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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N사피엔스] 뉴턴의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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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N사피엔스] 뉴턴의 사과

2020.01.09 15:54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고향집 울즈소프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는 뉴턴의 일화는 유명하다. 이 일화의 진위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1666년의 어느 날 갑자기 사과가 뉴턴의 머리 위에 떨어졌고, 잠시 뒤 “유레카”의 순간이 뉴턴에게 떠오른 그런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나지는 않은 듯하다. 그렇다고 사과와 만유인력의 법칙이 완전히 무관하다고 딱 잘라 말하기도 쉽지 않다. 뉴턴은 생전에도 수차례 지인들에게 사과 일화를 얘기했다. 이 이야기를 한두 다리 건너 전해들은 사람 중에 계몽주의의 위대한 선구자 볼테르도 있었다. 뉴턴과 동시대에 살면서 뉴턴으로부터 직접 그 일화를 전해 들었다는 문서도 없지 않다. 


 그 내용은 대충 이렇다. 사과가 수평 방향으로 또는 위로 움직이지 않고 지구 표면으로 떨어지는 것은 지구가 사과를 당기는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좀 더 높은 가지에 달린 사과도 똑같은 힘을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가 당기는 힘, 즉 중력이 달까지 이르지 않는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 뉴턴은 이런 생각을 발전시켜 달이 지구 주변에 붙들려 있으려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힘이 작용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달은 끝없이 지구를 향해 떨어지는 사과와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 


이는 훗날 《프린키피아》3권에 소개된 뉴턴의 이른바 포탄 사고실험과 연결된다. 포탄이든 사과든 별 차이가 없으니까 우리는 그냥 사과라 하자. 뉴턴은 높은 산에 올라가 사과를 던지는 사고실험을 했다. 사과나무에서 가만히 떨어지는 사과는 나무 바로 아래에 떨어진다. 만약 뉴턴이 그 사과를 집어 들고 사선으로 (지면과 적당한 각도를 이루면서) 던지면 사과는 갈릴레오가 예측한 대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다가 결국 땅에 다시 떨어진다. 뉴턴이 사과를 더 세게 던지면 (세게 던진다는 말의 물리적 의미는 초속도를 크게 한다는 말이다.) 사과는 더 멀리 날아갈 것이다. 여기서 뉴턴은 아주 극단적인 생각을 한다. 만약 사과를 아주 세게 던져서 그 비거리가 지구 둘레 정도에 해당하면 어떻게 될까?


이게 가능하다면 사과는 지면에 닿지 않고 계속해서 지구 주위를 돌게 될 것이다. 즉, 지상계의 사과가 천상계의 위성이 되었다. 사실 지금의 인공위성도 이렇게 지구 주위를 (물론 케플러의 법칙에 따라 타원궤도로) 돌고 있다. 

 

NASA 제공
NASA 제공

사과에 미치는 지구의 중력이 달까지 이를 것이라거나 사과를 대단히 세게 던져서 지구 주위를 돌게 한다는 발상은 언뜻 보기엔 아주 극단적이다. 실제 과학자들은 이처럼 극단적인 사고실험을 즐긴다. 블랙홀의 원조 격에 해당하는 어둑별(dark star)도 한 사례이다. 현대 과학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상계의 사과와 천상계의 달이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면 이는 놀라운 결과이다. 왜냐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관에서는 천상계와 지상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즉, 천상계와 지상계에는 전혀 다른 법칙이 적용되었다. 뉴턴은 자신의 새로운 중력법칙으로 천상계와 지상계를 하나로 통합해버렸다. 사과든 달이든 만유인력의 법칙이 적용되면 땅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영원히 지구 주위를 돌기도 한다. 서로 다른 법칙이 적용되는 두 개의 분리된 세상이 있다는 것보다 그 모두에 적용되는 하나의 ‘보편적인’ 법칙이 있다면 누구라도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그래서 뉴턴의 중력법칙을 ‘보편중력의 법칙(Law of Universal Gravitation)’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만유인력의 법칙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만유(萬有)는 어디에나 있다는 뜻이니까 universal에 해당하는 단어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만유인력의 법칙이라는 말보다 보편중력의 법칙이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만유인력이라는 말 자체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만유인력이라는 말을 초등학교 때부터 들었지만 이 말에 universal이라는 뜻이 있는 줄은 대학에 가서야 알게 되었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말로 설명하면 이렇다. 질량이 있는 두 물체 사이에는 두 물체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두 물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당기는 힘이 보편적으로 작용한다. 그 비례상수는 중력상수 또는 뉴턴상수라 부른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이른바 ‘역제곱의 법칙(inverse square law)’이다. 힘의 크기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내용이다. 지구가 태양에서 두 배 멀어지면 지구-태양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이 네 배로 작아진다. 거리가 세 배 멀어지면 힘은 아홉 배 작아진다. 태양계의 행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타원궤도를 돌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역제곱 법칙 때문이다. 역제곱 법칙을 수학으로 표현하면 힘이 거리의 (-2)제곱에 비례한다고 표현할 수 있다. 여기서 왜 하필 거리의 지수가 (-2)인가가 역학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다. 행성의 궤도가 태양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안정성) 행성이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오려면 (닫힘성) 수학적으로 두 가지의 경우만 허용되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거리의 지수가 (-2)인 경우이다. 


