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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던 그 ★ 빛을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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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던 그 ★ 빛을 잃고 있다

2020.01.20 07:05
베텔게우스의 모습을 유럽남방천문대(ESO)가 상상한 그림이다. 적색거성인 베텔게우스는 별의 중심이 수축한 채 외부가 팽창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단계에서 중심이 붕괴하면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되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 초신성 폭발이 일어난다. 최근 베텔게우스가 갑자기 어두워져 초신성 폭발이 임박했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ESO 제공
베텔게우스의 모습을 유럽남방천문대(ESO)가 상상한 그림이다. 적색거성인 베텔게우스는 별의 중심이 수축한 채 외부가 팽창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단계에서 중심이 붕괴하면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되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 초신성 폭발이 일어난다. 최근 베텔게우스가 갑자기 어두워져 초신성 폭발이 임박했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ESO 제공

겨울철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던 ‘베텔게우스’가 급격히 빛을 잃고 있다. 오리온자리 왼쪽 윗자리에 자리한 이 별은 원래는 밤하늘에서 8번째로 밝은 별이었다. 그런데 이 별의 겉보기 등급(밝기)이 최근 3개월만에 1.5등급 이하로 추락하더니 20위 밖으로 밀려났다. 천문학자들은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베텔게우스가 곧 초신성(늙은 별이 마지막 순간 밝게 빛을 내는 현상)으로 폭발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베텔게우스는 원래 ‘겨드랑이 밑’이라는 뜻의 아랍말이다. 그리스 신화 속 사냥꾼인 오리온의 왼쪽 겨드랑이에 해당하는 위치에 있어서 붙은 말이다. 지구로부터 약 640광년 떨어진 비교적 가까운 별로 우리 은하에 속해 있다. 베텔게우스는 태양 질량의 10배지만 부피는 800배에 달하는 적색거성에 해당한다. 태양 자리에 놓으면 목성까지 삼키는 크기다. 평소 붉은색을 띠는 이 별은 겉보기 밝기가 0.2등급에서 1.2등급까지 변화하는 '변광성'으로 겨울에 흔히 보이는 별 중 하나다.

 

천문학계에 따르면 베텔게우스는 지난 10월 이후 점차 빛을 잃고 있고 이런 현상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변광성이라 짧게는 14개월, 길게는 6년 주기로 밝기가 바뀌지만 다시 밝아져야 할 시점임에도 계속 어두워지고 있다. 베텔게우스는 항성(별)의 대기가 불안정해 내부 물질이 안팎을 오간다.  그 결과로 밝았다 어두웠다를 반복한다.

 

일부 학자들은 이런 변화가 초신성 폭발로 이어지는 전조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태양의 나이가 46억년인데도 꾸준히 빛을 내는 것과 달리 베텔게우스는 탄생한지 1000만 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죽음의 단계에 들어섰다는 설명이다. 

 

별은 수소를 헬륨으로 핵융합하며 빛나는데 질량이 큰 별은 죽음에 이르는 속도가 빠르다. 질량이 클수록 중심 온도가 높아 수소를 빠르게 소진하기 때문이다. 수소가 고갈되면 별의 중심은 중력의 영향으로 수축하고 바깥쪽은 팽창하는 적색거성이 된다. 베텔게우스는 이 단계에 있다.

적색거성은 중심이 붕괴해 중성자별이나 블랙홀로 바뀌고 다음 단계로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방출하는 초신성 폭발이 일어난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별의 밝기가 변할 원인이 많아 섣부른 예측은 아직 이르다고 본다. 윤성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베텔게우스의 밝기 변화는 원래 특별한 규칙이 없어 완벽히 들어맞지는 않는다”며 “대기 난류가 격렬해서 태양에 흑점이 생기듯 많은 흑점이 생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자들은 별을 탈출한 물질이 베텔게우스를 가리면서 어두워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베텔게우스 주위에는 별이 커가는 과정에서 별을 탈출한 물질이 퍼져 있는데 이 물질이 별을 가렸다는 추측이다.

 

적색거성인 베텔게우스는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별인 ′변광성′이다. 하지만 최근 베텔게우스의 밝기가 크게 떨어지고 있어 폭발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밝기 그래프를 보면 1970년대 말 관측을 시작한 이후 지난해 말 가장 낮은 밝기를 보이고 있다. 미국변광성관찰연합 제공
적색거성인 베텔게우스는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별인 '변광성'이다. 하지만 최근 베텔게우스의 밝기가 크게 떨어지고 있어 폭발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밝기 그래프를 보면 1970년대 말 관측을 시작한 이후 지난해 말 가장 낮은 밝기를 보이고 있다. 미국변광성관찰연합 제공

 


초신성 폭발은 수십 년에 한 번 나타나는 희대의 우주쇼다. 가장 최근 관측된 초신성은 1987년 대마젤란 성운의 독거미 성운 근처에서 폭발한 초신성 ‘1987A’다. 태양계가 속한 우리은하에서  일어난 마지막 초신성 폭발은 1604년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가 관측한 ‘케플러 초신성’이다. 한국의 고천문학 사료 곳곳에도 초신성의 기록이 남아있다. 조선왕조실록 선조실록에는 케플러가 관측한 날보다 4일 빨리 조선의 천문학자들이 케플러 초신성을 관측한 기록이 있다. 1074년 ‘고려사’에는 서양에서 관측하지 못한 초신성 기록도 남아있다.

 

태양계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초신성 폭발은 지구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 캔자스시티대 연구팀은 지난해 5월 초신성 폭발이 인류를 서서 걷도록 진화시켰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지질학 저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초신성 폭발로만 생성되는 ‘철-60(Fe-60)’ 원소가 검출된 시기를 근거로 300광년 이내에서 폭발한 초신성에서 쏟아져 나온 우주선 고에너지가 번개를 자주 일으켜 숲을 불태웠다고 추정했다. 그 결과 나무를 타던 고대 인류가 초원에서 두 발로 걷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베텔게우스는 폭발해도 지구와 멀리 떨어져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베텔게우스가 언제 폭발할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전문가들은 멀게는 100만 년 뒤, 가깝게는 당장 내일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지구 어디서나 베텔게우스의 마지막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학자들은 만에 하나 베텔게우스가 폭발하면 약 15일간 보름달과 비슷한 밝기로 빛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낮에도 볼 수 있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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