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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리튬'에 무방비 노출…폐배터리·치료약 성분 원인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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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리튬'에 무방비 노출…폐배터리·치료약 성분 원인 추정

2019.12.04 01:00
한강이 경금속 리튬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류종식 부경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한강의 리튬 농도를 측정한 결과를 이달 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측정한 수계의 모습이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제공
한강이 경금속 리튬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류종식 부경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한강의 리튬 농도를 측정한 결과를 이달 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측정한 수계의 모습이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제공

국민 절반이 마시는 식수원인 한강이 경금속 리튬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분석 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휴대전화와 전기차에 전기를 공급하는 리튬이온배터리와 양극성 장애 치료제에 들어가는 리튬이 대도시를 가로지르는 강으료 유출돼 농도가 크게 치솟은 현상이 처음으로 한강에서 확인된 것이다. 한국에서 리튬 소비는 늘고 있지만 폐기물과 관련한 규정이 없어 관련 대책 마련을 서둘러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류종식 부경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한강의 리튬 농도를 측정한 결과 한강이 서울을 통과할 때 리튬의 농도가 상류보다 평균 6배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4일 공개했다. 경금속 리튬이 환경에 누적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건 처음이다.

 

리튬은 가볍고 에너지를 많이 저장할 수 있어 휴대전화기와 노트북PC, 디지털 카메라의 배터리로 많이 쓰이는 경금속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친환경 전기차와 재생에너지가 각광받으며 리튬이온배터리의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나 리튬 폐기물의 영향은 전혀 평가되지 않은 상황이다.

 

연구팀은 2015년 7월 남한강과 북한강 상류와 지류, 두 강이 합쳐져 흐르는 한강 하류에 이르기까지 400㎞에 이르는 한강 수계 내 22개 지역의 강물을 수거해 리튬의 농도를 측정했다.

 

연구팀은 한강 수계 22곳의 물을 채취해 리튬 농도를 측정했다. 왼쪽 그림은 한강변 지도, 오른쪽 그림은 서울 유역의 지도다. 오른쪽 그림에서 색으로 표현된 것은 인구밀도로 인구가 많을수록 리튬 유출이 많음을 뜻한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제공
연구팀은 한강 수계 22곳의 물을 채취해 리튬 농도를 측정했다. 왼쪽 그림은 한강변 지도, 오른쪽 그림은 서울 유역의 지도다. 오른쪽 그림에서 색으로 표현된 것은 인구밀도로 인구가 많을수록 리튬 유출이 많음을 뜻한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제공

한강이 인구밀집 지역에 들어서기 전인 북한강 상류의 리튬 농도는 15.9나노몰(nM·10억분의 1몰)로 측정됐다. 이는 전 세계 강물 속 평균 리튬 농도인 265nM의 16분의 1에 불과한 수치다. 남한강 상류 리튬 농도는 114nM로 이 역시 전세계 평균보다 낮다.  이 값은 두 강이 만나 한강을 이루는 팔당댐까지 유지됐다. 팔당댐을 나왔을 때 리튬 농도는 39.6nM로 측정됐다.

 

하지만 한강이 인구 밀집 지역을 통과하자 리튬 이온 농도는 급격히 증가했다. 경기 성남과 서울 강남을 지나는 탄천이 합류한 지점에서는 55.7nM로 늘었다. 서울 목동 인근 안양천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농도는 164nM로 상승했다. 굴포천이 합류하는 행주대교 인근에서의 농도는 244nM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리튬 동위원소 분석으로 리튬 성분의 출처를 찾았다. 자연에서 리튬은 동위원소인 리튬6이 7.5%, 리튬7이 92.5%의 비율로 존재한다. 자연에서 리튬을 채굴해 배터리 등에  활용하기 위해 화학적 처리를 하면 동위원소의 농도가 변하는 '분별 작용'이 일어난다. 주로 리튬6의 농도가 늘어난다.

 

