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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의 미래병원] 스르르 녹는 나사와 맞춤형 인공뼈가 삶의 질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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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의 미래병원] 스르르 녹는 나사와 맞춤형 인공뼈가 삶의 질 높인다

2019.11.26 08:46
토끼의 아래턱뼈에 이식한 마그네슘합금 뼈 나사가 시간에 따라 녹는 과정. 중국금속학회지 제공
토끼의 아래턱뼈에 이식한 마그네슘합금 뼈 나사가 시간에 따라 녹는 과정. 중국금속학회지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일 흡수성 마그네슘 합금으로 만든 골절합용나사 등 이식용 의료기기에 대한 허가, 심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골절합용나사란 부러지거나 금이 간 뼈를 고정하기 위해 뼈에 이식하는 나사를 말한다. 

 

지금까지는 뼈가 부러지거나 손상됐을 때 뼈에 나사를 이식하는 수술을 하고 나서, 수 주 후 뼈가 회복되면 나사를 제거하는 재수술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흡수성 마그네슘 합금으로 만든 뼈 나사가 개발되면, 뼈가 회복됨에 따라 나사도 스스로 녹아 나사를 제거하는 수술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몸에 남아 뼈나 치아 역할을 하는 임플란트도 기존보다 훨씬 튼튼하고 효율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신텔릭스 제공
독일 신텔릭스사에서 개발한 체내에서 녹는 마그네슘 합금 뼈 나사. 신텔릭스 제공

생체 이식용 뼈 나사는 뼈 닮은 '마그네슘'이 주요 성분

 

마그네슘 합금으로 뼈 나사를 만들면 손상된 뼈를 고정할 수 있고, 뼈 볼트나 핀, 와이어 형태로 만들면 뼈를 고정하거나 조일 수 있다. 뼈를 지탱하려면 그만큼 강하면서도 연성이 좋아야 한다.

 

전문가들이 꼽은 재료 후보는 마그네슘과 철, 아연이다. 금속이므로 뼈를 지탱할 만큼 강도가 크고, 외부 압력에 잘 변하지 않으며, 체내에 이미 다량 존재하고 있어 녹아 흡수되더라도 별다른 부작용이 없어서다. 특히 마그네슘은 합금화했을 때 밀도는 1cm3에 약 1.8g이고 탄성계수42~45GPa(기가파스칼)인데  뼈의 밀도(약 1.9g/cm3)와 탄성계수(약 20GPa)와 비교적 비슷해 가장 적절한 재료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비흡수성 뼈 나사로 쓰였던 스테인리스 스틸, 타이타늄과 비교했을 때 강도와 연성이 낮아 높은 하중을 견디기 어려울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또 마그네슘을 합금화했을 때 체내의 수분과 각종 산성물질, 염소 이온 등과 반응해 부식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마그네슘합금의 종류에 따라 체내 환경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화학반응에 따라 어떤 물질이 생성돼 체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연구하고 있다. 

 

예를 들면 부식을 막기 위해 마그네슘의 순도를 높이거나, 칼슘과 합금해 생체적합성을 높인다. 높은 하중이 가해져도 잘 버티기 위해 아연이나 지르코늄, 스트론튬을 추가하기도 한다. 칼슘과 아연은 마그네슘처럼 체내 다량 존재하고 있고, 지르코늄은 이미 체내 적합성을 인정받았다. 스트론튬처럼 기존에 체내 이식용으로 사용된 적이 없는 재료는 생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금속 입자의 크기와 분포, 결정의 구조, 배치 등을 조절해 강도와 연성, 내식성(부식하지 않으려는 성질) 등을 높일 수 있다. 

 

실제 뼈 대신할 인공 뼈 재료로 타이타늄과 열가소성 수지 PEEK 

스위스 바젤대학병원 연구팀이 인체에 무해한 열가소성 수지인 PEEK로 만든 3D 프린터용 실(위). 이것을 3D 프린터로 적층해 손목뼈(아래)와 광대뼈 등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바이오메드 리서치 인터내셔널 제공
스위스 바젤대학병원 연구팀이 인체에 무해한 열가소성 수지인 PEEK로 만든 3D 프린터용 실(위). 이것을 3D 프린터로 적층해 손목뼈(아래)와 광대뼈 등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바이오메드 리서치 인터내셔널 제공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분해하지 않고 오랫동안 남아 뼈나 관절, 치아 역할을 대신해야 하는 보형물(임플란트)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기존 임플란트는 뼈에 공간을 마련하고 거기에 딱맞는 보형물을 만들어 끼운다. 보형물이 빈 공간에 비해 너무 크면 다시 깎아야 하고, 너무 작으면 새로 만들거나 보조물을 덧대 보완해야 한다. 빈 공간의 모양과 크기에 딱 들어맞는 보형물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최근에는 3D 프린팅으로 보형물을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먼저 보형물을 이식해야 하는 빈 공간을 3D 스캔해 모양과 크기, 구조를 정확하게 분석한다. 그 3차원 설계도에 맞게 생체적합성 재료를 쌓아 3차원으로 만든다.   

 

3D 프린팅의 장점은 어떤 복잡한 구조도 만들 수 있어 이식이 필요한 빈 공간에 꼭 들어맞게 보형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소골처럼 인체에서 가장 작은 뼈부터 두개골, 갈비뼈까지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실제 뼈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다공성 구조도 쉽게 재현할 수 있다.

 

인공 뼈에는 대개 가볍고 단단하면서도 체내에서 부식되거나 해를 끼치지 않는 금속인 타이타늄이나 코발트크롬, 스테인리스 스틸이 주요 재료로 쓰인다. 금속 외에도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나 폴리젖산(PLA), 폴리글리콜산(PGA) 등 생체 적합성이 뛰어난 열가소성수지(열로 연화시켜 성형이 가능한 플라스틱)를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교적 부드럽기 때문에 인공 관절이나 인공 디스크 등에 제한돼 있었다.

 

최근에는 다른 열가소성수지 재료와 마찬가지로 디스크 수술이나 인공 고관절에 쓰였던 폴리에텔에텔케톤(PEEK)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유연하면서도 내구성이 뛰어나고 인체에 무해한데다 다른 재료와 함께 사용하면 밀도와 강도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스위스 바젤대학병원 생의공학과와 외과 공동 연구팀은 실 형태의 PEEK을 3D 프린터로 적층하는 방법으로 골 접합용 플레이트와 두개골 일부, 광대뼈, 손목뼈(주상골)를 만드는 데 성공해 국제학술지 '바이오메드 리서치 인터내셔널'에 발표하기도 했다. 

 

3D 프린팅을 이용하면 환자마다 본인에게 필요한 '맞춤형 임플란트'를 만들 수 있다. 빈 공간에 꼭 들어 맞는 보형물을 이식하면, 보형물을 다시 다듬을 필요가 없어 수술 시간이 짧아지고 염증 같은 부작용이나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 보형물 수명 자체도 길어져 수~수십 년 뒤 재수술할 위험도 낮아진다. 

 

전문가들은 더욱 튼튼하고 안전하며 부작용이 없는 보형물을 만들기 위해, 이들 재료보다 훨씬 실제 뼈의 특성과 가깝게 구현할 수 있는 재료를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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