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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리포트] 초원수리 민은 어쩌다 통신요금 폭탄을 맞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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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리포트] 초원수리 민은 어쩌다 통신요금 폭탄을 맞았나

2020.01.04 11:36
위치 정보를 발신하는 통신장치를 부착한 초원수리 ′민′. RRRCN 제공
위치 정보를 발신하는 통신장치를 부착한 초원수리 '민'. RRRCN 제공

지난해 10월 소셜미디어에서는 ‘독수리 통신 요금 보충하기’라는 크라우드펀딩이 화제가 됐습니다. ‘민(Min)’이라는 이름이 붙은 초원수리 한 마리의 자유로운 비행으로 촉발한 모금이었습니다. 


러시아맹금류연구및보존네트워크 연구자들은 2018년 민을 포함한 초원수리 13마리에게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통신 장치를 달았습니다. 이 장치는 러시아 통신사 메가폰을 통해 연구자에게 하루 네 번 문자로 초원수리의 위치를 알립니다.

 

국경 넘나드는 초원수리, 연구비 거덜내다!

 

2018년 러시아 남부 하카스 지역에서 태어난 민은 그해 겨울, 남쪽으로 약 3000km 떨어진 인도 북부로 날아갔습니다. 해가 바뀌고 다시 날씨가 따뜻해지자 북쪽으로 2500km를 날아 카자흐스탄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다 2019년 5월부터 민에게서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이전에도 통신 장치가 고장나는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민도 그런 경우일 거라 추측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민과 다시 연락이 닿았습니다. 민의 위치 정보가 담긴 수백 통의 문자가 연구자들에게 도착한 겁니다. 민은 카자흐스탄에서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을 지나 이란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카자흐스탄 외곽지역과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은 메가폰이 로밍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 곳입니다. 그러다 로밍을 지원하는 이란에 민이 도착하자 5개월 동안 발신하지 못했던 문자들이 한꺼번에 전송된 겁니다.


민과의 연락이 다시 닿은 건 다행이지만, 연구자들은 새로운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이란의 문자 요금은 1건 당 49루블(약 900원)로, 러시아 요금의 25배, 카자흐스탄 요금의 5배에 달했습니다. 연구자들에게 청구된 요금은 10만 루블(약 183만 원)로 초원수리 13마리를 추적하는 데 쓰여야 할 연구비를 몽땅 쏟아부어야 했습니다. 

 

이들은 통신 요금을 메꾸기 위해 SNS에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은 BBC 등 여러 언론에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고, 모금액은 일주일 만에 30만 루블(약 564만 원)이 모이며 목표액의 3배를 달성했습니다. 메가폰은 초원수리의 13마리의 통신비를 탕감해주고, 앞으로 새에게는 더 저렴한 통신 요금을 매기기로 했답니다. 

 

 

매년 두 번, 긴 여정의 비밀

 

어린이과학동아 DB
어린이과학동아 DB

초원수리를 포함해 수리과에 속하는 다양한 종이 겨울엔 남쪽으로, 여름엔 북쪽으로 수천 km를 이동합니다. 여름엔 주로 러시아, 몽골, 카자흐스탄 등지에서 번식하고, 겨울은 파키스탄, 인도, 서남아시아, 한국 등지에서 보냅니다.


수리류가 이동하는 지역은 종마다, 개체마다 제각각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동 경로를 나타낸 지도만 보면 육상동물이 이동했다고 착각할 정도로, 오직 육지로만 이동합니다. 바다나 호수를 건너지 않습니다. 육지는 낮 동안 햇볕에 의해 데워진 공기가 위로 이동하는 ‘상승 기류’가 잘 발달해 에너지 소비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리류는 양 날개를 쭉 뻗은 상태로 상승 기류를 타고 고도를 높였다가, 그 자세로 서서히 고도를 낮추며 이동합니다. 이 방법은 날갯짓보다 훨씬 에너지가 적게 들어 먼 거리를 이동할 때 유리합니다. 한국와 몽골을 오가는 독수리도 최단 거리인 서해를 포기하고, 북한과 중국 땅을 거쳐 이동합니다. 


