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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아이에게 이타심을 가르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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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아이에게 이타심을 가르치는 법

2019.12.07 10:34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방법이 하나 있다면 타인의 안녕과 행복을 위하는 ‘이타심’에 기반한
친사회적 행동을 늘려가는 것일 거다. 문제는 쉽지 않다는 것인데 이타심이란 어떻게
발달되는 것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

 

처음에는 놀이

 

미국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의 심리학자 오던 달 교수에 따르면 아이는 한 살 정도가 되면 타인이 떨어트린 물건을 대신 주워주거나 음식이나 장난감을 나누는 식의 간단한 '도움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때의 도움 행동은 상대방의 안녕을 고려해서 행동하는 것이기보다 단순한 상호작용에 가까운 형태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예컨대 3개월이 되면 양육자가 안으려고 할 때 팔을 뻗으며 안길 준비를 하고 6개월 즈음이 되면 옷을 갈아입힐 때 팔을 들어올리는 등 양육자에게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는 양육자의 곤란함을 덜어주기위해 하는 행동이라기보다 양육자와 함께 하는 일종의 ‘놀이’에 가깝다. 양육자와 함께 하는 활동이 ‘재미’있기 때문에 기꺼이 협조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양육자의 칭찬이나 격려가 이타적인 행동이 나타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예컨대 ‘친구한테 과자 나눠줘야지. 옳지 이쁘다’ 같은 구슬림과 칭찬이 도움 행동을 더 즐겁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살 즈음의 아이들의 경우 이런 구슬림이 있었을 때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도움행동을 약 두 배 가까이 더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누군가를 돕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이후에도 더 자주 도움행동을 보이는 편이다.

 

타인의 감정에 대한 이해

 

두 살 즈음이 되면 양육자가 일일이 일러주지 않아도 기본적인 배려심을 보일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때부터는 양육자가 곤란해할 때 도와달라고 직접 요청하지 않아도 아이가 먼저 양육자가 흘린 물건을 주워주거나 집안일을 돕는 시늉을 하는 등 자발적인 도움 행동을 보인다.

 

이 단계에서의 핵심은 타인의 ‘감정’에 대한 이해이다. 한 실험에서는 두 살 즈음의 아이들에게
양육자와 함께 그림책을 보도록 했다. 양육자가 아이에게 그림책에 나온 캐릭터들이 어떤
감정상태인지 직접 설명해줬을 때보다 아이로 하여금 이 캐릭터가 어떤 기분일 거 같냐고 질문하며 스스로 타인의 감정 상태를 추론해보도록 했을 때, 이후 도움행동이 더 많이 나타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감정에 대한 이해가 늘고 자발적인 도움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양육자가 아이에게 직접 도움행동을 지시하거나 호들갑 떨며 칭찬하는 일은 줄어든다고 한다. 여기에는 아이가 집안일을 돕거나 했을 때 사실 일이 더 늘어나는 것도 한 몫 할 거라고 한다.

 

골라서 돕기

 

세 살 즈음이 되면 도움 행동에 ‘도덕 판단’이 들어가기 시작해서 도움을 받아 마땅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물건을 훔치는 등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구분하기 시작한다. 도움행동에는 늘 어느 정도 호구가 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어서 그럴 위험이 있는 상대와 아닌 상대를 구분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지적능력과 이해 수준이 발달하면서 더 높은 수준의 친사회적 행동이 요구되고 여기에는 물건을 주워주는 것 정도의 행동보다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도움을 가려서 주게 된다. 성격이 나빠 보이는 사람보다는 착해 보이는 사람을 더 많이 돕는 식이다.

 

한편 착한 사람이라는 정의는 다소 모호해서 이때부터 네 편 내 편을 가르고 내 편만 선택적으로 돕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참과 거짓을 구분하는 능력

 

이렇게 인간에 대한 이해가 늘면서 한편으론 자신에게 유익한 사람들만 돕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경우도 있어서 결국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정확한 상황 판단 능력과 높은 지적 능력이 진정한 도움 행동을 불러온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실제로 생각이 깊고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를 잘 구분할 줄 아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일반적으로 타인을 더 잘 돕는 경향을 보인다는 발견이 있었다.

 

정리하면 돕는 행위 자체에서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것, 타인의 욕구와 필요에 대한 깊은 이해,
가까이할 사람을 잘 선택하되 가깝지 않은 타인을 지나치게 배척하지 않는 태도, 참과 거짓을
판단할 줄 아는 깊은 사고력이 (적어도 아이들의) 친사회성 발달에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총체적으로 ‘성숙한’ 인간이 되는 것이 곧 이타적인 사람이 되는 방법이라는 결론이다. 우리 사회는 이런 어른들이 많은 사회일까?

 

참고자료

Dahl, A., & Brownell, C. A. (2019). The social origins of human prosociality.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28, 274-279.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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