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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하는 가짜 의학정보] 정신질환 자가진단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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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하는 가짜 의학정보] 정신질환 자가진단의 함정

2019.11.20 17:35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유튜브에서 검색해보면 다양한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이 중에는 병원에 가지 않고도 자가진단하거나 약 없이도 자가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유튜브 캡처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유튜브에서 검색해보면 다양한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이 중에는 병원에 가지 않고도 자가진단하거나 약 없이도 자가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유튜브 캡처

"정신과 약은 위험하다. 오래 먹으면 종일 졸리고 머리가 멍해진다. 증상이 완화하면 점차 약을 줄이거나 끊어야 한다." "설문 문항에 답하고 점수를 매기면 병원에 가지 않고도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를 자가진단할 수 있다. 병원에서도 이 테스트를 사용한다." "세로토닌 분비를 돕는 음식을 먹으면 항우울제 없이도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다."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지 않고도 정신질환을 스스로 진단하거나 약 없이 스스로 치료하는 비법들이 수없이 많이 올라와 있다. 유튜브에 만연하고 있는 정신질환 자가 진단, 자가 치료 비법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물었다. 

 

정체불명 우울증 진단 설문, 전문가들 "진단 불가능"
 

자가진단 테스트로 가장 많이 올라와 있는 정신질환은 '우울증'이다. 어떤 영상들은 액괴를 주무르는 '힐링' 영상을 배경으로 설문 문항이 나오기도 한다. "병원에서 실제 사용하고 있다"며 시작하는 한 영상은 '자꾸만 마음이 슬프다', '현재 일상생활이 불만족스럽다', '나를 실패자라고 여긴다', '앞날이 비관적이다' 등 질문들에 답하고 총점을 매기면 우울증 여부를 진단하는 방식이다.얼핏 심리테스트처럼 보이는 이 진단법은  점수가 총점 31~40점일 때 '심한 우울증을 시달리고 있으며 매우 위험하다'는 진단을 내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설문에 답을 하는 것을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우울증을 진단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윤현철 고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병원에서도 이런 형식의 설문 테스트를  활용한다"며 "하지만 이외에 환자와의 면담 등 수많은 도구를 통해 병을 진단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병원에서 쓰는 설문 문항은 얼마나 병의 위험도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지 오랜 연구를 거쳐 학계에서 입증된 것"이라며 "인터넷상 설문들이 학계에서 입증된 것인지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공황장애 자가진단 테스트를 소개한다. '호흡이 가빠지거나 숨이 막힌다', '어지럽고 졸도할 듯한 느낌이 든다', '맥박이 빨라지고 심장이 마구 뛴다' 등 13개 문항 중 4개 이상이면 공황장애라고 한다. 역시 이것만으로는 공황장애를 진단할 수 없다. 윤 교수는 "공황장애는 증상이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질환과도 비슷하다"며 "인터넷 설문 결과만 보고 본인이 공황장애인 줄 착각해 심근경색을 치료할 시기를 놓친다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몸이나 정신에 나타난 이상 증세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어떤 병인지 진단받으려면 병원에서 전문의의 진료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유튜브에 퍼진 탓에 임상 검사 퀄리티 떨어지기도

 

유튜브에 정신질환을 자가진단할 수 있는 테스트로 올라와 있는 영상을 캡처한 것. 이 테스트는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사용하는 도구 중 하나인 로샤검사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에 정신질환을 자가진단할 수 있는 테스트로 올라와 있는 영상을 캡처한 것. 이 테스트는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사용하는 도구 중 하나인 로샤검사다. 유튜브 캡처

어느 한 영상은 “이 테스트는 스위스의 정신의학자인 헤르만 로샤가 1921년에 개발한 것으로, 정신과에서도 인격 검사나 정신질환 진단에 사용한다"며 문항과 답, 해설을 소개한다. 문항들은 도화지 한쪽에 물감을 뿌린 다음, 도화지를 반으로 접었다가 펴면 나타나는 '데칼코마니' 그림으로 이뤄져 있다. 영상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림을 보고 거의 비슷한 답을 떠올린다"며 "인격에 문제가 있거나 정신질환자는 특이하거나 범상치 않은 대답을 한다"고 설명한다.