수리류 새들이 매년 남과 북을 오가는 긴 여정을 선택한 이유는 먹이를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들은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포유류를 주로 잡아먹고 사는데, 북쪽 지역에서는 겨울이 되면 포유류가 자취를 감춥니다. 그래서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서 비교적 먹이가 많은 남쪽으로 내려옵니다. 러시아맹금류연구및보존네트워크 연구자들이 2018년 한 해 동안 초원수리 16마리를 추적한 결과 일 년 중 41.9%는 번식지, 31.5%는 월동지에서 머물고 나머지 26.6%는 이동하며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독수리는 먹이 적은 몽골 북한에선 짧게 머문다

한국환경생태연구소는 미국 덴버동물원과 몽골에서 갓 태어난 독수리들에게 추적기를 달았다. 추적 결과 우리나라와 북한, 중국 랴오닝성, 몽골 고비사막을 거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 이한수 제공
한국환경생태연구소는 미국 덴버동물원과 몽골에서 갓 태어난 독수리들에게 추적기를 달았다. 추적 결과 우리나라와 북한, 중국 랴오닝성, 몽골 고비사막을 거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 이한수 제공

한국에는 2000여 마리의 독수리가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옵니다. 이들의 이동 경로는 2013년 처음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전까지는 날개깃에 출발지를 표시하는 날개 표지가 전부여서 출발지와 도착지만 알 수 있었습니다. 

 

이한수 한국환경생태연구소 대표는 2013년 1월 경남 고성에서 포획한 독수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80여 개체에 자체적으로 개발한 추적기를 부착했습니다. 이 추적기는 태양광을 리튬 전지에 충전해 사용하는데, 아직도 5개체는 위치 정보를 발신하고 있습니다.

 

연구팀의 추적 결과 독수리는 경남 고성에서 휴전선을 통과해 북한, 중국을 거쳐 몽골 오브스에 도착했습니다. 총 1700km를 이동했으며 낮에만 이동해 하루 최대 340km를 비행했습니다. 한국과 몽골을 오가는 도중 중국 랴오닝성 주변에서 1~2주간 머물다 이동하기도 했습니다. 이곳은 평야 지대라 먹이를 먹으며 에너지를 보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지역과 몽골 고비사막을 이동할 땐 잠시 쉴 뿐 며칠씩 머물지 않았습니다.

 

이한수 대표는 “북한과 몽골의 사막은 먹잇감이 부족해 최대한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며 “독수리의 자세한 이동 경로는 멸종위기종인 독수리를 체계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어떤 지역과 협력해야 할지 알아보는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은 겨울을 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독수리. 수리류는 먼 거리를 이동할 때 산의 사면에서 상승 기류를 타고 원을 그리며 고도를 높이는 ‘범상’과 고도를 낮추며 다음 산까지 이동하는 ‘활공’을 반복한다. 1500~2000m 고도에서는 거의 날갯짓을 하지 않고 바람만을 이용한다. astinkim1030 제공
사진은 겨울을 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독수리. 수리류는 먼 거리를 이동할 때 산의 사면에서 상승 기류를 타고 원을 그리며 고도를 높이는 ‘범상’과 고도를 낮추며 다음 산까지 이동하는 ‘활공’을 반복한다. 1500~2000m 고도에서는 거의 날갯짓을 하지 않고 바람만을 이용한다. astinkim1030 제공

 

수리류를 추적하고 지키는 시민들

 

흰머리수리는 20세기 들어 살충제(DDT)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했지만, 보존 활동으로 지금은 개체수가 회복됐습니다. 연구자들은 시민들과 함께 흰머리수리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2015년 앤드류 덴하르트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 연구원은 시민들이 수집한 자료로 펜실베이니아 지역을 찾은 흰머리수리의 총 개체수를 추정했습니다.


