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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 SF영화의 전설로 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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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 SF영화의 전설로 남나…

2013.12.16 18:00

‘네이처’는 보통 영화 리뷰는 하지 않지만, ‘그래비티’는 진정 위대한 영화다.
- ‘네이처’ 11월 21일자 사설 中


 

허블망원경을 수리하는 임무를 띤 과학자 라이언 스톤(샌드라 블록)의 작업이 여의치 않자 우주왕복선 조종사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가 도움을 주려고 다가간 장면. 클루니가 실없는 농담을 건네는 와중에 폭파된 위성 잔해가 다가오고 있다는 위기경보가 울리면서 이야기는 긴박감있게 진행된다. -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허블망원경을 수리하는 임무를 띤 과학자 라이언 스톤(샌드라 블록)의 작업이 여의치 않자 우주왕복선 조종사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가 도움을 주려고 다가간 장면. 클루니가 실없는 농담을 건네는 와중에 폭파된 위성 잔해가 다가오고 있다는 위기경보가 울리면서이야기는 긴박감있게 진행된다. -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시작할 때 등장인물은 셋. 10분(아마도) 뒤 둘. 30분(아마도) 뒤 한 명. 그 뒤 영화가 끝날 때까지 한 시간 동안 모노드라마.


우주왕복선 익스플로러호 조종사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가 연결선을 풀고 우주 미아가 되면서 홀로 남은 과학자 라이언 스톤(샌드라 블록)의 외로운, 그러나 숨막히는 사투를 지켜보면서 필자는 올해 우리 나이로 50인 이 강인한 여성의 매력에 푹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CG로 눈을 어지럽힐 뿐 느슨한 플롯과 뻔한 스토리(권선징악)로 지리멸렬했던 지난 수년간의 SF영화들에 식상해있던 필자는 3D에 커다란 스크린이라는 이유로 표 한 장에 1만6000원을 지불하며 내심 불안했다. 그냥 동네 영화관에서 볼 걸 그랬나 하면서. 결론은 6만1000원이었더라도 봤어야 할 영화였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필자는 이 영화를 누군가에게 헌정해야 한다면 그는 아마도 아이작 뉴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우리가 소위 ‘고전 역학’이라고 부르는 뉴튼의 운동 법칙이 그림처럼 작용하는 이상적인 공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금은 중학교 물리학 시간에 배우지만 사실 뉴튼의 ‘관성의 법칙’(제1법칙)은 직관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개념이다. 공중에 떠 있는 풍선을 손가락 끝으로 톡 건드리기만 했는데 어떻게 풍선이 영원히 움직일 수 있단 말인가. 공간을 채우고 있는 기체분자(공기)에 부딪쳐 풍선은 몇 센티미터 못 가 뒤뚱거리는 것이지만, 기체분자는 눈에 보이지 않기에 뉴튼 이전의 인류는 이를 깨닫지 못했다.


무중력 상태에 사실상 진공인 우주 공간에서 관성의 법칙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영화는 잘 보여주고 있다.


연결줄을 놓고 우주정거장과 산드라 블록으로부터 멀어지는 조지 클루니는 쿨하게 자신이 우주유영의 기록을 세울 거라고 농담을 던졌지만(여성들이 조지 클루니를 가장 멋진 남자로 꼽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필자처럼 생에 집착하는 사람이 그 상황에 놓인다면 소용이 없을 것임을 알면서도 우주정거장을 향해 사지를 바둥거릴 것이다(물론 그 전에 절대로 끈을 놓지 않아(산드라 블록도 함께 튕겨져 나갈 가능성을 알면서도) 이런 상황이 되지도 않겠지만).


이처럼 조지 클루니가 관성에 굴복하게 된 건 분사 장치(제트팩)의 연료가 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무중력 진공 상태에서 외부의 도움 없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그 반대 방향으로 뭔가를 내보내는 방법뿐이다. 이 역시 뉴튼의 ‘작용-반작용의 법칙’(제3법칙)이 기술하는 내용이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운동량이 보존된다는 뜻이다.


가정이지만 조니 클루니가 우주정거장에서 초속 1미터의 속도로 멀어지는데 만일 질량 5킬로그램인 스패너를 갖고 있었다면, 그는 어쩌면 산드라 블록과 다시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우주복을 입은 그의 질량이 95킬로그램이라면, 스패너를 우주정거장 반대방향으로 힘껏 던져 속도가 초속 20미터만 넘으면(우주정거장 기준) 클루니는 블록을 향해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미터일 때 클루니는 더 이상 멀어지지 않는다. 100×1 = 95×0 + 5×20)  영화는 중력을 받고 공기에 휩싸여 살아가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뉴튼의 두 법칙의 위력을 여실이 보여주고 있다. 


●샌드라 블록, 오스카상 여우주연상 확실시


 

영화 제작 장면. 좁은 공간에서 홀로 갇혀 한 번에 수 시간씩 촬영한 샌드라 블록은 당시 상황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미칠 것 같은, 정말 기괴하고 도전적인 경험이었다”라고 회상했다. -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제작 장면. 좁은 공간에서 홀로 갇혀 한 번에 수 시간씩 촬영한 샌드라 블록은 당시 상황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미칠 것 같은, 정말 기괴하고 도전적인 경험이었다”라고 회상했다. -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필자처럼 과학 언저리를 맴도는 사람들만 ‘그래비티’에서 진한 감동을 느꼈던 건 아닌가보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3년 10대 영화를 선정해 발표했는데 ‘그래비티’가 1위에 올랐다. 또 영국의 영화잡지 ‘엠파이어’도 2013년 50대 영화를 선정했는데 역시 ‘그래비티’가 1위를 차지했다.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는 11월 21일자에 이례적으로 ‘그래비티’에 대한 사설을 싣기도 했다.


실제로 이 영화는 5년 전부터 구상됐으며 진공의 우주공간을 재현하기 위해 수많은 기술을 동원했다. ‘엠파이어’의 기사를 보면 샌드라 블록은 사방 3미터인 입방체 구조의 ‘라이트박스(lightbox)’의 한 가운데서 와이어에 매달린 채 한 번에 수 시간씩 홀로 고립된 채 연기했다고 한다.  블록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미칠 것 같은, 정말 기괴하고 도전적인 경험이었다”라고 회상했다.


내년 3월에 열리는 오스카상(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은 사실상 샌드라 블록의 몫이라는 게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라고 하니 고생한 블록에게는 영화의 흥행성공과 함께 또 다른 보상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물론 놀라운 영화를 구상하고 각본을 쓰고 메가폰을 잡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도 유력한 감독상 후보라고 한다.


사실 영화 ‘그래비티’에는 우주를 둘러싼 정치적 의미도 없지는 않은데, 미국과 함께 오늘날 우주개발의 주도권을 다투고 있는 러시아, 중국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인공이 중국의 우주정거장에서 귀환선 선저우를 타고 지구로 돌아온다는 설정은 우주강국으로서의 중국을 부각시키고 있다.


12월 14일 오후 9시 11분(중국 시각) 중국의 달 탐사 위성 창허3호가 달 착륙에 성공했다.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다. 창어3호에 실린 무인 달 탐사 차량 ‘옥토끼’는 15일 오전 4시 35분 위성에서 성공적으로 분리돼 달 탐사 작업에 들어갔다. 예전 같으면 그런가보다 했겠지만 달 표면을 배경으로 한 옥토끼 사진을 보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래비티’를 보면서 샌드라 블록에게 감정이입이 돼 한 시간 내내 마치 내가 우주공간에 홀로 남겨진 것처럼 가슴을 조였던 기억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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