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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연 중국 국적자 채용으로 '블라인드 채용' 논란 재점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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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연 중국 국적자 채용으로 '블라인드 채용' 논란 재점화되나

2019.12.12 06:55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최고 등급의 국가보안시설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중국 국적자를 연구원으로 선발했다가 채용을 보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이런 상황을 빚은 ‘블라인드 채용’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연구자들은 블라인드 채용이 우수한 연구자를 뽑지 못하는 제도라며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한편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원자력연구원을 비롯한 정부출연연구기관 채용을 공동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자신들이 반대하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공동채용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중앙일보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최근 진행한 공개채용에서 의도치 않게 중국 국적자를 선발했다고 11일 보도했다. 이런 상황은 정부 지침에 따라 블라인드 형식으로 연구직을 뽑았다가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원자력연구원은 1959년 개원 이래 정규직 연구원으로 외국인을 뽑은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연구원은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블라인드 채용으로 국적을 거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원자력연구원은 “블라인드 채용은 우수 인재를 공정하게 채용하기 위한 것으로 국적 정보는 해당 기관의 재량”이라며 “정부의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은 이를 강제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원자력연구원은 이어 “외국인 채용 제한도 채용 진행기관의 재량사항”이라며 “원자력연구원은 관련 법령상 외국인 채용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우수한 인재를 폭넓게 채용하고자 국적 등을 비공개한 상태로 이번 채용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원자력연구원은 블라인드 채용 도입 전에도 국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따로 수집하지는 않고 합격 전 신원조사에서만 이를 확인해 왔다.

 

일각에서는 원자력연구원과 같은 가급 국가보안시설에서 외국인의 취업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가기밀이 유출될 수 있는 기관에 외국인이 일하는 것은 보안과 직결된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원자력연구원은 지금까지 외국인 연구원이 일한 사례가 없다. 이에 대해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관계자는 “전략물자, 국가기밀 등 보안과 관련한 일부 과제에서는 외국인의 참여가 원천적으로 제한되는 안전장치가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연구원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만큼 이번에 채용이 보류된 연구원도 신원 조회를 거쳐 문제가 없다면 채용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원자력연구원은 “채용대상자는 최종 합격 결정 전 신원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제출 서류가 미비해 보완을 요청한 상태로 접수된 서류를 확인하면 법에 따라 채용절차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중국이 한국의 원전 기술을 빼갈 가능성에 대한 일부 여론의 우려가 있고 정부가 표방한 탈원전 정책을 반대하는 진영에서 이를  근거로 내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문제가 간단하게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학게에서는 이번 사안과 별도로 우수한 연구자를 뽑기 위해 블라인드 채용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재점화되고 있다. 정해진 기간 내 높은 수준의 연구성과를 내야 하는 출연연 입장에서는 우수한 연구자를 블라인드로 뽑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2017년 정부가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를 정부 기관에 적용하자 과학계에서는 우수 인재를 뽑기 어렵다며 반발이 일었다. 출연연을 관리하는 연구회는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블라인드 채용 개선을 요구했고, 지난해 8월부터 논문과 학위, 외국어 능력에 한해 서류 기재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우수한 연구자를 뽑기는 여전히 어렵다 보니 형식만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되는 사례까지도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논문과 같은 서류 내용이면 출신학교와 지도교수, 몸을 담았던 연구실험실까지도 찾아내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출연연 인사 관계자는 “박사급 연구자들은 논문으로 평가해도 논문이 어떤 배경과 실험실에서 나왔고 논문을 누구와 썼는지도 중요한 정보라는 게 연구자들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블라인드 채용을 더욱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과기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연구회 연구직 지원자의 경우 기존 논문을 넘어 학교 정보까지 공개하는 연구원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을 따로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신학교와 추천서, 지도교수까지 모두 공개하는 해외 연구기관들과 달리 연구자 채용이 깜깜이로 이뤄지는 만큼 학위의 수준을 가늠하는 학교까지 공개하자는 것이다.

 

연구회는 이날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신규인력을 채용할 때 공동채용하는 방식을 내년부터 시범 도입한다고 밝혔다. 원서접수와 통합필기시험은 연구회가 담당하고 출연연은 연구회가 선별한 후보자를 대상으로 서류와 면접 전형, 합격자 최종선발 절차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올해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자력연구원 등 17개 출연연에 공동채용을 시범 적용한다. 전 과정은 블라인드로 올해는 행정원 채용을 중심으로 실시된다.

 

연구회 측은 “이번 공동채용 방식을 도입해 수험생 간 과다경쟁과 특정 출연연 과소지원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직자 간의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면서 채용 창구는 일원화해 출연연의 행정비용과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회 관계자는 “공동채용은 기획재정부의 권장사항으로 기재부도 산하 기관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경기도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방식은 복수의 출연연에 채용 공고가 날 때마다 지원할 수 있던 기존 방식과 달리 1년에 2회만 출연연을 골라 지원하는 방식이라 수험생의 기회를 뺏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연구회 관계자는 “행정직을 기준으로 하면 출연연이 채용을 발표할 때 적게는 500대 1에서 많게는 3000대 1의 경쟁률이 나온다”며 “수험생이 자기가 될 것이다 생각하기 어려운 구조라 이번 개편은 현실적인 가능성을 보고 소신 지원을 유도하는 측면도 있다” 말했다.

 

과학계는 연구회가 채용과정에 관여하면서 기관의 가장 중요한 권한 중 하나인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연구회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감사기능을 가져오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면서도 “이번 과제는 출연연 실무진의 의견을 반영한 ‘바텀업’ 방식으로 만들어진 과제로 실무진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회를 비롯한 출연연에서 채용과정에서 가려지는 정보를 완화하길 원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연구직 블라인드 채용이 완화된다면 연구회가 지원자를 추려 출연연에 보내는 과정에서 지원자의 개인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연구회 관계자는 “시범 운영 결과를 분석해 향후 고쳐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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