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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하는 가짜 의학정보]홍채 보면 건강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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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하는 가짜 의학정보]홍채 보면 건강을 알 수 있다

2020.01.17 17:18
유튜브 화면 캡처
유튜브 화면 캡처

"눈을 보면 우리 몸과 정신, 신경 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 "선천적인 장애나 독소 침착 여부, 세포 조직 완전성, 면역계 상태 등 전반적인 건강상태가 홍채에 나타나 있다.", "홍채에서 7~8시 방향에 고리 형태가 나타나 있으면 간이 나쁘다는 뜻이다.", "동공 주변에 구멍이 난 듯한 무늬가 많으면 역류성식도염이 있다는 얘기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는 눈을 통한 놀라운 건강 진단법에 대한 영상이 여럿 올라와 있다. 홍채를 보면 건강상태를 알 수 있다는 '홍채진단법'이다. 타고난 체질이 어떠한지와 과거 병력뿐 아니라 현재의 건강상태, 심지어 미래에 발병하기 쉬운 질병까지도 눈동자에 나타나 있다는 주장이다.  

 

홍채는 쉽게 말해 '눈동자'다. 카메라의 조리개처럼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해 망막에 상이 잘 맺히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밝은 곳에서는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줄이고, 어두운 곳에서는 빛의 양을 늘린다. 밝은 곳에서도 눈이 부시지 않고, 비교적 어두운 환경에서도 앞을 볼 수 있다. 

 

홍채진단법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홍채 주변에 각 영역마다 신체의 장기가 하나씩 연결돼 있어 홍채만 봐도 건강상태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지름이 1.5cm도 채 되지 않는 눈동자 두 개에 온몸의 건강상태가 다 담겨 있다는 얘기가 정말 사실인지, 실제로 임상에서 활용하고 있는지 전문의에게 물어봤다.

 

선천적 체질부터 잘 걸리는 병 예측, 암까지 조기진단 가능한가

유튜브 화면 캡처
유튜브 화면 캡처

홍채진단법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유럽에서 160년 가까이 이어져온 전통의학"이라고 설명한다.  

헝가리 소년인 이그낫츠 본 페크제리는 다리가 부러진 올빼미의 눈동자에 검은 선이 나타났다가, 다리가 다 낫자 흰 줄로 바뀌었음을 발견했다. 그는 1861년 의사가 되어 환자들의 홍채와 건강상태의 관계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후 오스트리아의 헨리 에드워든 레인 박사와 미국 버나드 젠슨 박사 등 수많은 의사들이 홍채학을 발전시켜왔다고 한다. 

 

국내에는 1994년부터 홍채학 서적이 들어오면서 일부 학자들이 홍채학을 연구, 진단에 활용하고 있다. 관련 학회를 만들어 10여 명 학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학자들은 홍채에는 수십만 가닥의 신경과 모세혈관, 미세근육 등이 있으며 이것들이 모든 장기와 조직에 연결돼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장기에 문제가 생기면 각 영역에도 변화가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홍채의 색깔이나 무늬만 봐도 전신 건강 상태를 직접 진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 

 

홍채의 각 영역이 어떤 장기를 나타내는지 지도도 있다. 손바닥이나 발바닥에 지압 놓는 자리를 나타내는 그림과도 닮았다. 

 

예를 들면 홍채의 정가운데에 있는 동공 주변으로 띠 모양 영역은 '위장'을 나타낸다. 그 하단은 '십이지장', 십이지장 아래에는 좌우 홍채에 따라 '결장'과 '직장', 또는 '췌장'과 '충수' 등의 상태를 보여준다. 동공의 위쪽으로 10시방향부터 2시방향까지 영역은 뇌를 뜻한다. 왼쪽 홍채 기준으로 10시방향부터 차례대로 '눈'과 '코', '관자놀이', 전두엽-측두엽-후두엽 등 '대뇌'와 '뇌하수체', '소뇌', '귀', '후두부'를 나타낸다. 오른쪽 홍채는 이와 반대 순서다. 

