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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비밀 밝힐 ‘초대형 입자 충돌기’ 한국 기술로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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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비밀 밝힐 ‘초대형 입자 충돌기’ 한국 기술로 업그레이드

2019.12.06 06:20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엔지니어가 거대강입자충돌기(LHC) 내부 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LHC는 2009년 11월 말 세계 최고 출력의 양성자 빔을 처음 발생시킨 뒤 10년 이상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충돌기의 지위를 지키고 있다. CERN 제공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엔지니어가 거대강입자충돌기(LHC) 내부 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LHC는 2009년 11월 말 세계 최고 출력의 양성자 빔을 처음 발생시킨 뒤 10년 이상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충돌기의 지위를 지키고 있다. CERN 제공

‘세계에서 가장 큰 기계’이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입자충돌기’인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대형강입자충돌기(LHC)가 기존 최강자인 미국 페르미국립연구소(페르미랩)의 입자충돌기 ‘테바트론’을 누르고 가장 강한 입자충돌기로 등극한지 이달 1일로 만 10년이 됐다. 입자충돌기는 우주의 기원과 진화 과정, 물질의 구성과 작동 원리 등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는 실험장치로, LHC는 지구에 있는 가장 강력한 충돌기로서 물리학과 천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최전선의 연구 성과를 여럿 냈다. 

 

입자충돌기는 납과 같은 무거운 원소의 이온이나 전자, 전자와 똑같지만 전기적 성질이 반대인 ‘양전자’, 수소 원자핵(양성자) 등을 빛의 속도에 버금가게 빠르게 가속한 뒤 서로 충돌시켜 다양한 물리현상을 연구하는 장치다. 가속한 입자가 지니게 되는 에너지의 크기에 따라 충돌 에너지의 크기가 결정된다. 높은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충돌기는 보다 무거운 입자를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우주를 구성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물질과 힘에 관해 연구할 수 있다. 또 높은 에너지 상태를 지니는 우주 초기 상태 등을 연구해 우주 탄생의 비밀도 밝힐 수 있게 도와준다.

 

LHC는 둘레가 27km에 달하는 거대한 튜브 구조물로 스위스 제네바 근처 지하50~175m 지점에 건설돼 있다. 양성자와 중이온을 가속해 충돌시킬 수 있다. LHC 등장 이전까지 가장 강력한 충돌기였던 테바트론보다 4배 이상 크고 성능도 강력하다. 테바트론은 양성자와 양전자를 가속해 약 0.98TeV(테라전자볼트. 1전자볼트는 1개의 전자가 1V의 전위차를 거슬러올라갈 때의 에너지. 1TeV는 1조 전자볼트와 같다)의 에너지를 지니도록 했다. 2009년 11월 30일 LHC는 처음으로 이 에너지를 넘는 1.18TeV의 에너지로 양성자를 가속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후 LHC는 여러 차례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출력을 높여서, 2015년에는 6.5TeV의 에너지를 갖는 양성자를 서로 충돌시켜 13TeV의 에너지를 얻는 데까지 성공했다. 2021년부터는 14TeV로 더 높아질 예정이다.

 

LHC의 명성을 세계적으로 드높인 성과로는 2012년 ‘힉스’ 입자의 관측이 꼽힌다. 인류가 우주 및 물질, 힘에 관해 현재까지 고안한 가장 정교한 물리학 이론으로 꼽히는 ‘표준모형’의 중요한 퍼즐을 맞춘 발견이다. 힉스 입자는 표준모형에서 존재가 예측됐지만 관측이 되지 않던 유일한 입자였는데, LHC에서 양성자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매우 드물게 순간 만들어졌다 사라지는 힉스 입자의 흔적을 LHC의 데이터를 통해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힉스 입자는 우주의 입자가 질량을 갖게 되는 과정인 ‘힉스 메커니즘’의 결과 탄생하는 입자다. 힉스 입자의 발견으로 이런 질량 부여 메커니즘(힉스 메커니즘) 역시 증명된 것이다. 이 발견으로 이론의 주창자들은 2013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힉스를 능가하는 굵직한 우주 연구 주제로 LHC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그 외에도 여럿 있다. 우주의 4분의 1을 구성하며 우리가 아는 물질보다 약 5배 이상 많지만 아직 관측된 적이 없는 강한 중력 유발 물질인 ‘암흑물질’의 후보 입자를 찾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거대강입자충돌기(LHC) 주요 연대기. 자료 CERN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거대강입자충돌기(LHC) 주요 연대기. 자료 CERN

