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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대화재] 최대 피해자는 야생동물…국가 상징 코알라 30% 떼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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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대화재] 최대 피해자는 야생동물…국가 상징 코알라 30% 떼죽음

2020.01.07 11:03
호주 빅토리아주 이스트 깁스랜드에서 산불이 발생, 연기가 치솟고 있다. 깁스랜드 환경당국/시드니 AP 제공
호주 빅토리아주 이스트 깁스랜드에서 산불이 발생, 연기가 치솟고 있다. 깁스랜드 환경당국/시드니 AP 제공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호주 산불은 인간뿐 아니라 동물의 터전까지 집어 삼키고 있다.  시드니가 속한 뉴사우스웨일스주에만 지금까지 4억8000만 마리의 동물이 화재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전문가들은 이례적인 대형 산불의 배경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하면서도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호주 정부의 미온적 태도가 재난을 키웠다고 지적한다. 

 

호주 시드니대 생태학부 크리스 딕맨 교수는 9월부터 지금까지 뉴사우스웨일스주에 발발한 산불에 총 4억 8000만 마리의 동물이 죽거나 서식지를 옮기는 등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뉴사우스웨일스주에 서식하는 동물에 관한 연구와 호주 내에서 비슷한 동물 서식지를 갖춘 곳에서 수행된 연구를 종합해 뉴사우스웨일스주의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 등의 밀도를 추정했다. 여기에 2007년 세계자연기금(WWF) 보고서를 기반으로 산불로 숲이 황폐화하면서 바뀐 동물 서식 밀도를 추정해 계산했다. 딕맨 교수는 “보수적인 추정치를 사용해 계산했다”며 “실제 사망률은 예상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호주 7개 주 중 하나인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만 산불 발생 이후 약 4억8000만 마리의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에는 곤충과 박쥐, 개구리 등은 포함되지 않아 실제 영향을 받은 동물은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딕맨 교수는 “영향을 받은 동물 중 상당수는 화재로 숨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다른 동물도 음식과 휴식처가 사라지며 곳곳으로 퍼진 야생 고양이와 붉은 여우에게 잡아먹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화재는 지구의 생물다양성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됐다. 호주는 캥거루와 코알라, 오리너구리와 같은 호주 대륙에서만 서식하는 토착종이 많다. 호주에만 300여 종의 포유류와 830여 종의 조류, 다양한 동물이 서식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토착종이다. 딕맨 교수는 “호주 내 포유류 중 244종이 호주에서만 서식하는 토착종”이라고 말했다. 특히 행동이 느려 번지는 불을 피하기 어려운 코알라가 큰 피해를 봤다. 호주 정부 관계자는 코알라 중 30%가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소방관이 산불을 겨우 피한 코알라에게 물을 먹이고 있다. 이번 산불로 코알라의 서식처 80%가 파괴된 것으로 추정된다. 오크뱅크발하나 소방서 페이스북 캡처
소방관이 산불을 겨우 피한 코알라에게 물을 먹이고 있다. 이번 산불로 코알라의 서식처 80%가 파괴된 것으로 추정된다. 오크뱅크발하나 소방서 페이스북 캡처

호주는 미국 캘리포니아처럼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를 가져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나라 중 하나다. 여기에 유칼립투스 나무가 많은 호주의 숲도 산불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 유칼립투스는 기름 성분을 공기 중으로 퍼트리는 특성이 있고 잎은 바싹 말라 있어 불길을 키우는 장작 역할을 한다. 호주가 원산지인 식물 뱅크시아는 아예 산불을 이용해 씨앗을 퍼트리도록 진화했을 정도다.

 

하지만 호주 기상청과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가 기후변화의 미온적 대처에 대한 경고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호주는 지난달 18일 전국 기온이 섭씨 41.9도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깼다. 호주는 1월에서 2월 사이 온도가 정점을 찍는데 12월에 때이른 폭염이 찾아온 것이다. 화재로 인해 호주 시드니는 이달 4일 기온이 섭씨 48.9도까지 치솟았다. 기후변화와 화재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는 없으나 온도가 오를수록 화재의 규모가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최대 석탄 및 액화천연가스 수출국인 호주는 기후변화에 대해 가장 미온적인 대처를 하는 국가 중 하나다. 온실가스 배출에 지난달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에서도 호주는 국제탄소시장 지침 타결에 반대하는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세계 차원의 정책 마련에 반대해 왔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과 함께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을 지원해 제거한 탄소 감축분을 인정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해 지침 타결을 무산시켰다. 스콧 모리슨 총리가 이끄는 호주 정부는 탄소 배출 감축 정책을 철회하고 기후변화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지난해 말 유엔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2일(현지시간) 시드니에서 남동부 지역의 산불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 도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 시드니 EPA/연합뉴스 제공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2일(현지시간) 시드니에서 남동부 지역의 산불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 도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 시드니 EPA/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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