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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모여도 스마트폰만 본다…'휴먼 스크리놈' 필요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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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모여도 스마트폰만 본다…'휴먼 스크리놈' 필요한 시대

2020.01.24 12:00
페이스북이 소셜 미디어가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연구 프로젝트에 데이터를 제공하기로 했다. 페이스북 제공
페이스북이 소셜 미디어가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연구 프로젝트에 데이터를 제공하기로 했다. 페이스북 제공

가까운 가족,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설연휴 풍경은 최근 몇 년간 달라졌다. 부모님이 서울로 상경하는 역귀성은 물론 차례상 음식 구매, 연휴를 이용한 해외여행 등 연휴를 즐기는 행태도 다양해졌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 친지들이 서로 덕담을 주고받거나 흥겹게 떠드는 모습도 좀처럼 보기 어려워졌다. 젊은 세대는 기성 세대의 이른바 ‘잔소리’를 듣기 싫어 일부러 자리를 피하기도 한다. 

 

스마트폰 대중화와 게임, 영화, 소셜미디어 등 넘쳐나는 디지털 콘텐츠는 이런 현상을 가속화하는 한 요인이다. 오랜만에 모인 자리에서도 각자 자신의 스마트폰만을 들여다보며 기성 세대는 각자 지인들과 새해 안부를 소셜미디어로 전하고 젊은 세대는 게임, 영상, 소셜미디어로 시간을 보낸다. 

 

‘스크린’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미디어는 이처럼 명절 연휴 풍경까지 바꿔놓을 정도로 일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스마트폰 과의존의 심각성을 경고한다. 실제로 국내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연예인들의 자살도 악성 댓글 등으로 표현되는 스크린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스마트폰 등 디지털 미디어가 실제로 사회적 관계나 정신 건강, 대인 관계, 가족간의 유대감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명쾌한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지난 1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뉴스 사이트에는  바이런 리브스 미국 스탠퍼드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와 토머스 로빈슨 스탠퍼드대 아동건강 및 소아청소년과 교수, 닐람 램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 교수가 ‘코멘트’ 코너에 인간 유전체를 분석하는 ‘휴먼 게놈 프로젝트’를 빗댄 ‘휴먼 스크리놈 프로젝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특별 기고를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휴먼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생명체와 질병의 근원을 탐구했듯 사람들의 이른바 ‘디지털 스크린’ 사용 행태를 게놈 수준까지 정밀하게 분석하는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주장이다. 

 

“단순한 스크린 타임만으로는 영향력 분석 못해”

 

이들은 지금처럼 디지털 스크린의 영향에 대한 우려가 많았던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고 가짜 뉴스 확산, 광고 홍수, 수면을 방해하는 블루라이트 등 스크린의 영향력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지만 정작 이들을 면밀하게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아들이 만 1세 전후로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에 노출되며, 사용시간도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1시간을 훌쩍 넘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학계에서는 너무 어린 나이에 디지털기기에 과몰입하면 나이가 들면서 사용시간이 점점 길어질 뿐 아니라, 아이의 수면의 질이나 발달 속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유아들이 만 1세 전후로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에 노출되며, 사용시간도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1시간을 훌쩍 넘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학계에서는 너무 어린 나이에 디지털기기에 과몰입하면 나이가 들면서 사용시간이 점점 길어질 뿐 아니라, 아이의 수면의 질이나 발달 속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스크린은 사람들의 정신 건강, 교육, 관계, 정치 및 민주주의에도 영향을 준다. 이같은 이유로 많은 기관들이 스크린에 대한 분석을 수행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어린이의 스크린 사용 시간 제한에 관한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미국 의회는 정치적 편견과 투표에 대한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을 조사하는가 하면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학교가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 법안을 검토중이다. 

