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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궤도선 NASA측 제안 긍정적 검토…기술적 어려움 극복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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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궤도선 NASA측 제안 긍정적 검토…기술적 어려움 극복이 과제

2019.11.25 14:52
한국이 개발 중인 달탐사선의 상상도. -사진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이 개발 중인 달탐사선의 상상도. -사진 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오는 2022년 7월 발사 예정인 한국의 첫 달 궤도선의 임무궤도 진입 경로에 관해 새로운 경로를 제안한 가운데, 달 탐사 사업을 담당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NASA의 새 경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 경로는 달까지 가는 데 오랜 시간이 좀더 걸리고 통신 등 일부 분야의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불확실성이 있지만, NASA가 관련 기술 제공을 적극 제안한 만큼 ‘해 볼만 하다’는 기류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공식적인 결정은 외부점검단 등의 검토와 협의를 거쳐 12월 중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과기정통부와 항우연 등에 따르면, 항우연 달탐사사업단장 등 관계자들은 지난 19~21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NASA 존슨우주센터에서 한국 달 궤도선의 임무궤도 진입 경로를 놓고 NASA와 협의를 했다. 이 자리에는 제트추진연구소 등 NASA 산하에서 추진 및 탐사선 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4개 연구기관 담당자도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한국 달 탐사선이 어떤 경로를 이용할지 구체적으로 확정 짓지는 않았지만, NASA측은 한국에 필요한 기술적 지원을 할 뜻을 밝히고, 한국은 이 지원을 이용해 새 경로로 달 궤도선을 충분히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협의 내용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김영은 과기정통부 우주기술과장은 “협의 내용을 자세히 검토하고 기술적 검토를 한 뒤에 결정한 사안”이라면서도 “NASA 측이 기술 지원도 하니 제안을 따르는 쪽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항우연 관계자는 “NASA가 제안한 새 경로는 기존에 추진하던 경로에 비해 더 먼 데까지 움직이고 달 궤도에 진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더 길다”며 “궤도선에 무리가 없는지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협의에 참여한 한 사업단 전문가는 "기존에도 여러 검토 결과를 통해 (새 경로를 따르는 데) 큰 무리가 없다는 결론은 나와 있었는데, 이번에 대면회의는 이를 보다 구체적인 해석을 포함해 다시 한번 신중히 검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외부 점검단과 함께 12월 중으로 본체 영향성 검토를 해 이 문제를 최종 점검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달 궤도선의 진입 경로를 둘러싼 혼선은 9월 10일 과기정통부가 달 궤도선의 임무 기간을 1년 7개월 연장해 22년 7월 발사로 늦추기 전부터 시작됐다. 당시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달 궤도선의 무게를 현실화해 기존 목표치인 550kg을 23% 초과하는 678kg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과 NASA가 개발한 6개의 달 관측 과학 탑재체들의 무게를 모두 고려했을 때, 기존 목표치인 550kg 이내에 맞춰 궤도선을 개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550kg은 애초에 달 궤도선을 한국형발사체에 실어 올리기 위해 결정된 목표치로, 한국형발사체를 이용하지 않게 된 상황에서 구태여 달성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량이 늘어난 만큼 우주 공간에서 경로나 궤도 수정시 연료를 보다 많이 소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기존 경로로 달 임무궤도에 가고 나면 연료가 부족해 기존 목표대로 1년간 달 100km 상공을 공전하는 관측 임무를 충분히 다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00km 상공을 정확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료를 소모해 가며 고도를 미세조정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9월 , 정부는 9개월간은 보다 연료가 적게 소모되는 찌그러진 원 궤도(타원 궤도)로 운영하고, 3개월만 100km 상공을 원궤도로 운영하는 안으로 임무 궤도를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타원 궤도를 운영할 때엔 가까울 때엔 달 100km 상공, 멀 때엔 300km 상공을 지나게 된다. 


이에 대해 달 표면과 거리가 멀어지 만큼 과학 관측 임무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 최원호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당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국내 탑재체는 임무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났다”며 “남극의 음영지역을 촬영하는 NASA 탑재체의 경우는 협의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최 국장은 당시 “NASA는 (100km 상공에서) 12개월 운영하는 데 관심이 가장 많다”며 “(궤도선이 달 표면을) 가장 가깝게 지나는 지점(근지점)을 달의 남극으로 하면 NASA 임무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해 NASA와 이 문제를 협의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문제는 NASA가 한 달 뒤인 10월 대면회의에서 새로운 경로를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NASA는 궤도선이 임무궤도에 진입하는 경로를 수정하면 연료를 절약해 임무 시 활용할 연료가 늘어날 수 있다며 새로운 ‘WSB(Weak Stability Boundary) 전이궤적’을 제안했다.

