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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창업가를 얕보시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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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창업가를 얕보시면 안 돼요”

2019.12.09 06:00
곽인범 폴라리스3D 대표(왼쪽)와 이호용 개발이사가 개발 중인 초소형 실내 자율주행로봇용 기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뒤에 자율주행 로봇이 활약할 마트 환경을 재현한 매대가 보인다. 포항=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곽인범 폴라리스3D 대표(왼쪽)와 이호용 개발이사가 개발 중인 초소형 실내 자율주행로봇용 기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뒤에 자율주행 로봇이 활약할 마트 환경을 재현한 매대가 보인다. 포항=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4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텍의 융복합연구 전용건물 ‘C5’. 세계적인 융복합연구소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을 그대로 옮겨온 것처럼 내부 곳곳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건물 복도를 지나자 한 창업기업의 연구실이 나타났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동네 편의점에 들어선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한쪽에는 상품 진열에 쓰는 매대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과자상자까지 빼곡히 진열된 모습은 영락없이 동네 마트나 편의점과 꼭 닮았다.

 

“내년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 참가할 부스를 재현해 놓은 겁니다. 자율주행로봇이 돌아다니면서 매대가 빈 상품을 찾는 과정을 직접 시연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곽인범 ‘폴라리스3D’ 대표가 말했다. 폴라리스3D는 실내 자율주행로봇에 필요한 정밀한 3차원 입체 지도 작성 기술과 위치탐색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레이저를 쏜 뒤 반사파를 분석해 주변 환경의 입체구조를 파악하는 ‘라이다’와 열화상카메라, 음향센서 등 다양한 센서를 작고 가벼운 장치에 집적했다. 여기에 적은 계산으로 효율적으로 공간을 분석하는 기술을 덧붙여, 빠르게 주변 실내 지도를 만들고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을 완성했다. 비슷한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하는 기업은 많지만, 폴라리스3D의 장점은 ‘미니멀리즘’이다. 군더더기없이 필요한 기능과 성능만을 조합해 작은 장치에 담았다. 초기에 5kg에 달하던 기기의 무게는 최근 700g까지 가벼워졌다.

 

곽 대표가 마트 매대를 연구실 한쪽에 마련한 이유는 이 기기로 자율주행로봇을 만들어 마트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는 “마트에는 보통 10만 종의 물품이 진열되는데, 일일이 사람이 빈 매대를 찾아 채워넣기를 하루 3~4번씩 반복한다”며 “혼자 돌아다니며 빈 매대를 찾아 빠르게 물건을 채워넣도록 돕는 자율주행기술로 이런 비효율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트는 사람이 많고 동선이 복잡하며 쌓아둔 물건도 많아 실내 자율주행 연구자에게는 ‘무덤’으로 꼽힐 만큼 난이도가 높은 환경이다. 곽 대표는 “이미 개발한, 일반 실내 환경에서 빠르게 구동하는 센서에 일종의 성능 확장 패키지(플러그인)를 추가하는 방법으로 마트에 특화된 기기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촉망받는 기업인인 곽 대표는 학생 창업가다. 포스텍 창의IT융합공학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으로, 박사 2년차였던 2017년 전공을 살려 연구실 동료들과 창업에 나섰다. 곽 대표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과학기술특성화대 출신 기술기업인 중 한 명이다. 기술 기반 창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젊은 기술인들이 모인 과학기술특성화대의 창업도 늘고 있다. 박용준 포스텍 학생창업팀장은 “포스텍에서만 한 해 약 10개의 창업 기업이 탄생하고 있다”며 “일부는 독자적으로 창업을 하기도 하지만, 대학 산학협력단 등의 체계적인 지원을 받아 창업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압력을 감지하는 신축성 있는 센서 기술을 바탕으로 환자가 오래 누워 있어도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고, 영유아의 돌연사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는 매트 등을 선보인 ‘마이다스H&T’가 대표적이다. 장세윤 마이다스H&T 대표는 입학과 동시에 대학에서 제공하는 기업가정신 관련 과목을 듣고 해외 대학에 방문학생으로 가 경영 수업을 받았다. 이후 재학시절 두 번의 창업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마이다스H&T를 창업하기 이전에는 영유아용 애플리케이션 ‘열나요’를 개발한 모바일닥터를 창업했다.

