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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을 모르는 과학자의 강연, 불을 끈 채 다트 던지는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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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을 모르는 과학자의 강연, 불을 끈 채 다트 던지는 격"

2019.11.28 17:31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세상이 복잡해지며 첨예한 논쟁거리의 중심에 과학이 자리 잡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사람들이 과학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때로는 과학이 차지해야 할 자리를 정치적 논리가 비집고 들어와 논점을 흐리게도 한다. 과학자들이 어려운 주제를 설명할 때 이를 듣는 사람들은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원하는 것만 듣는 일도 일어난다.

 

과학이 고도화되면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지만 여기에는 과학을 세상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과학자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 많다. 기상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약해 온 마셜 셰퍼드 미국 조지아대 교수는 지난 2016년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기고문을 내고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미국 기상방송 ‘더 웨더 채널’에서 25년간 일한 경험에서 얻은 ‘과학자가 아닌 대중에게 과학을 전달하는 팁’을 소개한 일이 있다.

 

셰퍼드 교수는 우선 과학자가 과학을 전달할 청중을 정확히 알고 맞춰 강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과학자들이 학회에서 전달한 내용을 대중 강연이나 공무원에게 설명할 때 그대로 가져오는 죄를 짓는다”며 “청중을 알고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앤서니 레이서로위츠 예일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청중을 모르는 강연은 불을 끈 채 다트판에 다트를 던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 용어를 쓰지 말 것도 권했다. 예를 들면, 과학자들에게는 확률밀도함수를 ‘PDF’로 설명해도 이를 알아듣겠지만 대중은 컴퓨터 파일 형식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경향’이나 ‘긍정적 영향’ 같은 단어도 쓰지 말 것을 권했다. 대신 비유를 적절히 섞어 내용이 완벽히 맞지 않더라도 듣는 사람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하라고 충고했다.

 

요점을 먼저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도 내놨다. 과학자들은 논문을 쓸 때 최종 결과를 설명하기 전 수많은 세부사항과 배경 정보를 설명하도록 훈련받는다. 그러다 보니 강연에서도 논문을 쓰듯 세부사항을 설명하다가 마지막에야 결론을 전달하게 된다. 또 핵심 사항은 세 가지로 요약해 전달하도록 충고했다. 과학자들이 강박처럼 모든 세부사항을 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의 권고 사항이기도 하다.

 

언론을 대할 때는 ‘전문가’임을 잊지 말라고 충고했다. 셰퍼드 교수는 “확신을 가질 것과 자신이 모르는 것에 손을 뻗지 말 것, 당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기록할 것” 세 가지를 기억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소셜 미디어도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과학자들이 소셜 미디어 이용을 부끄러워서 못하겠다고 하는 데 신물이 난다”며 “아이들만 쓰는 게 아니라 정책 입안자나 언론, 다른 학자들이 보는 중요한 매체”라고 강조했다.

 

셰퍼드 교수는 마지막으로 학계에서의 인기에만 혹하지 말고 세상에 나갈 것을 충고했다. 대중에 학자의 전문지식을 전달하지 않으면 비전문가나 정치인이 과학적 사실이 필요한 영역을 채우는 일이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서는 연관시킬 것을 찾으라는 조언도 했다. 대중은 과학 강연을 들어도 자신의 삶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느끼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과학을 경제, 신념, 호기심과 같은 가치와 연관시키라고 덧붙였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과학을 어떻게 대중에게 전달할지 과학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내달 6일 대전 유성구 기초과학연구원(IBS) 과학문화센터에서는 과학자의 언어를 대중의 언어로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과학자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문화계 인사들이 모여 토론하는 ‘사이언스 얼라이브 2019’가 열린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마크 재스트로 기자,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강원경 홍보부실장 등 해외 전문가를 비롯해 국내 학계와 문화계, 언론 등 전문가 26명이 참석한다.

 

참가 신청은 홈페이지(http://sciencealive.dongascience.com)에서 하면 된다. 과학기술 분야 연구 성과를 정확히 전달하고 확산하는 데 관심 있는 과학자나 행정가, 기업 및 연구 홍보 관계자, 관련 학과 관계자 및 학생, 일반인 모두 참여가 가능하다. 참가 등록은 선착순이고 참가비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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