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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하는 가짜 의학정보] "팔 짧고 머리 작으면 치매 위험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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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하는 가짜 의학정보] "팔 짧고 머리 작으면 치매 위험 높다?"

2020.01.04 06:00
유튜브 화면 캡처
유튜브 화면 캡처

"가방끈이 짧거나 직업이 없거나, 일적으로 머리를 적게 쓰는 사람은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다.",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거나 약속을 잊는 등 건망증이 심하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크다.", "팔 길이가 짧거나 머리가 남들보다 작으면 치매 위험 높다.", "참을성이 많거나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은 암에 걸릴 확률이 크다."

 

새해가 되면 재미 삼아 본인의 이름과 사주 등으로 1년간 운세를 점보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이처럼 병원에 가지 않고도 앞으로 본인이 병에 걸릴 위험이 얼마나 되는지 자가 예측하는 방법들이 만연하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자가 예측 테스트로 인기가 많은 병은 치매와 암이다. 의학적으로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거짓일지 알아봤다.

 

건망증 심하다고 반드시 치매 환자 되는 건 아냐

 

유튜브 화면 캡처
유튜브 화면 캡처

먼저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치매 자가 예측 문항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은 '평소 건망증이 심했냐'다.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거나 약속을 잊거나, 하려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까먹는 등 건망증이 심하면 추후 치매 환자가 될 위험이 크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건망증과 치매는 전혀 다르다고 말한다. 나이가 들면 뇌 기능도 노화해 인지, 판단하는 속도나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건망증이 당장 치매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요인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예를 들어 '뭔가 찾으러 가다가 무엇을 찾으려고 했었는지 깜빡 잊었다면 건망증이지만, 여기가 어디인지 장소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다면 치매'라거나 '만년필을 보고 물건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건망증이지만, 이 물건의 용도가 무엇인지 전혀 기억이 안난다면 치매'라고 설명했다. 

 

강희철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다면 건망증이 심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퇴행성으로 인한 치매가 조금 빨리 올 수는 있다"며 "평소 기억력을 증진하는 연습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어떤 유튜버는 "평생 학업이든 일이든 머리를 쓰지 않으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크다"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고스톱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콕 짚어 '저학력', '머리보다는 몸을 쓰는 직업', 또는 '무직' 등을 치매 유발 요인이라고 말한다. 

 

강 교수는 "머리를 자주 쓰면 어느 정도 치매를 예방할 수는 있겠으나, 학력이나 직업 자체가 치매 여부를 결정짓는 요인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치매는 퇴행성 질환으로 뇌 기능이나 감정, 사회성 등을 잘 사용하지 않으면 생긴다"며 "생각을 깊이 자주하고 사회활동을 하는 등 이 세 가지 능력을 잘 계발해야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최근 유효성 논란이 불거진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뇌영양제를 예로 들었다. 과거 신경전달물질에 도움을 줘 치매 치료와 예방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학계에서는 그간 수많은 연구를 통해 별다른 효능이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에서는 2017년 대비 지난해 처방 실적이 27.7%나 증가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는 "이 뇌영양제를 먹고 기억력이 더는 나빠지지 않거나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를 본 사람들은 약 자체의 효능 때문이 아니라 이외에도 취미활동에 몰두하거나 사회활동을 하는 등 노력하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활동들이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팔이 짧으면 치매 발생률이 높다'거나 '머리가 작으면 뇌용량도 적어서 치매 발생 위험이 크다'는 식의 신체 부위에 대한 것들은 의학적으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 강 교수는 "아시아인에 비해 머리 크기가 작은 서양인들에서 특출나게 치매 환자 비율이 높은 것은 아니다"라며 "머리 크기가 아니라 뇌 기능을 계발해야 치매를 예방하거나 증상을 늦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전자검사로 암 발생률 맞히는 데에도 한계 있어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유튜브에서 치매 다음으로 자가 예측할 수 있는 질환으로 많이 나오는 것은 암이다.

 

한 유튜버는 "생활에서 노출될 수 있는 발암요인 때문에 암에 걸릴 수 있다"며 "이 요인들이 본인 주변에 있지 않은지 알면 암 위험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꼽은 주요 요인은 농약 등 제품이나 고기와 우유, 달걀 등 식품에 든 발암물질이다. 

 

농약이 발암물질이라면 이것을 주로 사용하는 농촌에서는 암 발생률이 상당히 높아진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16년 기준 오히려 농촌 지역의 암 환자 수가 적다. 일부 농촌에서 도시보다 암 환자 발생률이 높은 경우가 있는데 역학조사를 통해 석면광산이나 대규모 석유화학공장 단지, 제철공장 단지 등이 근처에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강 교수는 "농약뿐만 아니라 자외선차단제, 자동차 배기가스 등 일상에는 발암물질이 흔하지만 법적 규제에 따라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양"이라며 "농약을 사용하거나 매일 차를 운전한다고 해서 반드시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장기간 동안 농약을 사용해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면 발생 가능성이 있으므로, 농약을 뿌릴 때에는 마스크를 하거나 바람이 부는 방향을 고려하거나 차를 운전하기 전 환기를 시키는 등 '개인 방어'를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유튜버는 "고기와 우유, 달걀을 생산하기 위해 소와 닭을 키울 때 항생제, 성장호르몬 등을 사용하므로 그것이 인체에서 발암물질이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붉은 고기에 발암물질이 많다는 것은 이미 학계에서 밝혀진 내용"이라면서도 "고기를 먹을 때 채소나 과일 등 비타민C가 든 식품을 많이 먹고,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 오염되지 않은 음식을 먹는다면 암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유와 달걀에 대해서도 이같은 연구 결과가 소수 나와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명확하게 증명되지 않았다"며 "암을 걱정해서 굳이 우유와 달걀을 피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어떤 유튜버는 "암이 본인의 성격에서 유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암 환자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성격이 착하고 참을성이 많거나, 매사에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다른 유튜버는 "'시월드'를 수십 년간 겪은 며느리 중에 암 환자가 많다"며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특수한 환경에서 발병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암은 한 가지 요인으로만 생기는 것이 아니므로 성격만으로 암이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식습관이나 운동부족, 환경적인 요인, 유전적인 요인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병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과도한 업무, 만성피로, 대인관계로 인한 스트레스 등이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본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병원에서는 현재 건강한 사람이라도 추후 치매나 암에 걸릴 위험이 얼마나 큰지 어떻게 판단할까. 학계에서는 이미 치매(APOE)와 암(BRCA)이 발생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들을 여럿 찾았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만으로는 이 사람이 치매나 암에 걸릴지 명확하게 알기 어렵다.

 

강 교수는 "치매나 암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가졌다는 것은 그 병에 걸릴 위험이 남들보다 높은 가족력이 있다는 뜻"이라면서도 "하지만 유전자들끼리 복합적으로 얽혀있어 유전자 검사만으로는 병이 발생할 확률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전자 하나가 병 하나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다양한 유전자들이 상호작용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며 "인간 유전체가 밝혀진 뒤 학계에서는 예상보다 유전자 수가 적고 오히려 유전자들끼리 복합적으로 얽혀 있으며, 유전자 어디에 어떤 돌연변이가 생기느냐에 따라서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됐다"며 "유전자 검사를 믿는 것보다는 차라리 매년 건강검진을 규칙적으로 해 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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