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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평가에 네이처·사이언스·셀 너무 의존할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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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평가에 네이처·사이언스·셀 너무 의존할 필요 없어”

2019.11.25 17:14
데이비드 스윈뱅크스 스프링거네이버 호주뉴질랜드 회장. 김민수 기자.
데이비드 스윈뱅크스 스프링거네이처 호주뉴질랜드 회장. 김민수 기자.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자연과학 분야 세계 최고 학술지로 꼽힌다. 자연과학 분야 대다수 연구자들이 네이처에 연구성과를 논문으로 게재하기 위해 노력한다. 네이처는 자연과학 분야 82개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을 분석해 각 대학이나 연구기관, 저자 소속 국가 등 순위를 매긴 ‘네이처 인덱스’를 2014년부터 발행하고 있다. 

 

이러한 네이처 인덱스를 바탕으로 한 네이처 특집 기획 한국판을 내년 5월 28일 발행할 예정이다. 네이처 본지에 발표될 예정인 한국의 연구성과 특집을 준비하기 위해 방한한 데이비드 스윈뱅크스 네이처 인덱스 개발자를 서울 마포구 소재 네이처 한국사무소에서 만났다. 그는 영국의 세계 최대과학서적 전문 출판사인 스프링거네이처 호주·뉴질랜드 회장을 맡고 있으며 ‘네이처 아시아퍼시픽’ CEO 등을 역임했다. 

 

“연구과제 펀딩을 위한 평가에서 연구자의 논문이 반드시 네이처·사이언스·셀(NSC)에 게재됐는지 집중해서 볼 필요는 없습니다. 네이처 인덱스를 살펴보면 각 분야별로 영향력이 큰 톱 저널들이 많습니다. NSC만 너무 강조하면 과학자들의 연구행위가 왜곡될 수 있습니다. 주제분야별 톱 저널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스윈뱅크스 회장은 연구 논문의 양적 평가에서 질적 평가로 과학기술계 혁신을 모색하고 있는 국내 과학계에 대해 ‘NSC’에 과도하게 의존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물리학회가 발행하는 ‘피지컬리뷰레터스’, 천체물리학 분야 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APJ)’를 비롯해 ‘미국화학회지(ACS)’ 등 특정 분야 톱 저널들이 많기 때문에 정부는 NSC에 의존하기보다는 폭넓게 살펴봐야 한다는 뜻이다. 

 

스윈뱅크스 회장은 아직 많은 국가들이 논문의 질보다는 양을 따지고 있다고 했다. 양을 따지다 보면 연구의 재현성을 고려하지 못하거나 논문 쪼개기, 표절 등 심각한 연구 윤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호주 연구 지원 기관과 유명 대학들과 함께 진행한 포럼에서 호주 정부가 연구과제 평가시 논문 수보다는 최고의 논문만을 제출하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평가기준이 논문의 질로 바뀌면 소수의 논문에 집중해서 연구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자들의 연구행태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처 인덱스는 상위 82개 저널 논문을 분석한 결과를 담은 데이터베이스(DB)다. 82개 저널을 정하기 위해 네이처는 물리학 분야와 생명과학 분야 각각 35명의 과학자들로 구성한 위원회를 꾸려 과학자들이 자신의 논문을 가장 출판하고 싶은 학술지 10개를 선정했다. 여기에 6000여명의 전세계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같은 질문을 하는 ‘글로벌 서베이’를 진행했다. 비교 분석 결과 물리학과 생명과학 분야 위원회와 글로벌서베이에 참가한 과학자들의 결과는 유사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82개의 저널이 정해져 네이처 인덱스를 만드는 밑바탕이 된다. 

 

스윈뱅크스 회장은 “톱 저널로 선정된 82개 저널에서 연간 약 6만편의 논문이 게재되는데 이 중 4~5%가 자연과학 분야”라며 “4~5%에 불과한 자연과학 분야 논문의 인용도는 전체 저널에서 약 30%에 달하는데, 이런 점에서 네이처 인덱스가 ‘하이 퀄리티’ 논문의 지표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네이처는 최근 연구기관이나 대학의 규모, 논문수보다는 논문의 질을 측정하는 새로운 툴인 ‘다이멘션’을 개발했다. 네이처에서 분사한 벤처기업인 ‘디지털사이언스’가 개발한 것이다. 