 만약 중력이 거리의 세제곱 또는 1.5제곱에 반비례했다면 지금 우주의 모습은 상당히 달랐을 것이다. 지구가 태양 주변을 안정적으로 돌지 못했다면 우리 같은 생명체가 생겨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전혀 다른 환경에서 전혀 다른 생명체가 생겨났을 수는 있다.)


한편 이 지수가 정확하게 (-2)인 것은 우리 우주의 공간이 3차원인 사실과 깊은 관계가 있다.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이렇다. 태양으로부터 일정한 거리 R에 100개의 똑같은 행성이 균일하게 퍼져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 행성들은 태양을 중심으로 반지름이 R인 가상의 구면 위에 놓여 있을 것이다. 만약 거리가 두 배, 즉 2R만큼 떨어진 곳에 있는 가상의 구면을 생각해 보자. 이 구면의 넓이는 반지름이 R인 구면의 넓이보다 네 배 클 것이다. 왜냐하면 넓이는 길이의 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이 구면에 원래 구면과 똑같은 밀도로 행성을 배치하려면 네 배, 즉 400개의 행성이 필요할 것이다. 구면 자체가 네 배로 넓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거리 R은 애초에 임의의 값으로 잡을 수 있으니까, 태양이 미치는 중력은 반지름 R인 구면 위의 100개의 행성에 미치는 힘이나 반지름 2R인 구면 위의 400개의 행성에 미치는 힘이나 같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 개의 행성이 느끼는 중력은 거리가 두 배 늘어남에 따라 제곱으로 네 배 줄어들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논의를 수학적으로 일반화한 것이 가우스 법칙이다)
 
만약 우리가 사는 우주의 공간이 3차원이 아니라면 중력의 역제곱 법칙은 바뀔 수도 있다. 이런 SF 같은 논의가 실제로 과학의 연구주제이기도 하다. 3차원 이상의 덧차원(extra dimension)이 아주 미세한 크기로 숨어 있다면 우리가 미처 눈치 채지 못할 수도 있다. 1998년 덧차원 논의가 학계의 뜨거운 주제였을 때 밀리미터 이하의 세계에서도 중력의 역제곱 법칙이 적용되는지가 큰 관심거리였다. 실험적으로 그 이하까지 확인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의 실험결과 하나를 소개하자면 수십 마이크로미터까지 역제곱 법칙이 확인되었다. 

 

반대로 아주 큰 우주적인 스케일에서 역제곱 법칙이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주의 암흑물질 등을 대체해서 설명하기 위해 일부 과학자들은 수정된 뉴턴 동역학(Modified Newtonian Dynamics, MOND) 이론을 도입하기도 한다. 덧차원이나 MOND를 연구하는 물리학자들을 보면 과학하는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필요하다면 위대한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조차도 수정할 용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이 법칙이 대체 어느 한계까지 작동하는지를 끊임없이 검증한다. 우리의 경험세계에서 잘 맞는다고 결코 만족하는 법이 없다. 이처럼 끝없이 의심하고 검증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자세가 바로 과학의 혁신을 가능하게 했던 원동력이다. 


만유인력의 또 다른 측면, 즉 힘의 크기가 두 물체의 질량의 곱에 비례한다는 점을 다시 살펴보자. 이 결과는 역제곱의 법칙보다 이해하기 쉽다. 태양의 질량이 두 배가 되면 지구가 느끼는 중력은 두 배가 된다. 이 상태에서 지구의 질량이 세 배가 되면 지구가 느끼는 중력은 여섯 배가 된다. 작용-반작용의 법칙에 따라 태양도 똑같이 여섯 배 커진 힘을 느낀다. 이게 뭐가 그리 대단할까 싶은데, 중력의 크기는 “질량에 비례해서” 커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질량이 많이 나가는 사람은 그만큼 지구로부터 큰 중력을 받는다. (이 힘을 특별히 ‘몸무게’ 또는 ‘체중’이라 부른다. 몸무게는 질량이 아니라 중력의 크기이다.)


이제 무거운(질량이 큰) 물체와 가벼운(질량이 작은) 물체를 자유 낙하시키는 실험을 생각해 보자. 무거운 물체와 가벼운 물체는 왜 동시에 떨어질까? 무거운 물체는 질량이 크니까 그만큼 지구로부터 더 큰 힘을 받는다. 한편 뉴턴의 제2운동법칙(F=ma)에 따라 질량이 클수록 원하는 가속도를 얻으려면 큰 힘이 필요하다. 예컨대 A라는 가속도를 얻기 위해 가벼운 물체에는 작은 힘을 줘도 되지만 무거운 물체에는 그만큼 더 큰 힘을 줘야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우주에는 정확히 이런 성질을 만족하는 힘이 있다. 바로 중력이다. 중력은 질량에 비례한다. 따라서 A라는 가속도를 얻기 위해 필요한, 질량에 비례하는 그 힘을 중력이 제공해 줄 수 있다. 