덴하르트 연구원은 독수리 이동경로를 연구하는 북미 연구자들이 만든 호크카운트 홈페이지(www.hawkcount.org)에서 시민과학자들이 기록한 10년간의 흰머리수리의 분포를 모았습니다. 흰머리수리는 하루에도 수십 km씩 이동하기 때문에 시민과학자들이 모은 자료만으로는 흰머리수리가 총 몇 마리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같은 개체가 여러 번 찍혔거나 놓친 개체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흰머리수리의 비행을 모델링해 시민과학자들의 자료와 비교한 후, 같은 개체일 가능성이 높은 것은 뺐습니다. 여기에 10년 동안 통신기로 추적한 자료로 시민과학자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경로를 추려냈습니다. 그리고 날씨에 따라 해당 경로로 이동할 확률을 계산하고, 그만큼의 흰머리수리를 더했습니다. 그 결과 한 해에 펜실베이니아를 찾는 개체는 평균 5122마리로 밝혀졌습니다.  

 

흰머리수리를 위한 인공둥지를 만들고 있다. Russell Benford 제공
흰머리수리를 위한 인공둥지를 만들고 있다. Russell Benford 제공

미국 애리조나에서는 시민과 함께 야생동물을 지키는 길라리버인디언커뮤니티의 ‘둥지 관찰자’들이 흰머리수리의 번식지를 보호합니다. 2015년부터 매년 같은 둥지에 알을 낳는 흰머리수리가 번식에 성공했는지, 둥지를 위협하는 요인은 없는지 기록합니다.

 

2013년 애리조나에 큰 불이 나 나무가 사라진 이후 전봇대에 위험천만하게 둥지를 만드는 흰머리수리가 늘자 2017년에는 인공둥지를 마련해 주기도 했습니다. 인공둥지는 12m 높이에 설치됐으며, 지름 2cm의 나뭇가지를 엮어 만들었습니다. 강한 햇빛이 들어오지 못하게 한낮엔 둥지에 기둥의 그림자가 드리우도록 설계했습니다. 인공둥지 프로젝트를 이끈 생태학자 러셀 벤포드 박사는 “안정적인 둥지는 흰머리수리가 생존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고 말했습니다.

 

어린이과학동아 DB

●인터뷰1 “민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초원수리일 것”

 엘레나 슈나이더 러시아 시베리아환경센터 연구원

 

 

러시아맹금류연구및보존네트워크가 추적하는 초원수리 민은 카자흐스탄에서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을 지나 이란으로 이동하면서 막대한 통신요금 폭탄을 맞게 했다. 민은 최근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엘레나 슈나이더 러시아맹금류연구및보존네트워크 산하 시베리아환경센터 연구원은 초원수리 민을 추적하는 일을 맡고 있다.  슈나이더 연구원은 러시아 국립 노보시비르스크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맹금류의 생태를 연구하고 보존하는 방법을 찾고 있는 조류학자다. 

 

Q 민은 지금 어디 있나


예멘에 있다. 지난해에는 겨울을 인도에서 보냈는데, 그곳엔 저희와 함께 활동하는 사진작가가 있어 민의 위치를 파악하고 사진을 보내줬다. 그런데 예멘은 연구자들이 예상치 못했던 월동지였다. 연구자들 중에서는 민을 본 사람이 아직 없다. 추적기는 5년까지 사용할 수 있으니 내년 여름에 다시 북쪽으로 돌아온 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Q 민에게 통신 장치를 단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맹금류에게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싸우고, 또 싸우고 있다.  2013년부터 초원수리를 추적해 위협 요인을 알아내고 있다. 송전선과 풍력 발전기, 사냥, 먹이 부족 등 다양한 요인이 초원수리를 해치는데, 어떤 지역에 이런 요인이 있는지 조사한다. 매년 새로 태어나는 아기 초원수리 5마리에게 추가로 추적기를 달아주고 있다. 아기새는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배낭 매듯 추적 장치를 날개에 끼기만 하면 된다. 민도 그중 하나였다. 

