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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 동위원소 생산하고 반도체 경쟁력 확보하고… 운영 2만 시간 돌파한 경주 양성자가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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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 동위원소 생산하고 반도체 경쟁력 확보하고… 운영 2만 시간 돌파한 경주 양성자가속기

2020.01.08 13:17
지난 2013년 가동을 시작한 경주 양성자가속기가 누적 가동시간 2만 시간, 무사고 운전 7년을 돌파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지난 2013년 가동을 시작한 경주 양성자가속기가 누적 가동시간 2만 시간, 무사고 운전 7년을 돌파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암 진단에 사용되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고 물질의 특성을 변화시킬 수 있어 ‘현대 과학의 미다스 손’으로 불리는 경주 양성자가속기가 가동시간 2만 시간을 돌파했다. 2013년 가동을 시작한 지 7년 만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지난달 6일 기준으로 경주 양성자가속기의 누적 가동시간이 2만 시간을 돌파했다고 8일 밝혔다. 무사고 운전 7년도 달성했다.

 

양성자가속기는 말 그대로 양성자를 가속하는 장치다. 방사광가속기가 금속을 가열해 튀어나온 전자를 가속해 ‘빛’을 얻는다면 양성자가속기는 수소 원자에서 전자를 떼어낸 양성자를 빠르게 가속하고, 가속된 양성자를 다른 물질에 충돌시켜 성질을 바꾸는 장치이다. 플라스틱을 강철처럼 단단하게 만들거나, 암 진단에 사용되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고, 물질의 특성을 변화시킬 수 있어 ‘현대 과학의 연금술사’,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경주 양성자가속기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개발한 국내 유일의 ‘대용량 선형 양성자가속기’다. 2002년 정부 주도로 사업이 시작된 이후, 2012년 12월 국내 독자기술로 완성됐다. 경주 양성자가속기는 양성자를 가속하는 에너지가 100MeV(메가전자볼트=100만 전자볼트)로 1초에 약 12경(12만 조) 개의 양성자를 초속 13만 km로 가속할 수 있다. 양성자를 초속 13만 km로 가속할 수 있으면 물질의 기본단위인 원자의 핵을 쪼갤 수 있다. 

 

아주 밝은 빛을 내는 방사광가속기가 세포같이 작은 세계를 관찰하는 ‘현미경’처럼 쓸 수 있다면 큰 에너지를 가진 양성자 빔은 물질의 구조나 성질을 조작하는 ‘수술용 칼’처럼 쓰일 수 있다.


실제 양성자가속기는 암 치료에 사용되는 의료용 동위원소, 고속으로 직류와 교류를 바꿔주는 ‘전력변환소자’, 연료전지에 쓰이는 백금촉매 생산에 사용된다. 새로운 품종의 식물을 만들 수도 있다. 양성자 빔은 DNA 한 가닥을 끊으면 흡수되는 X선과 달리 이중나선을 동시에 끊을 수 있어서 다양한 변이체를 만들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더 크고 아삭아삭한 배추나 무 품종을 만들 수 있다.

 

선형 가속기의 장점은 원형 가속기와 달리 한 번에 많은 양성자를 가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러 사용자에게 동시에 많은 양을 공급할 수 있어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쉽다. 원자력연구원은 생명공학, 신소재, 반도체 등의 기초연구,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연구, 반도체의 우주·대기 방사선 효과 연구를 위해 해마다 2000시간 이상의 실험시간을 배정하고 있다. 가속기 가동 첫해인 2013년 39개 연구과제에 양성자 빔을 지원한 이후 2019년까지 총 700여 개 연구과제와 2000명 연구자가 이 시설을 활용했다. 


김종기 대구가톨릭대 교수팀은 투과성 양성자로 알츠하이머 뇌의 신경독성을 제거하는 기술을, 조지영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팀은 양성자 조사를 통한 열전 소재의 열전 성질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탁희 서울대 교수는 양성자 빔을 이용해 차세대 반도체 소자의 전도특성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과학연구단 연구원들이 지난 12월 24일 한 자리에 모여 양성자가속기 가동 2만 시간 기록 달성을 기념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과학연구단 연구원들이 지난 12월 24일 한 자리에 모여 양성자가속기 가동 2만 시간 기록 달성을 기념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원자력연구원은 최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융합연구’와 ‘도전적·창의적 기초과학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가속기 성능을 보강하고 있다.  ‘반도체 소자 오류 및 손상방지를 위한 영향 분석’에는 양성자 빔이 쓰이는데 현재 경주 양성자가속기의 100MeV 에너지로는 분석 실험을 위한 성능이 충분히 나오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국내 기업들도 경주에서 베타 테스트를 거친 후, 해외 선진 양성자가속기 운영 기관에서 다시 인증을 받고 있다. 국내 반도체 제품 신뢰도를 해외 기관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원자력연구원은 양성자가속기 가속 에너지를 1GeV(기가전자볼트=10억 전자볼트)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외 의료용 동위원소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의료용 동위원소인 게르마늄(Ge-68), 구리(Cu-64/67), 스트론튬(Sr-82), 루비듐(Rb-82) 을 생산하는 빔 조사시설의 고도화도 추진하고 있다. 

 

박원석 원자력연구원장은 “국내 유일의 양성자가속기가 국내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의 고도화에 앞장설 수 있도록, 파급력 있는 연구과제를 지원하고 장비를 확장해 세계 최고의 입자빔 이용 연구개발 플랫폼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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