 

이 경로는 궤도선의 연료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된 방법이다. 지구와 달, 태양의 중력을 적절히 이용해 달 궤도에 진입시키는 방법이다. 궤도선은 행성이나 위성, 태양 등 거대한 천체 사이에서, 마치 고무줄에 매달린 것처럼 당겨지거나 튕겨나가며 움직이게 된다. 문제는 중력이 이끄는 대로 움직어야 해 경로가 길어지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사실이다.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는 약 38만km지만, WSB를 이용하면 80만~120만km 이상 먼 곳까지 돌아서 달에 이동해야 한다. 달까지 이동 기간도 80일 정도로 기존 달 궤도선이 사용하려던 ‘페이징 루프 천이’ 방법의 30일에 비해 약 50일 늘어난다. 페이징 루프 천이는 궤도선이 지구를 중심으로 매우 긴 타원 궤도를 돌도록 한 뒤 달 궤도에 진입시키는 방법이다. 한국의 달 궤도선은 지구를 세 바퀴 반 돌 예정이었다.


한국은 이 제안에 대해 처음에는 난색을 표했다. 기술적 난이도가 훨씬 높은 경로기 때문이다. 우선 중력만 이용해 달에 이르는 궤적을 계산하고 이에 맞춰 궤도선을 운영한 경험이 한국에는 없다. 먼 우주를 지나는 탐사선과 심우주통신을 할 기술도, 경험도 없다. 달 궤도선 개발에 맞춰서 현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의 주도로 심우주통신을 개발하고 있지만, WSB는 더 먼 곳까지 나아가는 경로로 기술적 불확실함이 크다. 거리가 두 배 멀어지면, 통신 신호는 4분의 1로 희미해진다. 게다가 궤도에 이르는 기간은 늘어난다. 통신이 어려운 상태에서 달 궤도 진입시까지 더 오랜 시간 모니터링과 운영을 해야 한다. 항우연 관계자는 “(심우주통신기술이 부족한) 우리는 ‘깜깜이’처럼 이 기간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협의에서 NASA와 한국이 이런 어려움에 대해 기술적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먼저 새로운 궤도선 설계 내용을 바탕으로 WSB 전이궤적을 이용할 때의 분석 자료를 구체적으로 제공했다. 회의에 참석한 사업단 관계자는 "예전에도 궤적 관련 분석자료를 제공 받았지만, 이번에 보다 구체적인 궤적 분석 결과를 제공 받았다"며 "다만 이를 실제로 실현하는 것은 한국의 몫인데, 이 역시 연구자를 (미국에) 파견하는 등 방법으로 실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가 될 통신을 지원하기 위해 NASA는 자체 운영 중인 심우주네트워크의 70m 망원경을 통해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이 관계자는 "통신에서도 기존에 예상되던 어려움 상당수가 해소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NASA가 제안한 궤도를 수용하는 게 달탐사 사업의 '백지화'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백지화라는 측면보다는 다시 원점에서 검토하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는게 우주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과기정통부와 항우연도 임무를 위해 달 궤도로 가는 경로를 둘러싼 다양한 기술적 논의의 한 과정이며 이번 협의로 달 궤도선 협력 연구 자체가 무산될 우려는 없다고 밝혔다. 미국 역시 2024년 시행할 유인 달탐사 임무 ‘아르테미스’ 성공을 위해서는 한국 달 궤도선에 실은 관측장비 ‘셰도캠’을 이용한 달 남극 음영 정보가 필요한 만큼 달탐사 임무의 성공을 위해 적극 협력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임무 기간에 대해서도 "현재의 궤도선 설계를 바탕으로 발사 이후 경로를 논의하는 상황이므로 전체 일정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탐사 전문가들도 "미국 측이 다양한 각도로 의견을 내고 있지만 한국과 사업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히거나 공동 탐사사업을 중단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며 "미국과 사업이 깨질 것이란 일련의 보도는 사업 성격을 잘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이번 협의는 달 궤도선의 임무를 구체화하는 기술적 논의 과정의 일부지만, ‘백지화 논란’까지 나오면서 비판을 받은 데에는 일부 자초한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달탐사 임무가 정권에 따라 여러 차례 임무 일정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당초 2020년 목표로 추진되던 달 궤도선 발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2018년으로 무리하게 당겨졌고, 현 정부 들어 다시 2020년 말로 조정됐다 지난 9월 2022년 7월로 재조정됐다. 재조정된 이유로 달 궤도선의 무게 등 설계를 둘러싼 내부의 기술적 이견에 대해 항우연이 적시에 갈등을 해소하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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