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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로 읽는 과학] 수생 식충식물의 사냥비결은 끝이 말리게 진화한 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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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로 읽는 과학] 수생 식충식물의 사냥비결은 끝이 말리게 진화한 주머니

2020.01.05 09:00
사이언스 제공
사이언스 제공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3일 동그랗게 말려 있는 초록색 주머니 사진을 표지에 실었다. 아열대 또는 열대지역의 얕은 민물에 사는 식물인 열대통발기바의 통발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사진이다. 열대통발기바는 지름이 약 200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미터)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이 통발을 이용해 유글레나와 아메바 같은 작은 수생동물을 사냥한다. 

 

영국 과학자들은 열대통발기바의 통발이 어떻게 사냥에 적합한 주머니덫 모양을 띠게 됐는지 밝혀내 연구결과를 사이언스 3일자에 발표했다.

 

열대통발기바는 물속에 냉면 면발처럼 가느다란 줄기들이 서로 엉켜 있다. 물 밖으로 빼꼼히 내민 줄기 끝에는 노란 꽃이 달린다. 뿌리가 없어 물에 떠 있는 상태로 자라므로 흙으로부터 얻어야 하는 질소가 항상 부족하다. 그래서 작은 수생동물들을 통발에 가두는 방식으로 사냥한 다음, 먹잇감을 녹여 흡수해 질소 성분을 보충한다. 

 

입이 닫혀 있던 통발은 먹잇감이 와서 건들면 살짝 열린다. 통발 안팎에서 수압차가 발생하면서 물이 통발 안으로 빨려들어간다. 통발은 입을 단단히 다문 채 물과 함께 빨려들어온 먹잇감을 녹이기 시작한다. 

 

놀랍게도 열대통발기바의 잎은 손바닥처럼 편평하다. 먹잇감을 사냥하는 통발 부분만 주머니처럼 끝이 말려 있다. 식물학자들은 통발이 사냥에 적합하도록 진화해온 결과라고 보고 있다. 통발은 두 겹으로 이뤄져 있어 먹잇감이 한번 통발 안으로 들어오면 복잡한 덫에 갇힌 것처럼 다시는 바깥으로 빠져나갈 수가 없다. 

 

엔리코 코엔 영국 노위치연구단지 존이네스센터 세포및발달생물학과 교수팀은 열대통발기바의 유전정보를 분석해 통발이 이런 형태를 띠는 데 어떤 유전자들이 관여하는지 찾았다. 이들 유전자가 발현되는 정도를 컴퓨터 모델링으로 조절해 통발 모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열대통발기바의 통발이 형성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 두 개(UgPHV1과 UgFIL1)를 찾았다. 이들 유전자는 각각 통발의 옆면과 앞뒷면에서 통발의 벽이 말려들면서 겹층 구조를 만든다. 연구팀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자 통발의 벽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하면서 다른 잎처럼 편평해졌다. 더는 먹잇감을 사냥하는 덫의 기능을 하지 못했다. 

 

데릭 몰턴 영국 옥스퍼드대 산업및응용수학센터 교수는 사이언스 3일자에 실은 기고문을 통해 “특정 유전자들이 각 부분에서 다르게 발현하는 덕분에 한 식물에서 편평한 잎과 주머니 모양 통발이 함께 자랄 수 있는 것”이라며 “열대통발기바가 물리적인 힘을 이용해 먹잇감을 사냥할 수 있도록 진화했음을 유전적인 수준에서 찾았다는 데 연구에 의미가 크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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