 이러한 기간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시마모토 교수는 “너무 공학 쪽에만 신경쓴 것 아닌가 한다”며 “시추 전 부지선정도 큰 문제는 없었지만 이후 연구가 잘 안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물을 주입하기 위해 땅을 드릴로 파내려가던 도중 단층의 존재를 알리는 ‘단층암’이 나왔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는 지적이다. 시마모토 교수는 “돌을 쪼개면서 나오는 암석을 보면 지하 3.8㎞ 지점에서 입자가 매우 고운 단층암이 나온다”며 “12m 정도 걸쳐 단층암의 비율이 47% 정도 나오는데 단층이 보통 3~4m 두께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단층인지 유추할 데이터다”고 말했다.

 

단층암에서는 나무조각이나 조개껍데기도 발견됐다. 이는 땅을 파는 과정에서 넣은 물로 만들어진 진흙(이수)이 유출되자 이를 급하게 막으려 시도한 정황이라는 지적이다. 이수가 유출됐다는 것은 지역에 단층면이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시마모토 교수는 “이수 유출이 났을 때 이를 막기 위해 자재를 아무거나 막 넣은 것”이라며 “이수 유출이 많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포항지역에서 이수 유출이 많았다는 것도 자료로 존재한다. 시마모토 교수는 “스위스 업체인 게오에네르기가 포항에서 드릴을 팠을 때 정리한 자료를 보면 이수 유출이 많은 곳이 있다고 나온다”며 “지속적으로 이수 유출이 발생했다는 자료도 있는데 이것은 단층대가 넓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포항 EGS 사업단이 이를 알았느냐는 점이다. 시마모토 교수는 몰랐을 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업단은 두 개 단층면에 대해 보고서에 기술하고 있다”며 “이들은 단층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철저한 분석조사는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단층 위치에 대한 분석은 철저히 틀렸다”고 말했다.

 

단층면은 EGS에서 중요하게 분석해야 하는 요소다. EGS는 땅에 물을 주입해 물이 흐르게 만들어 지열로 데워지게 하는 방식인데 단층면을 사이에 두고 물을 주입하면 물이 단층면 너머로 넘어가며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시마모토 교수는 “두 개의 지열정에 물을 주입한 것은 결과로 보면 사실상 다른 층에 직접 액체를 주입한 것으로 지진 위험성을 키운 것”이라며 “이런 지질학적 상황이 있다면 EGS가 안전할 수 없는데 제대로 분석해서 수행한 거라면 더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EGS에 관한 규제나 법적인 가이드라인은 없다. 때문에 포항 EGS 사업단은 미국 에너지부의 가이드라인을 참조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단층면이 있을 때 물을 주입하면 위험하다는 내용이 언급돼 있다. 시마모토 교수는 “미국 에너지부의 가이드라인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가이드라인을 보면 대규모 단층면에 주입을 하면 위험하다는 지진 촉발 위험에 대해 기재돼있고 개발자들도 이것을 참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안전 신호등 시스템이다. 물을 주입해 미소지진이 발생하면 규모에 따라 물 주입을 진행할지 멈출지를 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포항 EGS 사업단은 신호등을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물 주입을 중단한다는 것을 2.5로 임의로 상향 조정해 2016년 국회에서 이를 지적받고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포항 EGS 사업단은 2018년 게재된 논문에 포항 EGS를 소개하며 기존 신호등 체계를 넣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국제학술지 ‘재생 및 지속가능한 에너지 리뷰’에 서울대와 EGS 사업을 진행한 업체인 넥스지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원들이 발표한 논문을 보면 상향 조정하기 전 신호등 체계가 그대로 소개돼 있다. 시마모토 교수는 “사견을 말씀드리면 논문은 철회되거나 수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마모토 교수는 “결론적으로 직접적인 단층 주입을 대규모 도시에서 진행해도 되느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발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가 너무 지질공학적으로 집중됐다”며 “지질학과 지진학 연구 선행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자료가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정부에서 지원한 것임에도 자료를 외부에 공개하고 있지 않다.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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