 

과학자들을 비롯해 정책입안자, 의료 및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소셜 미디어 등 스크린이 인간 행동에 강력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 이같은 우려를 과학적으로, 실험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달리 설명하면 이같은 우려가 틀렸음을 입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리브스 스탠퍼드대 교수 등은 지난 10여년간 디지털 미디어와 스크린의 영향에 대해 수행된 수천건의 연구는 사람들이 보는 스크린 유형과 시간을 분석한 것일뿐 내용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데이터를 분석한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대다수 연구들이 소셜미디어와 정치 뉴스,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분류된 플랫폼을 보는 데 쓴 시간을 분석한 것이다. 이같은 데이터만으로는 콘텐츠 범위가 넓어진데다 소비 패턴도 세분화된 실시간 정보 이동을 면밀하게 분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기존 연구 방식의 한계

 

리브스 교수 연구진은 지난해 최근 12년 동안 미국에서 수행된 디지털 스크린 관련 226건의 연구에 대해 메타데이터 분석을 수행하고 이들 연구에서 스크린 사용이 심리적 안녕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조사했다. 외로움과 삶의 만족도 및 사회적 통합뿐만 아니라 불안, 우울증, 자살에 대한 생각과 같은 정신 건강 문제가 고려됐다. 

 

분석 결과 스크린 노출 정도와 건강한 삶과는 어떤 체계적인 관련성이 없었다. 226건의 연구는 대부분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를 얼마나 오랜 시간 사용했는지에 대한 인터뷰와 설문응답을 토대로 이뤄졌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정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예를 들어 소셜미디어의 대표격인 페이스북에는 친구들의 일상, 비즈니스, 쇼핑, 모금, 광고, 뉴스 등을 비롯해 괴롭힘, 스토킹까지 광범위한 활동이 포함되는데 페이스북 사용 시간만으로 건강한 삶과의 관련성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페이스북의 콘텐츠는 개인 건강과 행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매우 다른 형태의 활동이기 때문이다. 

 

또다른 한계는 사람들이 스크린에서 무엇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설문응답과 스크린 활용 로그를 비교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실제로 스크린을 사용했다고 믿는 시간과 실제 스크린 활용 로그 데이터는 차이가 난다. 과거 활동에 대한 설문응답 조사 방식은 거의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수행한 연구에도 한계가 있었다. NIH는 현재 9~10세 아동 1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신경영상과 아동 발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의 일부분은 미디어(스크린) 활용이 뇌와 인지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포함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이 연구의 첫 번째 보고서는 미디어 노출과 뇌 및 인지 능력 발달에는 연관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휴먼 게놈’ 수준의 ‘휴먼 스크리놈’ 연구 접근해야

인간게놈프로젝트의 로고(왼쪽). 인간 유전체를 구성하는 모든 염기서열을 해독하는 프로젝트로, 1990년에 시작해 2003년에 완료했다.
인간게놈프로젝트의 로고(왼쪽). 인간 유전체를 구성하는 모든 염기서열을 해독하는 프로젝트로, 1990년에 시작해 2003년에 완료했다.

학계는 다차원적이고 세분화한 연구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플랫폼과 콘텐츠를 정교하게 관찰하고 플랫폼 간 또는 콘텐츠 간 이동 및 전환 유형, 이 과정에서의 상호작용을 면밀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다. 영상이나 뉴스, 소셜 대화와 같은 디지털 콘텐츠를 원자 수준으로 세분화해 사용자에게 의미가 있는 시퀀스(시계열)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리브스 교수 등은 스크린에서 순간적인 콘텐츠 변화를 기록하기 위한 기술로 ‘스크리노믹스’라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매 5초마다 스크린샷을 자동으로 기록, 암호화 및 전송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현재 600명 이상의 사람들로부터 3000만개 이상의 스크린샷을 수집했다. 

 

리브스 교수 등 연구진은 “화면에서 이뤄지는 모든 것, 작업의 순서, 기기에 내장된 소프트웨어와 시간·위치·건강 관련 메타데이터를 분석하면 그동안 명쾌하지 못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 기기의 중독 가능성은 심박수의 변화로 측정하고 사회적 관계와 정치 뉴스의 상관관계는 소셜미디어와 뉴스 소비 사이의 스크린샷을 분석한 데이터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한 친구가 공유한 뉴스는 사용자가 직접 선택한 뉴스보다 신뢰도가 높다. 

 

연구진은 “스크리노믹스 플랫폼은 그동안 과학계에서 이뤄진 신경과학, 행성 연구, 입자물리학 연구, 유전체 연구처럼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과 가설 수립, 유의미한 데이터 도출 등의 과정과 유사하다”며 “이들 연구에서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적용하면 스크린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생리적, 심리적 상태와 대인 관계 변화, 몇 개월간에 걸쳐 일어나는 문화적·역사적 변화의 영향을 조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개인 정보보호나 데이터 유출의 경우 암호화, 비식별 처리 기술 등 기존 기술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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