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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밥맛이 좋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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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밥맛이 좋은 이유는?

2019.12.23 08:01

美-中과학자, 벼 품종 분석
재배 통해 ‘유전적 야생성’ 감소… 통통하고 영양 많은 쌀 늘어나

 

케네스 올슨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생물학과 교수는 중국농업과학원 과학자들과 함께 비번역 RNA 양을 조절해 쌀의 주요 특성을 상당 부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제공
케네스 올슨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생물학과 교수는 중국농업과학원 과학자들과 함께 비번역 RNA 양을 조절해 쌀의 주요 특성을 상당 부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제공

 

지금으로부터 1만1500년 전 최초의 농부가 나타난 이후 세계 곳곳에선 좋은 종자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져 왔다. 특히 한국인의 주식인 쌀은 꾸준히 진화의 과정을 거쳤다. 초기 야생 벼는 쌀알이 가볍고 영양분이 적었다. 농부들은 밥상에서 선택받은 종만 거둬 다시 씨를 뿌리는 방식으로 점점 통통하고 영양분이 많은 쌀을 생산했다. 특히 유전자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서로 다른 두 품종을 교배해 각각의 장점만 가진 새로운 종을 ‘창조’해내는 육종법이 발달했다.

유전 정보 분석이 가능해지고 벼의 DNA 전체(유전체)가 해독되자 맛과 수확량, 병충해저항성 등 장점을 유전자에서 찾는 일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한국과 중국, 일본인들이 많이 먹는 ‘둥근 쌀’ 자포니카는 야생 벼에는 없는 꼿꼿이 자라는 유전자(PROG1)와 종자 껍질이 하얀 유전자(Rc), 작물로부터 낟알이 떨어지지 않는 비탈립 유전자(Sh4) 등을 가졌다.

과학자들은 최근까지도 품종의 장점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찾고, 그것을 만드는 유전자를 찾았다. 이런 ‘분자표지’를 이용하면 벼를 일일이 재배해 수확하지 않아도 쌀이 원하는 장점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 과학자들은 유전물질에서 단백질을 만들어내지 않고 쓸모없어 보였던 부분이 우리가 아는 통통한 쌀을 탄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생물학과와 중국농업과학원 작물과학연구소 연구진은 자포니카 벼와 벼의 조상 격인 야생 벼(루피포곤 벼)의 DNA를 비교한 결과 RNA에서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는 ‘비번역 RNA’가 자포니카 벼에서 훨씬 적게 생산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18일 공개했다.

 

RNA는 일종의 DNA 사본으로 DNA 중 쓸모없는 부분은 사라지고 유전자 발현과 연관된 부분만 남아 있는 유전물질이다. 비번역 RNA는 과거에는 단백질을 만들지 못해 쓸모없는 부분으로 생각됐지만 최근 비번역 RNA가 유전자 발현 조절과 후성유전에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분석 결과 두 품종이 가진 비번역 RNA의 종류는 각각 3363가지로 똑같았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 중 311가지가 자포니카 벼에서 야생 벼에 비해 적게 생산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그중에서도 두 품종 사이에서 발현량이 크게 차이 나는 10가지를 골라 기능을 확인한 결과, 3가지 비번역 RNA 생산량이 늘어나면 쌀알이 야생 벼처럼 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재배 과정에서 이 비번역 RNA의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통통하고 영양 많은 쌀이 늘어났다.

모영준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육종과 농업연구사는 “야생 벼는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병충해나 재해를 이겨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기후변화에 대비하거나 친환경 재배 등에 활용하기 위해 이런 야생 벼의 장점들을 재배 벼로 이전하는 데에 유전자뿐만 아니라 비번역 RNA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른 품종의 벼나 야생 벼와의 교배를 통해 특정 유전자를 가진 신품종을 만들 수도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야생 벼의 병충해저항성 유전자(Bph18)를 가진 ‘안미’, 키다리병 저항성 유전자(qBK1)를 가진 ‘안평’ 벼를 개발했다. 2001년 벼의 유전체를 해독한 것으로 유명한 스위스기업 신젠타 연구팀은 벼에 유전자변형으로 옥수수 유전자(psy)를 넣어 비타민A의 전구체인 베타카로틴 함량을 23배나 높인 ‘골든라이스’를 개발했다.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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