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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고고학산책]강인한 전사 바이킹은 왜 그린란드를 버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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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고고학산책]강인한 전사 바이킹은 왜 그린란드를 버렸나

2020.01.18 06:00
일러스트 박장규
일러스트 박장규

바이킹이라고 하면 보통은 뿔 달린 모자를 쓴 약탈자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물론 바이킹은 강인한 전사였지만, 동시에 탁월한 항해가이자 모험가, 상인이기도 했습니다. 982년 유럽 사람 중 최초로 그린란드를 발견하고 정착지를 건설한 사람도 바이킹이었습니다. 하지만 15세기 초가 되면 바이킹은 몇백 년이나 살았던 그린란드를 포기합니다. 왜 그린란드를 떠난 걸까요?

 

탐험가 바이킹, 북대서양을 건너다


현재의 스칸디나비아 지방에 살던 종족인 바이킹은 대단한 탐험가였습니다. 8세기부터 약 300년에 걸쳐 남쪽으로는 프랑스와 스페인을 돌아 지중해까지 진출했고, 동쪽으로는 강을 거슬러 올라 러시아를 정복했습니다. 강이 끊기면 다음 강이 나올 때까지 배를 들고 갔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서쪽으로는 북대서양을 건너 새로운 땅을 발견했습니다.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는 물론, 아메리카 대륙까지 발견했습니다.  정확히는 사고를 저지르고 살던 곳에서 쫓겨난 바이킹 ‘붉은 머리 에리크’가 추방 생활 동안 아이슬란드 서쪽을 탐험하다 982년에 그린란드를 발견했습니다. 그 아들인 레이프 에리크손은 1000년경 북아메리카의 뉴펀들랜드를 발견하고 ‘빈란드’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무려 콜럼버스보다 500여 년이 빠른 기록입니다. 하지만 1960년 캐나다에서 바이킹 유적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모두가 전설이라 생각했습니다.


붉은 머리 에리크가 이끄는 아이슬란드 농민들은 985년경 그린란드 남쪽에 첫 번째 정착지를 세웠고, 또 다른 집단은 그 서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정착 초기 그린란드의 바이킹 인구는 4000~5000명 정도였지만, 14세기 이후 숫자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해 15세기 중반에 이르면 완전히 그린란드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버림받은 양 떼와 교회만 남겨두고 말이죠.

 

바이킹, 식량이 부족해 그린란드를 떠나

 

바이킹의 북대서양 원정. 바이킹은 험한 북대서양을 항해하며 페로 제도, 아이슬란드, 그린란드, 빈란드(현재의 북아메리카 뉴펀들랜드)를 발견했다. 동아사이언스DB
바이킹의 북대서양 원정. 바이킹은 험한 북대서양을 항해하며 페로 제도, 아이슬란드, 그린란드, 빈란드(현재의 북아메리카 뉴펀들랜드)를 발견했다. 동아사이언스DB

바이킹들이 그린란드를 떠난 이유를 찾기 위해 고고학자들은 바이킹의 식단을 분석하기로 했습니다. 생존에 필수적인 식량에 증거가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고고학자들은 그린란드의 바이킹 유적에서 발견된 유골의 치아 동위원소를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그린란드에 도착한 초기, 바이킹 식단에서 해산물의 비중은 20%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바이킹이 그린란드를 떠나는 14~15세기의 유골에서는 식단에서 해산물의 비중이 80%까지 올라갔습니다. 이미 그린란드에 정착해 농사와 목축을 했을 텐데도 곡식과 고기의 비중이 줄어든 겁니다. 


고고학자들은 이 결과를 날씨가 점점 추워지면서 바이킹이 농사를 짓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14세기 중엽부터 전 지구의 기온이 1~2도 낮아지는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고고학자들은 이 기온 저하가 그린란드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했습니다. 추워져서 농사가 실패하자, 부족한 식량을 바다에서 보충해야 했던 겁니다.  


기근에 캐나다에서 건너온 이누이트족의 공격까지 이어지자, 15세기 초 남은 바이킹은 그린란드를 떠났습니다. 제아무리 위대한 바이킹이라도 식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습니다. 


뼈를 보면 먹은 음식도 알 수 있다

 

식단에 따른 질소와 탄소 동위원소 비율의 차이. 바다에서 잡은 동물을 주로 먹는 이누이트족은 15N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열대 지방에서 C4 식물을 섭취한 고대 멕시코인은 온대 지방에 살면서 C3 식물을 섭취한 신석기시대 유럽인보다 13C 비율이 높다. 동아사이언스DB
식단에 따른 질소와 탄소 동위원소 비율의 차이. 바다에서 잡은 동물을 주로 먹는 이누이트족은 15N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열대 지방에서 C4 식물을 섭취한 고대 멕시코인은 온대 지방에 살면서 C3 식물을 섭취한 신석기시대 유럽인보다 13C 비율이 높다. 동아사이언스DB

고고학자들은 그린란드의 유적에서 발견된 뼈만으로 바이킹의 식단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뼈의 콜라겐 단백질에 함유된 동위원소의 비율을 알면 가능합니다. 


우리가 먹은 음식의 원소는 몸에 흡수되어 뼈에 쌓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먹는 음식의 종류에 따라 흡수하는 동위원소의 비율이 조금씩 다릅니다.


예를 들어 열대 지방에 서식하는 옥수수, 사탕수수 같은 ‘C4 식물’은 광합성 과정에서 '탄소-13'이라는 탄소 동위원소를 많이 흡수합니다. 쌀, 보리처럼 온대에 서식하는 ‘C3 식물’은 탄소-13을 적게 흡수합니다. 광합성 화학 과정이 달라서 일어나는 차이죠. 


이와 비슷하게, 바다에서 채취한 음식을 많이 먹거나 질소가 많이 함유된 콩류 음식을 먹으면, 동위원소인 질소-15의 비율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뼈의 조직을 추출하여 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했을 때 질소-15의 비율이 높다면,  주위 환경에 따라 이 사람이 콩류나 해산물을 많이 먹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고고학자들은 이 방법으로 바이킹의 식단을 추적할 수 있었습니다. 

 

 

※필자소개

고은별(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에서 고고학을 공부했다. 시흥 오이도 유적, 구리 아차산 4보루 유적, 연천 무등리 유적 등 중부 지역의 고고학 유적 발굴에 참여했다.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2020년 2호, [Go!Go! 고고학자] 바이킹은 왜 그린란드를 떠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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