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평행선 달리는 한방난임치료 논란…환자들만 혼선

통합검색

평행선 달리는 한방난임치료 논란…환자들만 혼선

2019.12.26 16:04
2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의약 난임 치료 연구 관련 토론회’에서는 최근 논란이었던 논문을 냈던 김동일 동국대 일산한방병원 한방여성의학과 교수와 대한의사협회 한방특별대책위원회 위원인 최영식 연대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 등 두 학계의 전문가들이 모였다.  이정아 기자
2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의약 난임 치료 연구 관련 토론회’에서는 최근 논란이었던 논문을 냈던 김동일 동국대 일산한방병원 한방여성의학과 교수와 대한의사협회 한방특별대책위원회 위원인 최영식 연대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 등 두 학계의 전문가들이 모였다.  이정아 기자

의료계와 한의학계가  한방 난임치료를 두고 맞붙었다. 한의학계는 “인공수정보다 성공률이 높고 인위적인 치료가 아닌 자연임신을 유도한다"며 효과와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의학계에서는 “인공수정과의 임신율 통계 비교가 잘못됐다" "한약이나 침술에 의한 임신 효능에 대해 뚜렷한 근거가 없다"고 반박한다. "임신 준비 여성 또는 임산부에 대한 한약의 안전성이 보장돼 있지 않다”며 반박한다. 

 

이달 초 영국의 한 의료 통계학자가 김동일 동국대 일산한방병원 한방여성의학과 교수팀이 SCI(과학논문인용색인)급 저널에 투고한 논문 게재 심사를 거절하고 본인의 트위터에서 공개적으로 문제를 지적하면서 한방 난임 치료에 대한 논란이 더욱 거세졌다.  한의학계에서는 이 연구 결과가 한방 난임 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며 한방 난임 치료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이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의약 난임 치료 연구 관련 토론회’에서는 의학계와 한의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한방 난임 치료 현황과 논란을 되짚어보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의사들 "한방난임치료 인공수정보다 효과 있다"

 

산부인과에서는 원인불명 판정을 받은 난임 부부를 대상으로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IVF)을 시행하고 있다. 인공수정은 남성의 정자를 자궁 속에 넣어 수정과 착상을 유도하는 방법이고, IVF는 체외에서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킨 수정란을 2~5일간 배양시켜 자궁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현재 국가에서는 건강보험을 통해 이들 시술에 대해 일정 부분을 지원하고 있다. 월 소득이 약 512만원 이하인 난임 부부에게는 추가 지원도 하고 있다.

 

반면 한약과 침술을 이용하는 한방 난임 치료는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한의학계는 지난 23일 ‘한의약 난임지원사업 성과대회’를 열고 한방 난임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화 등 지원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한방 난임 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된 근거로 김동일 교수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김 교수팀은 보건복지부로부터 6억2000만원을 지원받아 2015년부터 4년간 원인불명 난임인 20~44세 여성 90명을 대상으로 한방 난임 치료를 시행했다. 그 결과 90명 중 13명이 임신했고, 그 중 7명이 출산했다. 연구팀은 임신 성공률이 14.44%에 이른다며 인공수정(13.91%)보다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의학계에서는 본 연구에서는 한방 난임 치료 7개월과 인공수정 1회를 비교했으므로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고, 오히려 13명 중 6명이 유산 또는 자궁외임신을 한 것에 대해 위험성을 지적했다. 게다가 연구에 대조군이 없어 신뢰성이 떨어지며, 연구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방 난임 치료 유효성, 안전성 입증”

김동일 동국대 일산한방병원 한방여성의학과 교수가 연구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그간 의학계의 지적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김동일 동국대 일산한방병원 한방여성의학과 교수가 연구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그간 의학계의 지적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이날 행사에서 김동일 교수가 의료계에서 지적한 문제들에 대한 답변을 직접 내놨다. 

