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팀이 폐목재 같은 바이오매스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전자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바이오매스는 식물과, 식물을 먹이로 하는 동물과 미생물을 말한다. 바이오매스를 이용하면 오염물질이나 이산화탄소 발생 없이 친환경적으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류정기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및화학공학부 교수팀은 바이오매스에 포함된 리그닌을 이용하는 ‘바이오 연료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몰리브덴(Mo) 기반 촉매(PMA)로 리그닌을 분해해 바닐린이나 일산화탄소 등 산업에 활용되는 화학물질을 생산하고, 이때 나오는 전자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수소는 물을 전기분해해 얻는다. 하지만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식은 산소 발생 반응의 속도가 느리고 복잡해 수소 생산 효율이 떨어진다. 수소 이온이 전자를 얻어야 수소 기체가 되는데, 이 전자가 산소 발생 반응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수소가 다른 과정에서 전자를 얻는 방식을 떠올렸다. 몰리브덴 기반의 저렴한 금속 촉매를 이용해 낮은 온도에서 리그닌을 분해하면서 전자를 추출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이렇게 발생한 전자가 도선을 따라 수소 발생 반응이 일어나는 전극 쪽으로 이동하도록 설계됐다.
제1저자인 오현명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통합과정 연구원은 “산소 발생 반응처럼 높은 에너지와 백금(Pt) 등 귀금속 촉매가 필요하지 않으므로 물을 전기분해하는 과정보다 효율적으로 수소를 얻을 수 있다”며 “또한 기존 전기분해 방식에서는 1.5V 이상 전압이 필요했지만,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에서는 0.95V에서도 수소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공동 1저자인 최유리 UNIST 연구조교수는 “리그닌은 자원이 풍부하고 가격이 저렴하나 분해가 어려운 소재이지만 몰리브덴 기반 촉매를 사용하자 낮은 온도에서 쉽게 분해됐다”며 “리그닌이 많이 포함된 식물인 아카시아와 볏짚, 낙엽송을 이 촉매와 반응시켜도 저온에서 쉽게 분해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류정기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은 물의 전기분해에서 산소 발생 반응을 대체할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화학분야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회(ACS) 카탈리시스’ 3일자에 발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