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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의 닥터스]“인구 천만 서울은 외상센터 제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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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의 닥터스]“인구 천만 서울은 외상센터 제로 도시"

2020.01.28 16:00
고려대구로병원 제공
22일 서울시 구로구 고려대구로병원에서 오종건 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장(정형외과 전문의)에게 국내에서 외상센터를 단기간에 늘리지 못하는 이유와, 아직까지 서울에 외상센터가 없는 이유, 국내 외상환자 치료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으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등을 물었다. 고려대구로병원 제공

지난달 10일 보건복지부는 2017년 기준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이 30.5%(2015년)에서 19.9%로 크게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외상환자, 즉 출혈로 인해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허혈성 쇼크’나 몸 여러 군데가 다친 ‘다발성 손상’, 또는 ‘사지를 잃을 정도의 손상’을 입은 것으로 보이는 환자 중 빠른 시간에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돼 최적의 치료를 받았다면 생존 가능했을 사망자의 비율이다. 이 비율이 낮을수록 외상환자를 많이 살렸다는 뜻이다. 

 

통계 결과를 보면 특히 광주와 전라, 제주 지역에서 40.7%에서 25.9%로 가장 많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30.8%에서 30.2%로 거의 떨어지지 않았으며, 나머지 다른 지역들은 10.7~15%p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중증 외상 환자들이 점점 늘고 있고, 절반이 서울과 경기도에서 발생함에도 서울에는 외상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곳이 단 한 군데도 없다는 점이다.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이 2017년 전국 외상센터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역별 외상환자 수는 21만6641명으로 전년에 비해 9.5% 증가했다. 경기도가 21.26%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서울(19.41%)이다.

 

현재 국내에서 외상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곳은 전남 목포한국병원, 인천 가천대길병원, 충남 단국대병원, 경기 아주대병원 등 16곳이다. 외상센터는 일반 응급실에서 처치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응급수술과 치료를 위해 시설과 장비, 인력을 갖췄다. 서울은 한 곳도 없다. 

 

고려대구로병원에서는 2014년부터 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를 열고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전문의를 양성하고 있다. 22일 서울시 구로구 고려대구로병원에서 오종건 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장(정형외과 전문의)을 만났다. 오 교수는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원래 슬관절을 전공한 정형외과 전문의로, 2000년대 초반 이대동대문병원에서 추가로 외상을 전공했다. 2007년부터 고려대구로병원에서 외상 전문 치료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 외상센터를 단기간에 늘리지 못하는 이유와, 아직까지 서울에 외상센터가 없는 이유, 국내 외상환자 치료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으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등을 그에게 물었다. 

 

 

- 고려대구로병원에서 외상전문의를 수련하는 센터를 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또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수련생들에게 교육을 하고 있는 오 센터장. 고려대구로병원 제공
수련생들에게 교육을 하고 있는 오 센터장. 고려대구로병원 제공

고려대구로병원이 있는 자리는 과거 공단이 있었고 의료낙후지역으로 꼽혔다. 의료사각지대에서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병원이 지어지기도 했다. 예전부터 외상환자가 많았다. 그래서 구성원들이 외상치료가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일인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2007년 본인이 고려대구로병원에 왔을 때, 외상센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을 때도 구성원들이 모두 동의해줬다. 

 

2014년 중증외상수련센터를 개소하고 2015년에 1기를 뽑아 수련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5년간 배출한 외상 전문의는 15명이다. 본인이 정형외과 전문의이다 보니 수료를 마친 외상 전문의 대부분(10명)이 정형외과 전문의다. 외상외과를 전공할 수 있는 사람은 외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전문의다. 수련센터에서 2년간 외상환자 치료에 필요한 각종 수술방법 등을 배우고 재난현장 헬기 접근 구조 훈련 등을 마치면 ‘외상외과 세부 전문의(외상 전문의)’의 자격을 얻게 된다.

 

이곳은 외상센터가 아닌 외상수련센터이므로 외상센터에 준하는 시설적인 인프라는 없다. 다만 외상 전문의사가 일반 대학병원에 비해 많아 외상치료의 질은 높은 편이다. 특히 외상 전문 정형외과 의사가 2명 있는 곳은 전국에 경북대병원과 여기뿐이다. 또 수련센터에서는 전문의를 대상으로 외상전문의사를 양성하고 있어서 그늘까지 합하면 총 7명이 있다. 한 달에 고려대구로병원에 오는 외상환자는 200명 정도고 그중 중증환자는 10~15명쯤 된다. 