 

Q 민을 보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본인을 비롯한 연구자들은 민과 다른 맹금류들을 지키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할 것이다. 이번에 통신료 폭탄이 발생한 계기로 언론에 소개됐고 이 소식이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엄청난 모금액이 모였다. 이 금액으로 앞으로 2년간 통신비 걱정 없이 연구할 수 있게 됐다. 연구자가 아닌 대중들에게는 평생 한 번쯤은 꼭 독수리 등을 관찰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렇게 위엄 있는 생물이 멸종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그리고 과학에 관심있다면 송전선이나 풍력 발전기 같은 현대 기술이 생물에게 어떤 피해를 입히는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인터뷰2  "독수리 식당 분점까지 냈습니다" 

한반도 찾은 독수리에게 먹이 주는 김덕성 한국조류보호협회 고성지회장

 

 

올해로 20년째 매년 겨울 한반도를 찾은 독수리에게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 있다. 고등학교 미술교사를 정년퇴임하고 독수리를 보호하기 위해 독수리 식당을 연 김덕성 한국조류보호협회 고성지회장을 만났다.

 

Q 어떤 계기로 독수리 식당을 열게 됐나

 

1997년 오염된 오리를 먹고 죽어가는 독수리를 본 뒤로 지금까지 독수리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처음에는 뭘 먹여야할지 몰라 닭고기 등 닥치는 대로 먹이를 줬다. 당시 사람도 먹기 힘든 생닭을 독수리에게 준다고 욕 많이 먹었다. 지금은 경남 고성 '1호점'에 이어 김해 화포천과 창녕 우포늪에 '분점'까지 냈다.

 

Q 항상 열려 있는 사람 식당과 달리, 독수리들이 찾는 시기에만 특별히 여는지 궁금하다

 

독수리가 한국에 도착하는 11월부터 몽골로 떠나는 3월까지 일주일에 3번 먹이를 준다. 경남 고성 500마리, 김해 화포천 300마리, 창녕 우포늪 100마리에게 주고 있으며, 일주일에 1000kg의 먹이를 소비한다. 독수리 식당을 열고 15년 정도는 재정적으로 어려웠지만, 지금은 제자들과 지방자치단체, 관계기관 등이 도움을 주고 있어서 나아졌다. 

 

Q 독수리들이 사람을 공격하진 않나

 

독수리는 살아 있는 동물이 아닌 사체만 먹는다. 산 동물을 사냥하는 방법도 모르고 경계심도 많다. 먹이를 주면 서열에 따라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필요한 양만 먹고 바로 자리를 비워준다. 매번 같은 옷을 입고 먹이를 주다보니 이제 나를 ‘먹이 주는 사람’으로 인식한다. 

 

Q 독수리 식당 외에도 독수리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다친 독수리를 구조하는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한번은 돼지 축사 폐수처리장에 빠진 독수리 2마리를 구출했는데, 구출하자마자 독수리가 젖은 날개를 터는 바람에 온몸이 돼지 똥으로 뒤덮인 적도 있다. 2015년부터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전국교사모임’과 함께 독수리의 개체수를 파악하고 있다. 지역별로 몇 마리가 월동하고 있는지, 몇 살인지 기록한다. 경남 고성을 찾는 독수리는 1~2살인 어린 개체가 많다. 자연에 먹이가 부족해지면서 3살까지 생존 확률이 20%가 채 되지 않기 때문에 이들에게 주기적으로 먹이를 주는 활동은 정말 중요하다. 

 

독수리 눈을 한 번이라도 자세히 본 사람이라면, 그 순수한 눈빛에 ‘맹수’나 ‘하늘 위 최상위 포식자’ 같은 수식어를 잊게 될 것이다. 

 

※도움말 주신 분 김덕성(한국조류보호협회 고성지회장), 백운기(국립대구과학관 전시연구본부 본부장), 이한수(한국환경생태연구소 대표)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2020년 1호, [기획] 선 넘은 수리, 과학자는 안절부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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