 

일부 영상 과학적 포장하지만 해석은 엉망인 경우 많아 

 

이렇게 생성된 그림들은 대개 나비와 박쥐를 닮았다. 좀 더 창의력을 발휘해보자면 망토를 양옆으로 커다랗게 벌리고 휘날리는 마녀나, 두꺼운 다리를 벌리고 앉아있는 악마, 어떤 것은 볼링공을 들려고 낑낑대는 사람을 연상시킨다. 영상은 그림을 수 초 동안 보여준 뒤 각 그림에 대한 '일반적인 정답과 해설’을 설명한다. "무기를 떠올렸다면 과거 트라우마 때문”이라거나 "사람을 떠올리지 못했다면 대인 관계에 문제가 있을 것", "나비나 박쥐 외에 다양한 것을 떠올렸다면 조현병 가능성", "버섯구름을 떠올렸다면 편집증 가능성"이라는 식이다. 

 

놀랍게도 이 테스트는 실제 임상에서 쓰이는 '로샤검사'다. 하지만 유튜브에 나오는 해설이 100% 맞는 것은 아니다. 윤 교수는 "그림마다 하나의 답이 있는 것이 아니며 임상심리 전문가들이 환자가 그림을 인식하는 과정을 보고 결과를 낸다"고 말했다. 그림에서 연상되는 것이 몇 개인지, 환자가 그림의 어느 부분에 집중해서 주로 보고 있는지, 색깔은 어떻게 보고 있고 형태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그림에 대한 반응 시간과 반응 속도는 어떠한지 등 많은 것을 본다. 그는 "환자가 의사에게 속마음을 다 드러내지 않는 경우 병을 진단하기가 까다로운데, 이런 검사 결과를 참고해 병적인 단서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임상에서 실제 쓰이는 검사가 유튜브 상에 노출돼, 환자를 검사하는 데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문제다. 위의 영상에는 "이렇게 만천하에 노출하면 정확한 검사가 힘들어지니 당장 내리라”고 촉구하는 댓글들이 줄줄이 달려 있다. 윤 교수도 "정신건강의학과 임상에서 쓰이는 검사 내용이 미리 퍼지는 것은 위험하다"며 "영상을 미리 본 사람이 조현병을 숨기기 위해 그림에 대한 다른 답을 말한다면 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신질환을 진단하는 데 실제 쓰이는 로샤검사가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 전문가들은 임상에서 쓰이는 검사가 공개된 탓에, 환자를 검사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우려한다. 유튜브 캡처
정신질환을 진단하는 데 실제 쓰이는 로샤검사가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 전문가들은 임상에서 쓰이는 검사가 공개된 탓에, 환자를 검사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우려한다. 유튜브 캡처

가장 정확한 치료법은 '약물', 의사와 상의해야

 

유튜브에서 '정신질환 치료'를 검색했을 때 자주 나오는 주제는 '정신과 약 부작용' 또는 '정신과 약 중독, 금단현상' 이다. 여러 사람들이 정신과 약을 장기간 복용하면서 겪었던 부작용과 중독현상, 그리고 약을 끊자마자 자유로워졌다는 경험담을 소개한다. 어떤 영상에서는 종교와 관련된 기도와 참선, 굿을 통해 약 없이 치료하는 방법을 소개하기도 한다. 소두구나 사프란, 넛맥 등 특정 향신료에 항우울제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대 의학에서 정신과 질환을 치료하고 증상을 완화시키는 가장 확실하고 검증된 방법은 약물이다. 환자에 따라, 질환에 따라, 증상의 정도에 따라 경두개자기자극법(TMS), 뉴로피드백(뇌기능을 실시간 측정해 뇌파 조절 유도하는 치료법), 인지치료 등 다양한 치료방법을 쓰기도 한다. 그럼에도 상당수 환자들은 부작용이나 중독성, 금단현상 등을 우려해 임의로 약을 끊거나 복용량을 줄이는 경우가 자주 있다. 윤 교수는 "정신과 약은 종류가 다양하고 각각 부작용도 다르다”며 “A약을 먹고 부작용이 나타났다면 다른 약을 처방할 수 있다”며 "‘정신과 약은 부작용이 크다’고 판단해 스스로 끊어서는 안 된다"며 "특히 조현병 약을 마음대로 끊으면 재발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유튜브 영상을 보고 '술을 일주일에 ○일 ○잔 만큼 자주 마시면 알코올 중독 위험이 있다'는 등 정보를 얻거나, 우울증이나 조현병 초기 증상 등을 알고 병원을 찾는다면 병을 예방하거나 조기에 진단,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콘텐츠들을 의사나 병원을 대체하는 진단법이나 치료법으로 맹신한다면 오히려 질환을 더욱 키울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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