 

지난달 28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주최한 창업경진대회 ‘도전 K-스타트업 2019 왕중왕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디자인노블’도 최근 주목 받은 포스텍 출신 스타트업이다. 패션과 디자인 정보를 인공지능(AI)으로 수집한 뒤 분석해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과 패턴을 공급한다. 청각장애인을 위해 강연 등의 음성을 자막으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한 기업 ‘소보로’, 과학·공학 콘텐츠기업 ‘긱블’, 모바일 부동산기업 ‘다방’, 암호화폐거래소 ‘코인원’ 등도 포스텍 출신 또는 재학생이 세운 기업이다.

 

폴라리스3D가 개발한 초소형 실내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로봇이 마트처럼 꾸민 연구실에서 매대를 측정하고 있다. 3차원 지도 제작 및 위치 확인 기술로 혼자 매대를 찾아다니며 물건이 빈 매대를 찾을 수 있다. 폴라리스3D 제공
폴라리스3D가 개발한 초소형 실내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로봇이 마트처럼 꾸민 연구실에서 매대를 측정하고 있다. 3차원 지도 제작 및 위치 확인 기술로 혼자 매대를 찾아다니며 물건이 빈 매대를 찾을 수 있다. 폴라리스3D 제공

이들이 창업에 나설 수 있던 것은 물론 개인의 아이디어와 기술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창업에 걸림돌이 되는 여러 난관을 넘도록 한 지원도 큰 힘이 됐다. 곽 대표는 “초기에 실험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준 것이 큰 힘이 됐다”며 “포스텍 산학협력단과 포스텍기술지주회사가 초기 투자도 해주고 각종 서류작업을 도와준 덕에 저 같은 ‘공돌이’도 창업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창업 열풍이 이어지면서 학교도 체계적인 교육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 박용준 팀장은 “부전공 과정으로 개설된 ‘기업가정신융합부전공’에 참여하는 학생 수가 150명에 이를 정도로 최근 학부생들은 창업에 관심이 많다”며 “이들을 학년 때부터 대학원 때까지 5년 동안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벤처 육성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학부생과 대학원생 가운데 창업에 관심이 많은 학생 300명을 발굴해 이 가운데 100명을 전공지식을 갖춘 예비 창업자로 키우고 국내외 네트워크와 연계해 기술 수준을 높여 매년 20개의 창업 기업을 키운다는 목표다. 

 

포스텍은 최근 박사급 연구자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포스코,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와 소재·에너지·환경 분야와 스마트팩토리 분야, 바이오신약 분야 등 세 분야에서 산학연 협력체제를 구축했다. 대학과 연구소의 연구성과를 기술사업화와 창업으로 이끌도록 창업보육과 교육,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이다. 창업자와 투자자, 지원기관 등이 모인 창업 보육 공간인 포항인큐베이팅센터도 2021년 완공 목표로 새롭게 건설 중이다.

 

창업 붐은 다른 과기특성화대에서도 불고 있다. KAIST는 학생과 일반인에게 창업 지원을 하는 '오픈랩'을 지난해부터 실시해 2기 총 10개 팀을 지원하고 있다. 참가자는 고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다양하다. 이 가운데 학업 문제로 창업을 미룬 고등학생팀을 제외한 9개 팀이 1년이 안 돼 창업에 성공할 정도로 성공적인 결과를 보였다. 행사에 등록하고 나타나지 않는 '노쇼'를 방지하는 프로그램부터 블록체인 기술까지, 다양한 창업 아이디어와 기술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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