정리해 보자. 무거운 물체에는 큰 중력이 작용한다. 그 힘으로 무거운 물체를 지구 중심으로 잡아당겨 A라는 가속도를 만들었다. 반면 가벼운 물체에는 그보다 작은 중력이 작용한다. 다행히 F=ma에 따라 작은 힘으로도 A라는 가속도를 만들 수 있다. 무거우면 무거운 만큼 일정한 가속도를 얻기 위해 큰 힘이 필요하지만 중력은 딱 그만큼 질량에 비례하는 큰 힘을 제공한다. 가벼운 물체는 가벼운 만큼 일정한 가속도를 얻기 위해 작은 힘만 필요한데 중력은 딱 그만큼 질량에 비례하는 작은 힘을 발휘한다. 그 결과 질량에 상관없이 지표면의 모든 물체에는 똑같은 크기의 가속도가 작용한다. 가속도는 속도의 시간에 따른 변화이므로 가속도가 똑같다면 임의의 시간에 물체의 속도도 똑같다. 따라서 모든 물체는 동시에 바닥에 떨어진다. 


이쯤 되면 무거운 물체와 가벼운 물체가 왜 동시에 떨어지는가 하는 문제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은 문제임을 간파했을 것이다. 위의 논의에는 한 가지 트릭이 숨어 있다. 제2 운동법칙에 들어가 있는 질량과 만유인력의 법칙에 들어가 있는 질량을 암묵적으로 같다고 본 것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질량을 정의하는 데에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제2법칙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즉 어떤 물체를 특정한 가속도를 얻기 위해 얼마의 힘을 작용해야 하는지 측정하면 그 물체의 질량을 정할 수 있다. 이렇게 정해진 질량을 관성질량이라 한다. 또 다른 방법은 중력을 이용하는 것이다. 물체를 지구가 얼마나 큰 힘으로 당기는지를 비교 측정하면 그 물체의 질량을 정할 수 있다. 사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몸무게를 재는 것도 이 방식이다. 이처럼 중력을 이용해 정의되는 질량을 중력질량이라 부른다. 


앞서의 트릭을 다시 말하자면 나는 중력질량과 관성질량을 암묵적으로 같다고 본 것이다. 잘 생각해 보면 관성질량과 중력질량이 같을 이유는 없다. 관성질량과 중력질량은 전혀 다른 두 방식(첫째 방식에서 사용한 힘이 중력이 아니라면)으로 정의된 양이다. 그렇게 정의된 두 양이 같을 이유는 없다. 그런데 왠지 이 둘은 같아야 할 것 같다! 원래 의심이 많은 과학자들은 관성질량과 중력질량이 어느 정도의 정밀도로 일치하는지 지금도 집요하게 (심지어 우주에 올라가서까지) 실험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아직 왜 이 둘이 같은지 아무도 모른다. 누군가 자연의 근본원리로부터 관성질량과 중력질량이 같음을 설명할 수 있다면 순식간에 과학계의 슈퍼스타가 될 것이다. 


뉴턴으로부터 200여 년 뒤에 등장한 아인슈타인은 이와 관련된 “생애 최고로 행복했던” 영감을 얻어 결국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하게 된다. 그러니까 가벼운 돌과 무거운 돌만 있으면 고대의 아리스토텔레스에서 근대의 갈릴레오와 뉴턴을 거쳐 현대의 아인슈타인까지 이를 수 있다. 

 

그러나 만유인력에는 뉴턴 자신도 만족하지 못했던 점이 있었다. 

 

아이작 뉴턴 (1643~1727)
아이작 뉴턴 (1643~1727)

 

참고자료

-Steve Connor, The core of truth behind Sir Isaac Newton's apple, Independent,18 January 2010,

https://www.independent.co.uk/news/science/the-core-of-truth-behind-sir-isaac-newtons-apple-1870915.html

-H. Goldstein, Classical Mechanics, Addison-Wesley.

-Wen-Hai Tan et al., New Test of the Gravitational Inverse-Square Law at the Submillimeter Range with Dual Modulation and Compensation, Phys. Rev. Lett. 116, 131101 (2016).

 

※필자소개 

이종필 입자이론 물리학자. 건국대 상허교양대학에서 교양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신의 입자를 찾아서》,《대통령을 위한 과학에세이》, 《물리학 클래식》,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아주 특별한 상대성이론 강의》, 《사이언스 브런치》,《빛의 속도로 이해하는 상대성이론》을 썼고 《최종이론의 꿈》, 《블랙홀 전쟁》, 《물리의 정석》 을 옮겼다. 한국일보에 《이종필의 제5원소》를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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