연구팀은 미국표준기술연구소(NIST)가 보유한 자연상태에서의 리튬 표준 샘플인 ‘RM 8545’와 강물의 동위원소 농도를 비교하고 차이를 파악해 인위적 영향을 추적했다. 그 결과 한강 하구에서의 리튬 농도 상승은 인간의 영향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한강 상류에서 강물 속 리튬 동위원소 비율을 표준 샘플의 리튬 동위원소 비율로 나눠준 값은 2.54~3.9%로 나타났지만 하구에서는 1.92%로 떨어졌다. 비율이 낮으면 리튬6 농도가 낮다는 뜻으로 인위적인 영향이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한강 유역에 사는 인구수와 정확히 맞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류 교수는 "리튬 농도 증가는 인간이 소비하는 리튬 배터리와 리튬 약물 성분이 폐수에 유입된 결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양극성 장애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물에는 리튬이 약 10%, 리튬이온배터리에는 리튬이 약 4.1~7.6% 들어가 있다. 인공적으로 가공된 이들 리튬 내 동위원소 비율은 표준 샘플 비율의 0.24~1.33%에 불과하다. 류 교수는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약물과 배터리에서 섞여 나온 리튬이 가장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탄천에서 한강으로 유입되는 물의 리튬 농도는 1716nM로 다른 곳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류 교수는 “탄천은 유량이 적어 희석효과가 낮게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탄천 인근에 음식물폐기장 처리시설이 있는데 음식물에서도 농도는 낮으나 어느 정도 발견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측정한 한강 리튬 이온의 농도다. 팔당댐을 지나 한강 하구에 가까워질수록(왼쪽 방향으로) 리튬 농도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리튬 동위원소 추적에 따르면 이러한 원인은 인간 활동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제공
연구팀의 측정한 한강 리튬 이온의 농도다. 팔당댐을 지나 한강 하구에 가까워질수록(왼쪽 방향으로) 리튬 농도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리튬 동위원소 추적에 따르면 이러한 원인은 인간 활동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제공

현재까지 리튬은 정화하는 방법이 따로 마련되지 않았다. 폐수처리시설에서 전혀 걸러지지 않는다. 연구팀은 한강 유역에서 나온 폐수를 정화해 방출하는 경안, 왕숙, 탄천, 중랑, 안양 하수처리장 등 5개 폐수처리시설 내 물과 시설에서 나온 물의 리튬 농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폐수처리 전이나 뒤나 리튬 농도와 동위원소 비율 모두 거의 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정화가 되지 않은 리튬은 수돗물에 그대로 유입되고 있다. 서울 시내 4곳에서 수돗물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리튬 농도는 40.8~103nM로 나타났다. 한강 하구에 가까워질수록 수돗물 내 리튬 농도는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리튬 동위원소를 토대로 탄소순환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던 도중 우연히 시작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단순 측정에 머문 만큼 인위적 리튬이 어디에서 기원했는지와 다른 강에 관해서도 후속 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류 교수는 “다른 중금속의 영향은 보고된 바 있으나 리튬의 영향은 거의 알려진 바 없다”며 “리튬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만큼 리튬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가 시사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리튬이온배터리를 개발한 연구자들이 올해 노벨화학상을 받는 등 리튬은 이미 인류의 생활을 바꾸고 있다. 특히 환경에 대한 우려가 일며 전기차용 배터리와 재생에너지가 생산한 전기를 저장하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등에 리튬 배터리가 활용되며 리튬의 활용도는 늘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이러한 리튬이 환경과 인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아 인류가 리튬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지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리튬은 전자기기용 배터리 소재로 쓰이며 이미 일상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 수요가 늘며 활용도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리튬은 전자기기용 배터리 소재로 쓰이며 이미 일상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 수요가 늘며 활용도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리튬은 납이나 수은 등 중금속과 달리 아직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한 연구가 부족하다. 인간에게 유용한지 해로운지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양극성 장애 치료제로 리튬이 쓰이는 만큼 미국과 일본에서는 리튬이 들어간 물을 마시면 자살률이 낮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대조적으로 임산부의 칼슘 항상성을 해쳐 독으로 작용한다는 연구도 있다. 다만 고농도의 리튬이 세포나 조직에 영향을 미친다거나 수생물에 독으로 작용한다는 연구는 간간이 보고되고 있다.

 

학계도 리튬이 가져올 미래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지난달 7일 리뷰 논문을 내고 수명이 다한 리튬이온배터리가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어 재사용과 재활용 연구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네이처는 리튬이온배터리 상용화 속도를 재사용과 재활용 연구가 전혀 따라가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하며 수년 내로 리튬배터리 폐기물로 이뤄진 산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한국도 준비가 부족한 현실은 마찬가지다. 환경부가 지난해 한국자동차자원순환협회에 의뢰한 연구에 따르면 리튬 배터리를 비롯한 전기차 폐배터리는 지난해까지 100여 개가 나왔으나 2024년에는 약 1만 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전기차 목표인 2030년까지 전기차 300만 대 보급을 달성하면 2040년 누적 발생량은 576만 개로 급증한다. 하지만 리튬 배터리를 폐기하는 규정은 별도로 마련돼있지 않다. 주무 부처인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세계적으로도 리튬배터리 폐기물을 처리하는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논의를 미뤄 왔다. 올해 6월부터 관련 규정을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나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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