우주에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가 아는 4차원 시공간 외의 추가적인 차원인 ‘여분차원’, 그리고 표준모형을 확장시켜 줄 대안 이론을 찾으려는 시도도 있다. LHC와 협력연구를 진행중인 한국CMS 그룹의 대표를 2016년부터 맡고 있는 양운기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현재 표준모형으로는 무거운 중성미자가 존재해야 하고 현재 관측된 힉스 입자의 질량으로는 우주가 불안정해지는 등의 모순이 있다”며 “정황상 (표준모형 너머의)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는 데 많은 물리학자들이 동의하고 있어, 마치 바다 너머 미지의 대륙을 찾는 심정으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대안이론은 우주에 눈에 보이지 않는 고차원적인 물리학적 대칭성이 존재한다는 ‘초대칭이론’으로, 이에 따르면 표준모형에서 발견된 입자들은 각각 거대한 에너지를 갖는 ‘짝꿍’ 입자를 갖고 있다. 이런 짝꿍 입자들은 매우 커서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고, 오직 높은 에너지를 갖는 충돌기에서만 관측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LHC에서는 아직 관측하지 못했다. 일부 표준모형의 짝꿍 입자들은 암흑물질의 유력한 후보로 꼽혔지만 역시 아직 관측되지 않았다. 

 

한국은 ‘한-CERN 협력사업’ 양해각서를 2006년 체결하면서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예산 문제 등으로 경제 규모가 비슷한 유럽국가의 수십 분의 1 수준인 연 5억 원 정도의 적은 분담금을 내지만, 연구원을 파견하는 등 교육과 연구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LHC의 주요 충돌현상 검출기인 CMS와 앨리스(ALICE) 연구를 하는 한국 CMS팀과 한국 ALICE팀이 있고, 데이터를 계산하는 연구팀과 이론물리 연구팀이 있다.

 

LHC의 주요 검출기 가운데 하나로 한국도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앨리스(ALICE)′로 납이온을 충돌시켰을 때 발생하는 갖가지 입자의 궤적을 시각화한 그림이다. 납 이온을 충돌시켜 최대 1000조 전자볼트(eV)에 달하는 고에너지 상태를 만들 수 있다. LHC에서는 이 에너지로 쿼크-글루온 플라스마 상태를 만들어 우주 초기 상태를 연구한다. CERN 제공
LHC의 주요 검출기 가운데 하나로 한국도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앨리스(ALICE)'로 납이온을 충돌시켰을 때 발생하는 갖가지 입자의 궤적을 시각화한 그림이다. 납 이온을 충돌시켜 최대 1000조 전자볼트(eV)에 달하는 고에너지 상태를 만들 수 있다. LHC에서는 이 에너지로 쿼크-글루온 플라스마 상태를 만들어 우주 초기 상태를 연구한다. CERN 제공

한국 CMS팀은 올해 기준 9개 대학에서 교수 18명을 포함해 약 130명이 참여하는 국내 최대 입자물리 실험팀이다. 힉스 입자의 물리적 특성을 측정하는 연구와,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 중 하나인 톱쿼크의 특성을 측정하는 연구 등을 해왔다. 또 표준모형을 확장할 초대칭이론의 가능성을 탐색하거나, 암흑물질을 찾기 위한 연구도 해왔다. 양 교수는 “아직 LHC 데이터의 5%밖에 받지 못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나머지 95%의 데이터를 분석해 한국이 강점을 갖는 힉스 입자나 중성미자 등의 분석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CMS 사업은 현재 5단계 사업이 진행 중이며 2022년까지 연 30억 원의 예산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예정이다. 

 

LHC의 기기를 구축하는 데에는 한국의 기업 등 기술진도 참여해 왔다. LHC는 중간중간 가동을 중단하고 에너지 출력을 높이거나 가속하는 입자 다발의 밀도를 높이는 작업을 해왔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이뤄지는 두 번째 장기 업그레이드에서는 국내 소재 기업 메카로가 입자 중 하나인 뮤온을 감싸는 소재인 대형 호일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뮤온 검출기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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