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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현대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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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현대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관계

2019.12.21 14:40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1859년에 문을 연 덴마크의 브리슬뢰세릴레 감옥은 수감자들을 전부 독방에서 생활하도록 했다. 음식도 주어지고 조금이나마 쉬는 시간과 산책 시간도 주어졌지만, 무엇을 하든 혼자였고 혹시라도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두 마스크를 써서 누가 누군지 알 수 없도록 했다고 한다. 1860년대에 교도소장으로 부임한 프레데리크 브룬은 당시 수감자들의 모습을 기록했는데 “혼수상태에 가까운 무기력, 무관심과 무반응, 심각한 불안과 공황장애, 환각, 자유의지의 소멸, 주의를 집중하는 능력이 사라짐”이 주된 내용이었다. 눈을 뜨고 있지만 사실상 내면은 죽어버린 시체였다는 것.

 

독방 신드롬: 진짜와 가짜, 머릿속 생각과 실제로 일어난 일을 구분하는 능력의 상실, 감각의 변화, 주의 집중 불가, 자기통제능력 상실, 기억력 감퇴와 심한 경우 기억상실증을 보이고 또한 심한 자해 행위와 자살충동을 보임. 놀랍게도 이들 모두 고립 전에는 멀쩡하게 기능하는 사람들이었다. 인간은 의식주가 충족되어도 혼자 고립되는 것만으로 인지 능력이 떨어지고 감각이 사라지며 결국에는 죽어버릴 수 있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인간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뼛속 깊이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휘둘리는 당신에게》 중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사는 것이 생존과 건강에 필수불가결한 존재라는 의미에서 인간은 하드코어한 사회적 동물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관계와 관계적 목표들이 존재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관계는 무엇일까? 

 

사람들이 흔히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적 목표들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자기 보호 : 위험한 사람들로부터 안전을 도모
질병회피 : 감염의 위협으로부터 몸을 사림
소속: 팀이나 집단의 일원으로 소속되고 싶어함
친밀감: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냄
인정받고 받아들여지기

사회적 지위 추구
로맨틱 파트너를 찾는 것
파트너와 오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
부모, 형재 등 가족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
자녀를 돌보는 것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심리학과 고아라 연구원은 27개국 7296명을 대상으로 지금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는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서로 다른 국가들에 걸쳐 놀라우리만치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아래 그래프는 27개국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각각의 관계적 목표들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준다. 


새로운 연인 만들기가 가장 덜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고, 집단에 안정적으로 소속되기, 친밀감 느끼기, 인정받기는 그보다 더 중요시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힌 목표는 이미 존재하는 연인, 가족, 자녀 돌보기였다. 

X 축: 다양한 관계적 목표 Y축: 각각의 관계적 목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도 0 = 전혀 중요하지 않다, 7 = 매우 중요하다
X 축: 다양한 관계적 목표 Y축: 각각의 관계적 목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도 0 = 전혀 중요하지 않다, 7 = 매우 중요하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많은 나라들에서 대체로 비슷한 현상이 확인되었다. 한국에서도 사람들은 다양한 사회적 관계들 중 가족과의 관계를 가장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삶의 만족도가 높고 우울증과 불안은 덜한 편이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인간은 다른 포유류들과 달리 독보적으로 느리게 성장하는 동물임을 지적했다. 즉 태어나서 한 명의 어엿한 인간 개체로 기능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고, 단 한 명을 제대로 기능하게 만들기 위해 수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보살핌, 관심이 필요한 유난히 손이 많이 가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번식 전략에 있어서도 자손을 여기저기 남기고 나몰라라 하는 전략으로는 생존력이 좋은 후손을 단 한 명도 건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적은 수라도 제대로 키워보자며 아주 친밀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특수 집단인 가족을 만들고 이 가족의 유지에 전력을 다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의 설명이 맞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소득수준이나 결혼/이혼율 등과 상관 없이 서로 다른 사회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발견이다. 어쩌면 모든 것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절대적인 친밀감과 안정감을 선사하는 존재에 대한 갈망이 우리 인류에게 어느 정도 내재되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꼭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더라도 가족 같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을 나누는 따듯한 연말이 되길 바란다. 

 

 

참고자료

《여전히 휘둘리는 당신에게》 시공사
Ko, A., Pick, C. M., Kwon, J. Y., Barlev, M., Krems, J. A., Varnum, M. E., ... & Crispim, A. C. (2019). Family matters: rethinking the psychology of human social motivation.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1745691619872986.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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