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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대화재] "사실상 기후변화 소극적 대처가 낳은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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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대화재] "사실상 기후변화 소극적 대처가 낳은 인재"

2020.01.07 11:01
지난해 12월 호주 시드니 남서쪽 지역에서 난 산불로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다. 위키미디어 제공
지난해 12월 호주 시드니 남서쪽 지역에서 난 산불로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다. 위키미디어 제공

호주 남동부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산불과 들불이 최악의 재앙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화재가 기후변화 정책에 소극적인 국가가 겪을 수밖에 없는 ‘인재’라는 주장이 나왔다.


호주 작가 리처드 플래너건은 4일 미국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1996년 이후 호주 정부는 국제적인 기후변화 협약 움직임을 반대해 왔다”며 현재의 호주 산불이 결국 기후변화에 반대한 결과를 고스란히 지고 있는 형국이라는 비판을 했다. 실제로 지난 4일 호주 시드니 서부 지역의 기온이 1939년 기온 측정을 시작한 이후 최고인 48.9도까지 오르는 등 이상 고온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그에 따라 산불 역시 진화되지 않은 채 덕 달 넘게 이어지면 나라를 역대급 재난에 빠뜨렸다는 것이다. 


플래너건은 현재 호주를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 명으로 국내에도 변역된 ‘먼 북으로 향하는 좁은 길’로 2014년 세계적인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받았다. '먼 북으로 향하는 좁은 길'은 일본 에도시대 고전시가인 '안으로 향하는 좁은 길'의 영어 번역문(The Narrow Road to the Deep North)에서 제목을 딴 소설이다.


플래너건에 따르면,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지게 된 배경에는 호주가 석탄과 가스 분야 세계 1위의 수출국이라는 사실이 숨어 있다. 호주는 기후변화를 저감하기 위한 실천 정책에서는 선진국답지 않게 크게 뒤떨어져 있다. 기후변화 관련 비영리연구기구인 뉴클라이밋인스티튜트와 클라이밋액션네트워크, 저먼와치 등에 지난해 말 발간한 ‘2020 기후변화 퍼포먼스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는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탄소 배출 저감,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사용량, 환경 정책 등 분야에서 57개 주요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그는 특히 국가 정책을 좌우하는 리더들이 기후변화에 적대적이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주의 리더들은 이 전례 없는 국가적 위기에서 나라를 수호하는 게 아니라 주요 정당의 정치적 후원자인 화석연료 산업을 수호하고 있다”며 “마치 나라가 망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호주 빅토리아 주 이스트 깁스랜드에서 계속되고 있는 산불로 거대한 연기 기둥이 만들어져 하늘로 솟아오르는 모습이다. 시드니AP/연합
호주 빅토리아 주 이스트 깁스랜드에서 계속되고 있는 산불로 거대한 연기 기둥이 만들어져 하늘로 솟아오르는 모습이다. 시드니AP/연합

그는 “지난해 12월 중순 산불이 크게 번져나갈 때 야당인 노동당의 당수는 석탄 수출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명하기 위해 탄광 지역을 순방했다”며 “보수당의 스콧 모리슨 총리는 같은 기간에 하와이로 휴가를 갔으며, 비난 여론에 돌아와서도 이미지 관리에나 신경을 쓰지 산불 현장을 방문하거나 피해자를 만나는 일에 소극적이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모리슨 총리가 지난해 총선에서 승리한 데에는 석탄 채굴 분야에서 독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클리브 팔머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고 주장했다. 팔머는 야당인 노동당을 견제하기 위해 꼭두각시 정당을 세워 모리슨의 승리를 견인했다.


언론도 한몫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호주 내 신문 유가 발행 부수의 58%를 점유하며 호주 여론 형성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호주 출신 미디어 기업인 루퍼트 머독은 대표적인 기후변화 회의론자다. 여기에 최근 타즈매니아 주에서 입법 추진 중인 법에 따르면 환경운동가의 시위에 최대 21년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시민사회의 기후변화 관련 활동도 억압되고 있다는 것이다. 플래너건은 “호주 국민의 3분의 1이 산불의 영향을 받고 있고, 대다수가,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와 관련해 호주가 행동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변화를 촉구했다.

 

실제로 기후변화는 지구촌 곳곳을 태우는 대형 산불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학술지 '사이언스'가 북위 50~70도 지역에 펼쳐진 침엽수림(타이가)을 태우는 대형 산불을 증가시킨 원인이 기후변화라고 주장하는 논문을 표지 논문으로 실었다. 올 여름 유럽을 강타한 열파(폭염)도 산불을 일으킨 주범으로 꼽힌다. 1979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산림 건조화의 55%가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 때문에 발생했으며, 이 때문에 1984년 이후 한국 면적의 절반 가까이 되는 약 4만 2000km2 면적의 산불이 추가로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가 2016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되기도 했다. 

 

호주 산불은 지난해 9월 발생해 산과 들을 가리지 않고 타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5일까지 피해 면적은 한국 면적의 약 3분의 2인 6만 3000km2에 이른다. 연기와 화상으로 야생동물 약 4억 8000만 마리가 죽었다는 보도가 호주 언론을 통해 나왔다. 호주에만 사는 일부 동식물 종은 멸종했다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캥거루 한 마리가 5일 오전(현지시각) 호주 캔버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수풀 앞을 뛰어가고 있다. 캔버라 EPA/연합뉴스
캥거루 한 마리가 5일 오전(현지시각) 호주 캔버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수풀 앞을 뛰어가고 있다. 캔버라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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