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을 포함한 국제공동연구팀이 남극 빙하 아래 땅을 500m 단위로 정밀하게 볼 수 있는 남극대륙 지형도를 새롭게 제작했다. 서남극 지역이 기후변화에 취약하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 지역의 빙하가 기후변화로 물러나게 되면 빙하 붕괴를 멈출 수 없을 것이라 경고했다.
극지연구소 해수면변동예측사업단과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 텍사스대, 독일 알프레드베게너 연구소 등 22개 연구팀은 지금까지 나온 남극대륙 지형도 중 가장 정교한 지도인 ‘베드머신’을 제작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이달 13일 공개했다.
남극대륙은 수천 미터 두께의 빙하로 덮혀 있다. 빙하는 땅 위에 멈춰있지 않고 흐르면서 녹는 정도가 달라진다. 빙하 아래 지형 구조가 빙하가 흐르는 방향과 속도를 결정하기 때문에 빙하가 바다에 잠기면서 일어나는 해수면 상승을 예측하려면 정밀한 남극 지형도가 필수다. 예를 들어 남극 바다로 이어지는 좁고 깊은 형태 골짜기는 빙하 움직임을 가속하는 위험요소 중 하난데, 기존 공간 해상도인 1㎞로는 확인이 어렵다.
연구팀은 19개 연구팀이 제작한 얼음투과레이더 자료에 빙하 움직임 정보를 더해 지도 해상도를 높였다. 얼음투과레이더는 비행기 등에서 전파를 쏘면 전파가 얼음과 땅이 만나는 지점에서 반사되는 것을 이용해 얼음의 두께와 땅의 높이를 관측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빙하가 빠르게 흘러내리면 정확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질량보존분석법을 활용해 빙하의 움직임 정보를 얻고 이를 결합해 해상도를 두 배 높였다. 그 결과 남극 동쪽 덴먼 빙하 아래에서 해수면 아래 3500m 깊이의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협곡이 발견되는 등 남극대륙의 다양한 특성이 드러났다.

남극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수 있는 지역은 서남극으로 밝혀졌다. 서남극 대륙에는 해발고도가 해수면보다 낮아 빙하가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닷물과 만나 녹을 수 있는 불안정한 지역이 다수 있었다. 스웨이트 빙하의 경우 두 개 산마루가 바다 쪽으로 흘러가는 빙하의 흐름을 방지턱처럼 막으며 바닷물의 접근도 막고 있다. 이곳의 빙하가 녹아 경계가 이 뒤로 물러나면 바닷물이 침투하게 되며 빙하가 녹는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연구팀은 “서남극 빙하 전체가 바다에 유입되면 지구 해수면이 5.6m 상승한다”며 “빙하가 내륙 방향 두 번째 산마루까지 물러나면 서남극 빙하는 멈출 수 없는 붕괴양상에 접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영국, 한국 등으로 구성된 ‘국제스웨이트 빙하협력단’은 2021년까지 스웨이트 빙하 정밀 탐사를 진행중이다. 한국 유일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도 내년 1월부터 합류해 스웨이트 빙하와 인근 남극바다를 탐사한다.
이원상 해수면변동예측사업단장은 “정밀해진 지형도를 활용해 해수면 상승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연구를 수행 중”이라며 “국내외 연안 침수 피해예방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