 

그들은 각 영역마다 나타난 색깔과 무늬를 보면 건강상태를 알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특히 색소가 쌓인 반점은 몸이 질병에 대해 방어 중이거나 앞으로 질병이 나타날 전조증상이라고 한다. 신경이 예민하거나 몸이 차거나, 내분비질환 위험이 크다는 등 유전적인 체질부터, 살아가면서 간이나 췌장, 위장 등에 생길 수 있는 질환, 심지어 암도 조기 진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홍채진단법은 과학적인 근거가 전혀 없는 낭설

 

홍채의 모양은 태아 때 눈이 만들어지면서 결정돼 일생 동안 거의 변하지 않는다. 홍채의 색깔과 표면에 있는 점, 표면의 울퉁불퉁한 굴곡 등이 평생 거의 똑같이 유지된다는 뜻이다. 이를 활용해 공학자들은 홍채를 인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동아사이언스 제공
홍채의 모양은 태아 때 눈이 만들어지면서 결정돼 일생 동안 거의 변하지 않는다. 홍채의 색깔과 표면에 있는 점, 표면의 울퉁불퉁한 굴곡 등이 평생 거의 똑같이 유지된다는 뜻이다. 이를 활용해 공학자들은 홍채를 인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동아사이언스

홍채진단법이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지, 실제로 임상에서 활용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내과를 비롯해 외과, 신경과 등 여러 전문의에게 물었다. 

 

전문의들은 이구동성으로 "전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도, 다들 인터뷰를 통해 전면에 나서서 오목조목 반박하기를 꺼려했다. "홍채진단법을 연구, 활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한 특정 분야에 속해 있어 부담스럽다"는 이유였다. 

 

그렇다면 환자의 눈만 바라보는 안과 전문의의 생각은 어떠할지 물어봤다. 눈으로부터 얻는 정보로 눈 건강 외에도 전신 건강을 진단, 예측하는 일이 과연 가능할지 물었다.  

 

황영훈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교수는 홍채를 사람 손금에 비유하며 "홍채의 모양과 색깔은 사람마다 다양하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홍채의 모양은 태아 때 눈이 만들어지면서 결정돼 일생 동안 거의 변하지 않는다"며 "홍채의 색깔과 표면에 있는 점, 표면의 울퉁불퉁한 굴곡 등이 평생 거의 똑같이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대답은 안과에서만 들을 수 있는 얘기는 아니다. 공학자들은 홍채 모양과 패턴이 지문처럼 사람마다 다르며, 일생동안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용해 사이버 보안에 활용한다. 이미 스마트폰에 흔하게 상용화된 기술 중 하나가 홍채을 스캔해 주인을 인식하는 것이다. 

 

물론 홍채의 모양이 바뀌는 사람도 있다. 황 교수는 "눈에 염증이 생기거나 신생 혈관이 발생하거나, 녹내장 등 안과질환이 생길 경우, 또는 수술이나 레이저 치료를 받으면 홍채가 변할 수 있다"며 "하지만 각 상황에 따른 결과로 홍채가 변하는 것일 뿐 홍채만 보고 몸의 상태를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일부 학자들이 홍채진단법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우연한 상황에 의존하는 비합리적인 방법"이라며 "의학계에서는 여러 연구를 통해 이미 홍채를 통한 건강 진단이 의학적으로 가치가 없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지금보다 의학이 발달하지 않은 수백 수십 년 전에는 의사들이 홍채로 건강을 진단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겠지만, 첨단 의학이 발전하면서 적절한 검사를 통해 훨씬 자세하고 합리적으로 몸 상태를 파악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홍채만 보고 건강을 진단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의는 "홍채에 의존해 건강을 판단한다면 진짜 발견해야 할 큰 병을 놓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제대로 수련받은 의사는 더 이상 홍채만 보고 몸 상태를 짐작하는 위험한 일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산부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나 '정신질환 자가진단 방법', '치매 위험 여부 자가진단 방법' 등 유튜브에 만연하는 가짜 의학정보들은 주로 비전문가가 개인적인 채널을 통해 주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홍채진단법은 이를 주장하는 소수 학자들이 TV 건강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한 영상도 상당히 많았다.  전문가들은 과학적인지 아닌지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사실인양 방송하고 있는 현실에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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