 

김 교수는 “쥐 실험 결과 한방 난임 치료에서 배란 전에 쓰는 ‘온경탕’과 배란 후에 쓰는 ‘배란착상방’은 세포독성이 없었음을 확인한 만큼 안전성을 입증했다”며 “유효성에 대해서는 배란착상방은 수정란 착상과 임신을 증진시키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여러 문헌을 참고한 결과 현대의학 난임 치료와 한방 난임 치료를 병행했을 때 임신율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인공수정 1회와 한방 난임 치료 7주기를 비교한 것이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한방에서는 4개월간 침술과 한약으로 치료하고 3개월간 효과를 지켜보는 것이 한 사이클”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 13명 중 6명꼴로 임신 실패율이 높았던 이유에 대해서는 “연구 대상자들의 나이가 평균 36세로 많은 편이고, 이미 이전에 IVF 등 여러 번 시술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에 대조군이 없어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에는 “난임 치료를 받아본 경험이 없는 젊은 난임 환자를 대상으로 대조군을 설정해 추가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며 산부인과 전문의들와의 협진 연구를 제안하기도 했다.

 

의학계 “유효성, 안전성 입증 안 돼, 유산율 높아 위험”

대한의사협회 한방특별대책위원회 위원인 최영식 연대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한의학계 주장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대한의사협회 한방특별대책위원회 위원인 최영식 연대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한의학계 주장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이에 대해 의학계 전문가들은 한의학계 주장에 오류가 있고 한방 난임 치료에 대한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특별대책위원회 위원인 최영식 연대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한방 난임 치료를 받았을 때 1주기당 임신 성공률을 계산해보면 약 2.06%로 원인불명 난임 환자의 자연임신율(2~4%)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떨어진다”며 “이 연구 결과로는 유효성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 대상자의 수가 90명으로 적은 것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한방 난임 치료로 인한 유산율이 꽤 높아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류상우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교수는 “7주기이면 산부인과에서는 난임 시술을 2~3번 시도할 수 있는 기간으로, 이때의 임신 누적 성공률은 30%가 넘는다”며 “하루 한 달 시간이 아까운 난임 환자들이 이때 시술을 받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연구 대상자의 나이가 많고 이전 시술을 여러 번 받아 유산율이 높게 나왔다는 한의학계의 답변에 대해서는 “통계에 따르면 자연임신이든 IVF든, 유산율은 35세 이상 이후에 증가한다”며 “김 교수팀의 연구에서 임신에 성공한 여성의 평균 연령은 33.2세로, 나이 탓으로 돌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의학계 전문가들은 임산부에게 약물을 투여하는 것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최 교수는 “오히려 김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한방 난임 치료가 배란기 이후에도 한약을 처방하고 있어 안전성에 대해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근거”라고 말했다. 이중엽 함춘여성의원 원장은 “난임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임신 성공’이 아닌 ‘건강한 아기를 낳는 것’”이라며 “아무리 안전하다고 입증됐더라도 의사들은 초기 임산부에게는 기형아 유발 위험으로 약물을 거의 처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방 난임 치료에 대한 지원사업을 진행하기 전에 동물실험부터 임상시험 등 실제로 유효성과 안전성이 있는지 입증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난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현대의학과 한방 간 공동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 의학계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었다. 류 교수는 “지난해 미국의사협회지(JAMA)에는 침 치료와 IVF를 병행했을 때 출산 성공률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며 “한방 치료로 인해 건강한 아기 출산율이 높아졌음을 명확히 입증한 후에야 현대의학과 한방 간 공동연구와 협진 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대의학처럼 뚜렷한 과학적인 근거를 찾아야 함도 강조했다. 류 교수는 “난소기능을 확인하는 항뮬러관호르몬(AMH) 검사 수치가 한방 난임 치료로 인해 증가했다고 주장하는데 관련 논문을 보면 대상자의 평균 나이가 35세, 원래 AMH 수치가 2.2로 난소 기능이 원래 나쁘지 않았던 편”이라며 “40세 이상, AMH 수치 1.1 미만의 환자 대상으로 한방 난임 치료의 유효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약과 위약, 침술과 위약을 비교한 연구를 진행해 뚜렷한 치료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3 + 3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