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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과학자가 함께 만든 서울의 화분매개자 서식지 지도 '시민과학의 위대한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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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과학자가 함께 만든 서울의 화분매개자 서식지 지도 '시민과학의 위대한 힘'

2019.11.30 18:01

 

11월 30일 이화여대 학생문화관에서 열린 시민과학축제에서 장이권 교수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11월 30일 이화여대 학생문화관에서 열린 시민과학축제에서 장이권 교수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30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학생문화관에서는 국내외 과학자들과 시민과학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이 모인 가운데 '2019 시민과학축제'가 열렸다. 

 

시민과학은 과학을 연구자의 영역에 가두지 않고, 시민들이 직접 연구에 참여하는 형태의 과학 연구 방식이다. 넓은 지역에서 생태 자료를 수집해야 하는 생태학이나 사람이 하나하나 살펴봐야 하는 천체 사진 분류 등의 분야에서 시민과학이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해외에서는 2007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시작한 ‘주니버스(Zooniverse)’가 대표적인 예다. 

 

국내에서는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와 어린이과학동아가 2013년부터 생태 연구 프로젝트인 ‘지구사랑탐사대’를 시작했다. 독자 가족이 집 주변의 생물을 촬영하고 녹음해 어린이과학동아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에 올리면 장 교수팀이 이를 분석해 연구에 활용한다. 

 

지구사랑탐사대는 이날 한해 활동을 마무리하는 수료식과 함께 전국 각지에서 시민들과 함께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시민과학축제를 열었다. 올해 처음 열린 이 행사에는 3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를 후원한 장재연 재단법인 숲과나눔 이사장은 “숲과 나눔은 환경보건 분야의 미래 인재를 양성하고 지원하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 인재는 ‘과학자이면서 시민들과 함께하는 사람’”이라며 “오늘 시민과학축제에 그런 분들이 잔뜩 참가한 걸 보니 기쁘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11월 30일,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지하 1층 소극장에서 열린 시민과학축제 1부에서 오통스 세레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연구원이 시민과학 연구방법론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11월 30일,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지하 1층 소극장에서 열린 시민과학축제 1부에서 오통스 세레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연구원이 시민과학 연구방법론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지도에서 빨간색으로 나타난 부분이 화분매개자가 많이 서식하고 있는 지역이다.

 

행사는 3부로 이뤄졌다. 1부에서는 시민과학자들이 모은 자료로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는 발표가 이어졌다. 첫 번째 발표자인 오통스 세레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연구원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지구사랑탐사대와 네이처링, 아이내츄럴리스트(iNaturalist) 등 시민과학 플랫폼에 올린 자료를 토대로 화분매개자 서식지와 생태 통로가 필요한 지역을 분석한 결과를 설명했다. 모두 145명이 촬영한 1897장의 사진을 분석한 결과였다. 

 

세레 연구원은 “화분매개자의 입장에서 서울의 핫스팟이 어디인지 알아봤다”며 “빨간색으로 표시된 용산 기지 지역에 화분매개자가 많이 살고 있는 곳으로 보존이 필요하고, 하늘색으로 표시된 한강변엔 화분매개자가 적어 복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5년 동안 지구사랑탐사대와 함께 한국 도롱뇽을 연구한 아마엘 볼체 중국 난징임업대 교수도 자신의 시민과학 연구 경험을 공유했다. 볼체 교수는 시민들이 수집한 과학 자료가 얼마나 정확한지 알아보기 위해 시민들이 아이내추럴리스트에 올린 한국 도롱뇽 자료와 직접 도롱뇽을 채집해 DNA로 종을 동정한 자료를 비교한 결과를 소개했다.

 

11월 30일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지하 1층에서 열린 시민과학축제 1부에서 아마엘 볼체 중국 난징임업대 교수가 시민과학 데이터의 정확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1월 30일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지하 1층에서 열린 시민과학축제 1부에서 아마엘 볼체 중국 난징임업대 교수가 시민과학 데이터의 정확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볼체 교수는 “분석 결과 시민과학자들끼리 서로 잘못된 종 정보를 수정해주기 때문에 그 결과가 DNA 분석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정확도가 떨어지는 건 한국 도롱뇽 4종 중 2016년 처음 동정된 제주도롱뇽 1종뿐이며 그건 시민과학자들이 새로 동정된 종 이름을 몰랐기 때문”이라며  “이런 경우도 시민들이 모은 자료가 신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연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부에서는 지구사랑탐사대원 200여 명이 모인 ‘2019 지구사랑탐사대 수료식’이 열렸다. 올해 지구사랑탐사대는 모두 9종의 생물을 탐사했는데, 탐사대원들은 각 종마다 특정 횟수 이상 탐사해야 수료하게 된다. 올해 탐사에는 모두 600팀 이상이 도전했으며, 1종 이상을 수료한 팀은 101팀, 3종 이상을 수료한 팀은 70개 팀이었다. 9종을 모두 수료한 팀도 13팀이나 됐다. 

