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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차례상에서도 기후변화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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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차례상에서도 기후변화를 읽는다

2020.01.25 06:00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설 연휴를 맞아 차례상을 준비하는 주부들의 고민이 해마다 깊어지고 있다.  차례상은 보통 어동육서, 좌포우혜, 조율이시, 홍동백서 등 전통에 따라 상에 올린다.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식혜, 명태포, 사과, 대추, 밤, 곶감, 두부 등을 상에 올린다. 하지만 이런 차례상에도 전인류적 문제로 떠오른 ‘기후변화’로 어쩔 수 없는 변화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와 함께 한국에서 나는 농수산물에도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표 과일인 사과는 설 차례상에서 보기 점점 힘들어질 전망이다.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 ‘홍동백서’ 규칙에 등장하는 붉은 과일인 사과는 여름철 평균기온이 섭씨 26도를 넘지 않는 지역에서 재배해야 하는 작물이다. 그래야 열매가 잘 익어 상품성을 갖는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따라 남쪽 지방의 평균 온도가 높아지며 사과 재배지가 계속 북상하고 있다. 재배지가 계속 북상해 21세기말에는 한국에서 사과를 재배할 곳이 강원 일부 지역 밖에 남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국내 최대 사과 산지가 대구에서 경북 북부 지방으로 바뀌었으며 강원 지역도 앞다퉈 사과 재배지를 늘리고 있다. 강원 정선군은 이달 23일 2022년까지 사과 재배면적을 300헥타르(ha)로 늘린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2018년 8월 통계청이 발표한 ‘기후 변화에 따른 주요 농작물 주산지 이동현황’에 따르면 사과재배지가 1980년에는 전국에 형성되어 있었으나 1995년 이후 충남 일부, 충북, 경북 지역으로 재배면적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사과의 주산지인 대구를 중심으로 주변지역인 경산, 영천, 경주의 재배면적이 감소한 반면 경북, 충북, 충남 지역과 강원 산간지역으로 확산됐다. 보고서는 특별한 변화가 없을 경우 21세기말에 총 재배가능지가 모두 급감해 강원 지역 일부 재배만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사과 생산량이 급감할 것으로 분석된다. 


사과의 경우 기후변화로 재배지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 정도지만 국내산 명태는 이미 자취를 감췄다. 명태는 1980년도에 강원도 앞바다서 10만t 가까이 잡히는 ‘국민 생선’이었다. 하지만 현재 한국 해역에서 명태를 보기 힘들 정도로 개체 수가 감소해 2010년대 들어 1~9t 정도 잡히고 있다.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명태의 약 90%는 러시아산이다. 이렇게 한국 해역에서 명태가 사라진 것에 대해 새끼 명태에 대한 무분별한 남획도 이유로 꼽히지만 무엇보다도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의 온도가 높아지며 명태들이 수온이 낮은 러시아 해역이나 일본 오호츠크해로 북상했다는 게 기후과학자들의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차례상의 명태포는 국내산이 아닌 러시아산들이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내재거재(來在去在∙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다)’라는 말처럼 기후변화로 설 차례상에 새롭게 오르게 될 후보군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선 제주도에서만 잡히던 방어가 강원도까지 올라왔다. 제주가 주산지였던 방어가 요즘 강원도 앞바다를 주름잡고 있다. 방어가 강원도 특산물로 꼽힐 정도다. 연간 1000t 수준이던 강원도 방어 어획량이 2017년부터 3000t대로 급증하고 있다. 반대로 제주도의 방어 어획량은 급감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연간 어획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2월 13일까지 제주지역에서 잡힌 방어는 310t으로 2018년의 18.5%에 불과하다. 2014~2018년 연평균 957t으로 따져도 32.4% 수준에 불과하다. 대표적 난류성 어종이 제주 해역의 수온이 높아지자 강원 지역으로 북상한 것으로 분석된다. 


동남아 등지에서 맞보던 열대과일도 한국에서 자라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로 아열대기후 하에서만 자라던 파파야, 바나나, 패션프루프를 재배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 일명 ‘메이드 인 코리아’ 열대과일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20년 한국 경지 면적의 10.1%가 아열대기후에 속하며 2060년이며 26.6%, 2080년이면 6.3%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경북 안동, 충북 청주, 경기도 평택 등지의 농가에서 열대과일을 재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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