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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 가장 큰 동물' 대왕고래 심장 1분에 두번 뛴다…사상 첫 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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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 가장 큰 동물' 대왕고래 심장 1분에 두번 뛴다…사상 첫 측정

2019.11.26 18:40
제레미 골드보겐 미국 스탠퍼드대 생물학부 교수 연구팀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테레이 만에서 대왕고래의 몸에 심장박동을 측정하는 심전도 장치를 다는 모습이다. 스탠퍼드대 제공
제레미 골드보겐 미국 스탠퍼드대 생물학부 교수 연구팀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테레이 만에서 대왕고래의 몸에 심장박동을 측정하는 심전도 장치를 다는 모습이다. 스탠퍼드대 제공

최대 몸길이 33m, 최대 몸무게 180t로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인 대왕고래의 심장박동이 처음으로 측정됐다. 도시락 크기의 심전도 장치에 빨판을 달아 고래 피부에 붙여 얻어낸 결과다. 대왕고래는 물속에서 심장이 분당 4회에서 8회 뛰고 가만히 있을때는 2회까지도 떨어졌다. 반면 호흡을 위해 수면으로 올라왔을 때는 최대 37회까지 심박수가 오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제레미 골드보겐 미국 스탠퍼드대 생물학부 교수 연구팀은 대왕고래의 몸에 심장박동을 측정하는 장치를 달아 관측한 결과를 이달 25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연구팀의 심전도 장치를 달고 있는 대왕고래의 모습이다. 사진을 확대해보면 심전도 장치의 모습이 보인다. 스탠퍼드대 제공
연구팀의 심전도 장치를 달고 있는 대왕고래의 모습이다. 사진을 확대해보면 심전도 장치의 모습이 보인다. 스탠퍼드대 제공

야생 대형 고래의 심장박동을 측정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포획된 고래나 사육하는 작은 돌고래에 심장박동을 측정하는 심전도 장치를 붙이는 것과 야생 고래의 심장 근처에 장치를 붙이는 것은 난이도가 다르다. 야생 고래는 돌고래처럼 배를 뒤집지 않아 심장 가까이 붙이기 어렵다. 또 대왕고래는 먹이를 먹으면서 배 부분이 아코디언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장치가 쉽게 떨어져 나간다.

 

연구팀은 고래의 심장박동을 측정하기 위해 네 개의 빨판이 달린 심전도 장치를 고안했다. 심전도 장치와 정보를 저장하는 저장장치, 위치를 알리는 무선통신장치, 카메라 등을 묶은 도시락통 크기의 장치에 빨판을 달았다. 고래의 피부에 붙이면 빨판 사이의 전기 장치가 고래의 심전도 정보를 읽어낸다. 장치가 고래의 몸에 장시간 붙어있다 떨어져 나가면 연구팀이 바다에서 이를 회수해 정보를 분석할 수 있다.

 

대왕고래에서 떨어져 나간 심전도 장치를 회수하는 모습이다. 스탠퍼드대 유튜브 캡처
대왕고래에서 떨어져 나간 심전도 장치를 회수하는 모습이다. 스탠퍼드대 유튜브 캡처

연구팀은 장치가 작동할지에 대한 확신 없이 우선 시험해보기로 했다. 다행히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테레이만으로 배를 타고 나간 첫 번째 시도에서 대왕고래의 등 왼쪽에 장치를 붙이는 데 성공했다. 이 대왕고래는 미국의 고래 조사기관인 ‘캐스캐디아 리서치 컬렉티브’의 사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03년 몬테레이 만에서 처음 관측된 적이 있는 최소 16살 이상의 고래다.

 

장치는 8시간 30분동안 대왕고래의 등에 매달렸다. 조금씩 미끄러지며 고래의 지느러미 근처로 움직였고 고래의 심장박동을 읽어낼 수 있었다. 지느러미 근처면 미약하게나마 고래의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다. 골드보겐 교수는 “처음 데이터를 봤을 땐 회의적이었으나 이내 팀원들이 매의 눈으로 첫 심장박동을 찾아냈다”며 “연구실에 수많은 하이파이브와 승리의 함성이 울려퍼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대왕고래의 활동에 따른 심박수를 나타냈다. 대왕고래는 수면에서 호흡할때는 심박수가 급격히 상승하고 물속에서는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왕고래가 먹이를 향해 입을 벌리고 달려들 때(lunge)는 평소보다 심박수가 2.5배 오른다. 스탠퍼드대 제공
대왕고래의 활동에 따른 심박수를 나타냈다. 대왕고래는 수면에서 호흡할때는 심박수가 급격히 상승하고 물속에서는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왕고래가 먹이를 향해 입을 벌리고 달려들 때(lunge)는 평소보다 심박수가 2.5배 오른다. 스탠퍼드대 제공

대왕고래는 물속에서 분당 4에서 8회의 심박수를 유지했다. 가장 안정적일 때는 심박수가 분당 2회까지도 떨어졌다. 대왕고래가 먹이인 크릴새우 집단을 발견하고 한 번에 삼키기 위해 돌진할 때는 평소보다 심박수가 2.5배 늘어났다. 호흡을 위해 수면에 올라왔을 때는 심박수가 분당 25에서 37회로 확 뛰었다. 연구팀은 “조직에 산소를 빠르게 재공급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번 측정 결과는 기존 예측값과 사뭇 다른 결과다. 포유류 크기에서 심박수를 유추하는 방정식에 따르면 평균 몸길이 23m, 몸무게 70t의 대왕고래는 319㎏의 심장에서 박동당 80L의 피를 뿜어야 한다. 몸을 유지하려면 휴식기 심박수 기준 분당 약 15회의 박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 측정값은 절반에서 3분의 1 사이에 머물렀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는 고래의 독특한 혈관 구조가 혈액순환을 최대한 유지해준다는 기존 가설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대왕고래의 최대 심박수는 예측상의 한계치에 어느 정도 들어맞았는데 이는 대왕고래가 지금의 크기가 된 것과 관계가 있다. 예측된 대왕고래의 심박수 상한은 분당 약 33회로 실제 측정된 값인 최대 37회와 비슷하다. 대왕고래가 더 커지려면 물속에서 먹이를 먹는 동작을 자주 취해야 하지만 호흡을 위해 나왔을 때 체내에 산소를 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결국 물속에서 먹이를 먹는 횟수에 제한이 걸려 몸의 크기가 유지된다.

 

골드보겐 교수는 “생리학의 극단에서 활동하는 동물은 생물학적 한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이러한 연구는 환경 변화에 특히 취약한 대왕고래와 같은 멸종위기종의 이해를 넓힘으로써 보존과 관리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 설명 동영상: https://youtu.be/hxL4XkHVSx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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