 

고선아 동아사이언스 주니어플랫폼센터장은 “지구사랑탐사대는 7년의 시간을 거치며 연구자와 시민, 미디어가 이루는 하나의 생태계가 되어가고 있다”며 “이런 활동을 통해 연구 활동을 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자연을 관찰하는 즐거움과 지역 사회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11월 30일, 이화여대 학생문화관에서 열린 시민과학축제 2부로 지구사랑탐사대 수료식이 열렸다. 올해 탐사를 수료한 지구사랑탐사대 대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11월 30일, 이화여대 학생문화관에서 열린 시민과학축제 2부로 지구사랑탐사대 수료식이 열렸다. 올해 탐사를 수료한 지구사랑탐사대 대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지막 3부에서는 시민과학을 통해 연구 결과를 내거나 정책을 제안한 단체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김남일 천랩 스마일바이오미 연구원은 시민들이 제공한 장내 미생물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연구 내용을 설명했다. “일반인들이 식이섬유, 프로바이오틱스 등을 2주 동안 섭취하면서 자신의 변화를 매일 기록하기 쉽도록 온라인에 기록을 남길 수 있도록 했다”며 “그 결과 2주만 식이섬유 식단으로 바꿔도 프로보텔라가 많아지는 등 장내 미생물군이 바뀐단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생태 모니터링 프로젝트를 진행한 저어새 네트워크, 사단법인 에코코리아 등의 발표가 이어졌다. 이들은 모두 시민들의 모니터링 결과가 의미 있는 연구 자료나 보고서, 정책 제언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남선정 저어새 네트워크 사무국장은 “혼자 모니터링 해서 수첩에 적어두는 건 의미가 없다”며 “저어새 네트워크에서는 2014년부터 인천광역시를 설득해 모니터링 보고서를 발간하고, 2015년 자료를 제공해 남동유수지를 매립해 하수처리장을 건설하려는 시도를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18년 동안 한강하구의 장항습지를 모니터링해 온 사단법인 에코코리아 이은정 사무처장은 “시민과학의 장점은 전문가들이 하기 어려운 주기적이고 반복적인 현장 탐사를 하는 것”이라면서도 “전문가들과 함께 충분히 활용될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드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과학축제 한켠에서는 시민과학자들이 자신의 활동을 알리는 포스터와 사진 전시를 열기도 하고, 부스 전시도 준비했다. 

 

11월 30일, 이화여대 학생문화관에서 열린 시민과학축제에서 참가자들이 부스 전시를 체험하고 있다.
11월 30일, 이화여대 학생문화관에서 열린 시민과학축제에서 참가자들이 부스 전시를 체험하고 있다.
11월 30일, 이화여대 학생문화관에서 열린 시민과학축제에서는 시민과학자들의 포스터와 사진 전시도 열렸다. 한 참가자가 4층 전시실에서 사진을 감상하고 있다.
11월 30일, 이화여대 학생문화관에서 열린 시민과학축제에서는 시민과학자들의 포스터와 사진 전시도 열렸다. 한 참가자가 4층 전시실에서 포스터를 감상하고 있다.


서울대 연합 곤충 동아리 HEXAPODA 부스 전시를 준비한 권순호 경희대 환경조경디자인학과 1학년 학생은 “각자 활동하던 생태 덕후 시민과학자들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일 기회가 생기니 좋다”고 말했다. 

 

장이권 교수도 이날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오늘 시민과학축제를 통해 시민과학도 엄연히 ‘과학’이라는 걸 다시 느끼게 됐다”며 “시민들의 조사 결과에 과학자로 힘을 보태 시민과학에 더 힘을 실어 주어야 겠다는 방향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번 시민과학축제는 이화여대 에코크리에이티브 BK플러스 사업단과 동아사이언스 지구사랑탐사대가 주최 및 주관하고 재단법인 숲과나눔,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 에코과학연구소가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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