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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의 미래병원] 감염질환부터 우울증· 트라우마까지 잡는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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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의 미래병원] 감염질환부터 우울증· 트라우마까지 잡는 백신

2020.01.12 15:00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질병관리본부는 이달 10일 독감 환자 수가 1000명 당 49.1명 꼴로 급속히 늘어나면서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하라고 권고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이나 임산부, 10~12세 어린이와 면역이 떨어졌거나 학교처럼 집단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접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신은 사람의 면역계를 미리 활성화시켜 병원체의 특성을 기억하도록 해 추후 실제로 병원체가 침투할 경우 즉각 반응하도록 만든 원리다. 백신으로 인해 활성화한 면역계는 병원체가 세포 안으로 들어가거나, 세포 안에서 증식하는 일을 방해한다. 현재 독감이나 홍역, 콜레라, 결핵, 파상풍, 일본뇌염, B형간염, 자궁경부암 등 감염질환에 대한 백신이 쓰이고 있다. 

 

하지만 미래에는 현 수준보다 훨씬 예방 효율이 뛰어나고 예방 기간이 긴 백신이 나올 전망이다. 또 지금은 예방이 어려운 만성질환이나 정신질환을 예방하거나, 주사가 아닌 접종이 쉬운 형태로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종류의 독감 균주든 다 잡는 범용백신

 

미국국립보건원(NIH)의 제프리 보잉턴 박사가 그린 인플루엔자 범용 백신의 원리. 돌연변이가 잦은 부분일수록 빨갛고, 돌연변이가 적은 부분일수록 하얗다. 최근 과학자들은 돌연변이가 상대적으로 적은 부분에 들러붙어 거의 모든 독감을 예방할 수 있는 범용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NIH 제공
미국국립보건원(NIH)의 제프리 보잉턴 박사가 그린 인플루엔자 범용 백신의 원리. 돌연변이가 잦은 부분일수록 빨갛고, 돌연변이가 적은 부분일수록 하얗다. 최근 과학자들은 돌연변이가 상대적으로 적은 부분에 들러붙어 거의 모든 독감을 예방할 수 있는 범용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NIH 제공

학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인플루엔자 백신이다. 지금은 매년 다른 종류의 백신을 개발해야 하지만, 미래에는 한 종류만으로도 모든 종류의 독감을 다 잡을 수 있다.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유전정보를 DNA가 아닌, 그보다 돌연변이가 잦은 RNA에 담고 있다. 그래서 여러 사람을 거칠수록 점점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 매년 다른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이유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겨울 유행할 것으로 보이는 독감 바이러스(인플루엔자바이러스) 균주를 정해 발표하고 제약사에서는 그 균주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만든다. 예측한 균주가 실제로 유행하는 경우 예방 효율은 70~90% 정도 된다. 만약 예측이 빗나갈 경우 예방 효율은 20% 아래까지 떨어진다. 

 

과학자들은 인플루엔자바이러스의 유전정보가 바뀌더라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부분을 공격할 수 있는 '범용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대개 바이러스의 종류는 표면에 나 있는 단백질 중 돌연변이가 잦은 헤마글루티닌(HA 단백질)을 보고 정한다. 이 부분에 결합하는 항체를 만들도록 백신을 설계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돌연변이가 적은 표면 단백질인 뉴라미니데이스(NA 단백질)의 기능을 방해하는 백신을 연구 중이다. 구조적으로 HA 단백질에 비해 NA 단백질에는 항체가 들러붙기 어려워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다.  

 

트라우마, 우울증 예방하는 백신 나올까

 

흙에서 흔히 발견되는 세균. 콜로라도대 제공
흙에서 흔히 발견되는 세균 마이코박테륨 바카에를 현미경으로 관찰한 사진. 콜로라도대 연구팀은 이 세균을 이용하면 우울증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콜로라도대 제공

현재 쓰이고 있는 백신은 대부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전염 가능한 감염질환을 예방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에는 정신적인 충격이나 스트로스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정신질환을 예방하는 백신도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5월 크리스토퍼 로리 미국 콜로라도대 생리학과 교수팀은 특정 세균을 이용하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일명 '트라우마'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정신약리학'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쥐 실험을 통해 흙 세균인 '마이코박테륨 바카에'가 가진 지방산에 노출되면, 동일한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체내에서 발생하는 염증 반응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로리 교수는 "과거 인류는 숲이나 초원에서 생활하면서 이 세균과 접촉을 많이 했지만 도시화하면서 노출이 적어져 스트레스 관련 정신질환과 염증성 질환이 많아졌다"며 "이 세균을 가열하는 등 유해성을 없애 백신을 만들면 PTSD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리 교수팀은 앞서 2017년에도 마이코박테륨 바카에가 '행복호르몬'으로 알려진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의 생합성에 관여하는 효소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당시에도 그는 "이 세균을 활용하면 불안장애나 우울증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학계에서는 우울증이 장내미생물과 관련됐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연구자들이 장내미생물 생태계를 바꿔 우울증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방법도 찾고 있다.

 

주사 맞지 않고도 콧속에 뿌리거나 녹여먹는 백신

 

현재 쓰이는 백신은 대부분 주사 형태로 맞으며, 주사를 맞은 사람에게만 항체가 생성돼 일정 기간 또는 평생 특정 병원체에 대한 면역력을 갖게 한다. 과학자들은 주사처럼 아프지 않고 간편하게 사용하거나, 백신을 맞은 임산부와 태아가 모두 강력한 면역력을 갖게 하는 새로운 형태의 백신을 고안하고 있다. 

 

가장 먼저 나타난 차세대 백신은 콧속에 스프레이 형태로 뿌리는 백신이다. 인플루엔자 백신도 스프레이형인 '플루미스트'가 개발돼 상용화됐다. 플루미스트를 개발한 아스트라제네카에서는 약물이 직접 호흡기를 통해 들어가기 때문에 주사보다 강력한 면역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6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미국소아과학회는 스프레이형 백신이 독감을 예방하는 효과가 약 3%로 매우 낮기 때문에 독감 유행 시즌에는 기존 주사형 백신을 맞으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피부에 붙이는 파스형이나, 물 없이 혀에 녹여 먹는 필름형 백신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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