 

- 서울에는 외상센터가 한 곳도 없다고 들었다. 외상센터를 운영하려면 어떤 인프라가 필요한가

 

중증외상환자에게는 신속한 치료가 중요하다. 그러려면 환자가 왔을 때 당장 수술을 시작할 수 있도록 의료진과 수술장비, 수술실 등이 필요하다. 외상센터를 갖추지 못한 일반 병원에서는 항상 수술실이나 의료진의 일정이 차 있어 쉽지 않다. 수술 전에 필요한 행정절차도 꽤 복잡하다.

 

외상센터에는 환자가 왔을 때 30분 이내에 수술을 시작할 수 있도록 행정절차가 단순하고, 수술실과 의료장비, 의료진이 항시 대기 중이다. 2011년 보건복지부에서 중증외상센터 사업을 진행하면서 현재 전국 17곳에서 외상센터가 운영 중이다.

 

그런데 서울에는 외상센터가 한 곳도 없다. 원래 서울시 중구에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이 선정됐지만 8년이 되도록 심사조차 거치지 못했다. 서울 서초구 원지동으로 이전할 뜻이 있어, 이전 후에 외상센터를 짓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국립중앙의료원에 당장 외상센터가 생긴다 하더라도 1000만 명에 육박하는 서울시 인구를 대상으로 한다면 충분치 못하다. 미국에서는 인구 300만명당 외상센터 1개가 필요하다고 보고, 모든 도시에 외상센터를 지었다. 이처럼 운영하려면 서울도 외상센터가 최소 4곳은 있어야 한다.
   
- 아직 국내에서는 외상환자를 치료하는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으며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고려대구로병원 제공
오 센터장이 2016년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 내 학회(AO Trauma 마스터 코스)에서 '복잡한 관절내 골절 치료'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고려대구로병원 제공

외상센터가 잘 운영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독일, 영국 등이다. 미국의 메릴랜드대학병원 쇼크트라우마센터는 주에서 비용을 지원해주고 있어 인력 등 인프라가 좋고 수익과 전혀 관계없이 운영되고 있다. 독일은 1980년대 후반부터 산재 노동자들을 빨리 치료해 산업현장으로 되돌려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덕분에, 국가에서 모든 지원 하에 외상센터가 운영 중이다. 영국은 외상센터의 헬리콥터가 런던 트라팔가 광장 등 시내에서도 뜨고 내릴 정도로 시스템이 잘 돼 있다. 

 

반면 한국은 의료 선진국이고 보험시스템이 잘 돼 있지만 외상센터에 대해 관심이 떨어지고 지원도 잘 되지 않는다. 의료의 공공성에 목적을 두고 국가에서 외상센터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또 서울시에 외상센터에 대한 뚜렷한 계획이 아직 없다는 것도 걱정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이전 후 외상센터를 개소하기만을 기다리기에는 먼 훗날의 얘기다.  

 

또 다른 어려움은 외상 전문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특히 정형외과의 경우 좋은 의료환경에서 환자를 볼 수 있는 일이 많아, 외상 전문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대우도 좋지 않고 수술 수가도 낮은 데다, 항시 환자를 치료할 대기를 해야 해 삶의 질이 떨어진다. 

 

외상 전문의들이 쏟는 노력과 고생에 비해 수가가 너무 낮다는 것도 문제다. 미국의 경우 수술 수가가 높다보니 외상 전문의를 뽑을 때 경쟁률이 6대 1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많다. 국내 수술 수가와 비교해보면 의료장비 비용이나 간호사 인건비 등을 제외하고 순수 수술비용만 따졌을 때 미국의 20분의 1 정도다. 이 때문에 수련센터에서 힘들게 외상 전문의를 양성했음에도, 결국 외상 전문의를 그만두고 일반 병원이나 개원가로 간 사람들이 여럿 있다. 

 

외상환자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되고, 외상 전문의의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외상 전문의의 수는 자연스레 증가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면 지금의 어려움도 하나둘 해결이 되리라고 본다.  

 

외상치료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현재 예방 가능한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 외상센터의 목표다. 앞서 통계에서도 외상센터별로 예방 가능 사망률을 비교하지 않았나. 하지만 이 목표대로만 환자를 치료한다면 외상센터는 ‘장애인 생산공장’이 될 거다.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이 사고 전처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회복하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다.  

 

외상환자들 중에는 일반 병원에서 수술받고 합병증이 생겨 외상센터를 찾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 외상 전문 수련을 받지 않은 전문의들이 수술하기 때문이다. 중증외상수련센터에서 앞으로도 더 많은 외상 전문의들을 배출해, 한 환자라도 더 전문적인 치료를 받고 소중한 생명과 건강한 삶을 되찾도록 하는 것이 꿈이다. 

 

지금은 여러 가지 여건이 힘들지만 이렇게 열심히 하면 10년 뒤에는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처럼 인내심을 갖고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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