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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걸리는 원시우주 연구 3개월에 끝낸다…슈퍼컴 ‘누리온’ 가동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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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걸리는 원시우주 연구 3개월에 끝낸다…슈퍼컴 ‘누리온’ 가동 1년

2019.12.02 12:00
국가 연구용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본원에서 시범 가동 중인 모습. - KISTI 제공
국가 연구용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본원에서 시범 가동 중인 모습. - KISTI 제공

박창범 고등과학원 교수 연구팀은 우주 생성 직후 원시 은하에 대한 세계 최대 규모 연구에 착수했다. 우주생성 직후인 약 138억년 전부터 110억년까지 원시 우주의 은하, 은하단 형성을 설명하는 우주론 수치모의실험으로 ‘호라이즌 런5(HR5)’라는 이름의 연구다. 

 

HR5 연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지난해 12월 3일 본격 가동한 국가슈퍼컴퓨터5호기 ‘누리온’의 2500개 노드, 17만개 코어를 사용해 90일 동안 계산한 그랜드챌린지 과제다. 노드는 누리온을 구성하는 서버랙에 삽입되는 것으로 1개의 노드에 1~2개의 CPU가 탑재된다. 단순 계산상으로 KISTI 슈퍼컴퓨터 4호기 ‘타키온’으로는 6년 이상, 일반 PC로는 30만년 이상 걸리는 계산이다. 

 

박 교수 연구팀은 누리온의 계산능력 덕분에 초기우주 밀도 요동파를 기존의 수치 실험에 비해 7배 가량 큰 규모까지 포함했다. 이를 통해 태양 질량의 1015배 이상으로 자라난 초거대은하단의 모체를 4개 이상 기술하는 데 성공했다. 박창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은하 생성에 우주 거대 구조의 효과를 처음으로 제대로 반영한 우주론적 시뮬레이션”이라며 “이번 시뮬레이션 연구 결과를 통해 원시 은하단의 생성 등 천체 생성의 비밀에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3일 본격 서비스를 시작한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이 1주년을 맞았다. 지난 1년간 누리온을 통해 140개 기관, 2000여명의 연구자가 150만건의 계산이 수행됐다. 사용자수만 2031명에 달하며 가동률 99.58%, 작업성공률 83%의 실적을 냈다. 작업이 실패하는 경우는 연구 수행자 셋팅 오류나 작업 설계 오류에 따른 것이다. 누리온은 25.7페타플롭스(petaflops·1초당 1000조회 연산)의 이론 성능으로 2019년 12월 기준 세계에서 14번째 성능이다. 

 

슈퍼컴퓨터는 우주 연구뿐만 아니라 생명의료, 항공, 에너지·환경, 신소재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개발(R&D)에 활용돼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다. 과학기술 강국으로 올라선 중국이나 미국이 앞다퉈 세계 최대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고 있는 이유다. 우주의 기원이나 자연재해 예측, 난치병 치료, 나노소자 등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 과학기술 과제를 풀어낼 것으로도 기대된다. 

 

박창범 고등과학원 교수의 연구 외에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반도체 분야나 바이오헬스 분야 기초연구에도 누리온의 성능이 십분 활용됐다. 최형준 연세대 교수 연구팀은 차세대 반도체 소재인 흑린을 반도체로 만들었을 때 성능이 저하되는 원리를 누리온을 통한 시뮬레이션으로 규명했다. 성능 하락 원리를 이해하면 우수한 성능의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형준 교수의 연구결과는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앙게반테 케미’에 게재됐다. 

 

폐암과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을 규명하고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는 물질 연구에도 누리온이 활용됐다. 주영석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와 김영태 서울대 의대 흉부외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138건의 폐 선암 사례 전장 유전체 서열 데이터를 분석해 비흡연자한테 폐암을 일으키는 유전체 돌연변이가 10대 이전 유년기부터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하고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이정호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와 이준학 KISTI 박사 공동 연구팀은 52명의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얻은 사후 뇌 조직에서 전장 엑솜 유전체 서열 데이터를 분석해 알츠하이머에 존재하는 유전변이를 찾아내 노화과정에서 발생하는 후천적 뇌 돌연변이가 알츠하이머의 새로운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했다. 

 

KISTI는 ‘초고성능컴퓨팅 기반 R&D 혁신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엄선된 연구에 슈퍼컴퓨터 자원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염민선 KISTI 슈퍼컴퓨팅응용센터장은 “누리온의 광범위한 활용을 위해 극한 해저환경에서의 심해 로봇 거동 연구, 대규모 수소 저장 및 이송을 위한 액체 유기 수소 운반체 연구 등 141개 과제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며 “국내 연구자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우수한 연구환경을 지속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KISTI는 12월 3일 KISTI 대전 본원에서 누리온 서비스 개시 1주년을 기념해 차별화된 서비스 현황과 지난 1년간 연구성과를 공유하는 ‘슈퍼컴 데이’를 개최한다. 한승우 서울대 교수와 김용훈 KAIST 교수, 최형준 연세대 교수, 최선 이화여대 교수의 우수 연구성과 발표와 대학원생들의 우수 논문발표 및 KISIT 원장상 시상식 등이 열린다. 

 

최희윤 KISTI 원장은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이 국내 과학기술 발전을 선도하고 4차산업혁명 시대 핵심 기술이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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