 

네이처 인덱스는 82종 톱 저널에 게재된 논문을 분석해 순위를 매긴다. 기관 및 국가별 ‘논문수(AC)’와 ‘프랙셔널카운트(FC)’ 점수를 고려한다. FC는 한 논문에 저자가 10명일 경우 저자 한명당 0.1의 점수로 환산된다. 반면 다이멘션은 82종의 톱 저널뿐만 아니라 모든 자연과학 분야 저널의 커버하고 펀딩 정보와 정책, 개인 과학자들의 연구성과, 주제별 강점 분야 등을 가중치로 계산해 분석한다. 네이처 인덱스와 다이멘션을 결합해 나온 것이 ‘네이처 인덱스 노멀라이즈드(Nature Index Normalized)’다. 

 

스윈뱅크스 회장은 “네이처 인덱스 노멀라이즈드를 적용해 보면 2018년 기준 네이처 인덱스 랭킹에서 193위에 그쳤던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네이처 인덱스 노멀라이즈드에서는 21위에 랭크된다”며 “한국의 과학기술원 랭킹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네이처 인덱스 기준 64위였던 KAIST는 네이처 인덱스 노멀라이즈드 기준 25위에, 포스텍은 146위에서 43위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460위에서 54위에,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349위에서 77위에 랭크됐다. 

김민수 기자.
김민수 기자.

다음은 스윈뱅크스 회장과의 일문일답.

 

-한국을 방문한 목적은.

 

“우선 지난주 경북대에서 진행한 ‘유니버시티랭킹포럼코리아’ 행사 발표에 초청받아서 왔다. 이 자리에서 연구의 양보다 질이 중요시되는 현재 트렌드를 발표했다. 두 번째로 네이처 인덱스를 바탕으로 내년 5월 한국 특집 기획이 발행된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과 이공주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을 비롯해 서울대와 고려대, KAIST 등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듣기 위해 왔다.”

 

-네이처의 비즈니스모델은. 

 

“특집 기획을 준비하면 메인 기획에 언급된 기관 및 학교에게 유료 광고 지면을 제공한다. 또 네이처인덱스를 보면 일반 프로필 정보가 제공되는데 여기에 정보를 게재해주는 비즈니스모델도 있다. 연구성과를 짧게 요약해 프로필 정보에 올려주고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프로모션을 제공하는 ‘리서치 하이라이트 서비스’와 고객이 원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압축해서 제공하는 ‘커스텀 리포트’도 있다.”

 

-한국에서는 저널의 영향력을 보는데 여전히 ‘임팩트 팩터(Impact Factor, IF)’를 활용한다. 한계는 없나.

 

“논문인용색인(SCI) 논문에서 임팩트팩터는 연구 분야마다 다르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물리학 저널의 IF와 생명과학 저널의 IF가 같을 수 없다. 실제로 인위적으로 리뷰 논문을 많이 내면 IF가 올라가기 때문에 이 방식을 이용해 IF를 높이는 사례도 종종 발견된다. 최근 추세는 IF로 홍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년 한국 특집 기획을 준비하며 네이처의 비즈니스 관심 지역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일본은 정부가 연구 예산을 삭감하면서 위기에 봉착한 것은 맞다. 이는 일본의 좋지 못한 경제 사정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연구 논문들이 감소 추세이지만 여전히 아시아 지역에서는 ‘빅 플레이어’다. 한국은 떠오르는 과학기술 분야 강국이었지만 1997년 IMF 사태로 한번 가라앉은 적 있다. 최근에 연구 양보다는 질적 혁신을 하고 있어서 흥미롭게 보는 것이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중국은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2005년부터 중국 정부가 논문의 양보다는 질에 집중하면서 드라마틱하게 발전했다.”

 

-연구의 양 중심에서 질적 혁신 전환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를 적용하기 위한 방안은.

 

“일본의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원대학교(OIST)는 교원이 75명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독립적인 연구기관으로 일본은 물론 아시아 지역에서 ‘라이징 스타’가 되고 있다. 1992년 일본 도쿄대가 연구의 질적 평가를 도입하며 초창기에 잡음이 많았지만 현재 거의 모든 일본 주요 대학이 이 방식을 택하고 있다. OIST가 연구의 질적 혁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질적 혁신으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방향을 바꿨다면 이를 어떻게 실행하느냐가 중요하다.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제도를 다듬어야 한다. 특히 연구윤리나 연구자 행동 변화 등 일반 대중들의 과학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좋은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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